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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지갑 걱정없는 주방장 스시집 가다
12년 간 한 자리에, 한국인 사장님 스시집으로 대박난 이유는
 
안민정 기자
일본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스시'다.

맛도 좋고, 건강과 미용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스시는 비단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서양인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막상 외국인이 일본에 와서 '진짜 스시'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가이드북에 소개되는 스시집의 경우, 줄서는 사람은 많은데 맛이 없을 때가 있고, 백화점 상층부나 고급 스시집은 외국인에게 까다롭거나 너무 고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쿄 우에노에 지갑 사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스시 장인집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스시집을 경영하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것. 12년 전 스시집을 오픈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일본인이 줄 서는 스시집으로 이름높은 '쇼우켄(勝賢)'이 바로 그 곳이다.
 
▲ 도쿄 우에노 스시집 쇼우켄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줄서는 스시집, 쇼우켄에 가다

도쿄 우에노 근처의 오카치마치 역에서 2~3분 거리에 스시 가게가 일렬로 늘어선 골목이 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 스시부터 문턱높은 주방장 스시까지 각자 다양한 개성을 뽐내고 있는 스시집이 10여 군데가 넘는다.
 
그 중, 검은 배경에 흰 글씨로 이길 승(勝), 어질 현(賢) 글자가 씌여진 간판이 눈에 띈다. 일본어로는 쇼우켄이라 읽지만, 한국어로는 승현, 한국인 사장님 이름을 따서 간판을 달았다고 한다.
 
25년 전 홀홀단신 일본에 건너와서 12년 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스시집을 오픈한 '박승현' 씨.
 
▲ 쇼우켄 사장님 박승현 씨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일본 오기 전에 부산에서 수산일을 한 10년 간 했었어요. 당시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고기집 아니면 술집이었는데, 저까지 한국 사람들과 경쟁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스시 가게를 열게 되었어요"
 
스시가게 쇼우켄은 오픈 당시부터 줄 서서 먹는 가게로 유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에노 스시가게 근방에서는 없었던 메이로우계산(明朗会計)을 처음 실시했기 때문이다.
메이로우계산이란, 한자 그대로 웃으면서 값을 치를 수 있도록 바가지 씌우지 않고 추가 요금 없이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일본 고급 음식점이나 유흥업소는 사람을 봐가면서 가격을 매기는 계산법이 유행하고 있었다. 똑같이 술 한 잔에 안주 하나를 시키더라도 손님에 따라, 주방장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과거 주방장이 눈 앞에서 직접 스시를 만들어주는 스시집은 지갑이 두둑하지 않으면 감히 들어가기 어려웠다.
 
"스시가게 오픈을 준비하면서 6개월 동안 일본 스시집을 다니면서 맛을 봤어요. 근데 이 근방은 정말 갈 때마다 가격이 달라지더라구요. 어른 6명 정도가 가서 18만 엔(200만원 상당)이 나와 돈 가지러 집에 돌아간 적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맛은 최고급, 가격은 정찰제로 결정했어요"
 
70엔 짜리 문어 초밥부터 700엔 짜리 참치 대뱃살(오오토로)까지 쇼우켄의 벽에는 스시 이름이 가격별로 붙어있다. 주문하는 사람도 주문받는 사람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가게, 그것이 줄 서는 스시집 비결 중 하나였다.
 
"아침 5시에 가게 문을 닫고, 7시 30분에 쓰키지 시장에 가서 직접 내 눈으로 생선을 고릅니다. 10시에 돌아와서 점심시간 영업을 하고, 3시부터 저녁 영업 준비를 하죠. 하루에 한 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생활이 3년 이상 계속되었어요"
 
계산방법 뿐이 아니다. 가게 관리부터 재료 구입까지 사장님의 손을 거치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가게를 준비하는 1년 동안 쓰키지 시장에 매일 갔어요. 한국에 있는 생선이야 척 보면 알지만, 참치는 눈으로 봐서는 알 수 없더라구요. 매일 시장에 가서 모든 종류의 참치를 만져보고 맛보고, 만져보고 맛보고 반복했죠. 그러다 보니까 참다랑어와 인도양 참치가 제일 맛있더라구요. 그래서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참다랑어와 인도양 것만 들여와요"
 
일본 스시를 대표하는 참치에 가장 정성을 들인 쇼우켄은 그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고가인 참다랑어와 인도양 참치만 취급한다. 또한, 참치는 너무 크거나 작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게가 45~65kg인 것만 사용하고 있다. 12년 사이, 참다랑어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이익도 크게 줄었지만, 한결같이 똑같은 맛을 내는 것, 그것이 쇼우켄의 성공비결이다.
 
스시에 생선살이 가장 중요하지만, 알알이 살아있는 초밥 맛도 빠뜨릴 수 없다. 비타민 식초를 사용하여 건강까지 생각한 쇼우켄의 초밥은 30년 스시 장인 고마쓰 씨가 만들고 있다.
 
"제가 워낙 스시를 좋아해서 자주 먹으러 다녔는데, 고마쓰 씨가 만들어 준 스시는 정말 맛있더라구요. 그런데 우연히 가게를 오픈할 즈음, 고마쓰 씨가 쉬고 있어서 적극적으로 스카웃했죠. 고마쓰 씨 집에 찾아가서 어머니께 허락을 받고, 한국에도 인사 다녀왔어요. 지금부터 이 사람이랑 같이 일할 건데 잘 봐달라구요"
 
스시 장인 고마쓰 씨는 스시야 두 말 할 것 없고, 두툼한 계란말이 솜씨가 일품이다. 멀리서도 손님들이 계란말이 맛에 반해 찾아올 정도다. 일본 스시집에서 먹는 계란말이는 단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인데 쇼우켄의 계란말이는 고소한 맛이 강하다. 그리고 오렌지를 섞어 직접 만든 드레싱을 끼얹은 샐러드도 쇼우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 인기메뉴이다.
 
▲ 살살 녹는 참치 대뱃살 스시부터 두툼한 계란말이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上스시셋트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오픈 당시에는 한국 맛을 알리고 싶어서 김치를 넣은 김치마키(삼각형으로 김초밥을 만 것)도 메뉴에 있었죠. 그런데 당시만 해도 한국 음식에 거부감이 있는 일본인들이 많아서 김치 냄새를 싫어하더라구요"
지금은 어느 식당에 가도 김치가 있을만큼 가까워진 한식 문화를 느끼면서 일본내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놀랍다고 한다.
 
지금은 우에노 근방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12년 전 처음에 외국인 여자 혼자서 스시집을 시작할 때는 질투와 방해도 많았다.
 
"주변의 한국 사람들은 내가 스시집을 낸다고 했을 때, '돌았다' '6개월 안에 문을 닫지 않으면 장을 지진다'는 등 뒷말들이 많았어요. 가게를 열고 나서는 주변의 일본인들이 심했죠. 한번은 이 근처 스시집 주인이 갑자기 찾아와서는 냅다 뺨을 때리더라구요. '내 허락도 안받고 스시 가게를 열었냐' 그러면서 저를 끌고 밖으로 나갔는데, 깡패같은 사람들이 오더니 자를 때리고 가게를 깨부수고 난리였죠"
 
이 뿐만이 아니다. 이제까지 손님 얼굴을 봐가며 바가지를 씌우던 옆 스시 가게 주인들은, 쇼우켄이 정찰제를 시작하고, 줄 설 정도로 번성하자 대단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 가게에 손님으로 위장한 사람들을 보냈어요. 우리 가게에서 먹은 스시 3접시 때문에 식중독에 걸렸다고 데굴데굴 굴렀죠"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맞아서 멍든 눈에 안대를 쓰고 다시 가게 문을 열었다. 주변의 시기와는 상관없이 가게는 연일 만원이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급 스시를 가격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고 소문난 가게가 잘 안 될 일이 없었다.
 
▲ 스시 종류와 가격이 벽에 빼곡히 붙어있다. 저렴한 주방장 스시는 일본인들에게 인기!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그렇게 해서 꾸준히 쌓아온 신뢰로 쇼우켄은 12년 간 우에노에서 명문 스시집으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요즘은 정말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제가 나이를 들어 은퇴를 하게 되더라도 제 이름을 건 이 스시집은 그대로 계속 이어나갈 거예요"
 
벅차고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박승현 씨. 
 
외국에서 외국 음식으로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을 묻자
"맡은 일을 피하지 않고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요. 물론 외국생활은 만만하지 않겠지만,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겁니다" (끝)
 
▲ 쇼우켄 사장님과 직원들 단체사진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연어 샐러드 900엔, 모듬회, 게살 샐러드 1200엔, 징기스칸 1100엔, 上 스시셋트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살살 녹는 진짜 참치대뱃살 먹으러 오세요!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쇼우켄 서비스: 제이피뉴스를 보고 쇼우켄을 찾으신 분들에게 사와(과일소주 비슷)와 소주류를 250엔에 드립니다. 기간은 2010년 8월말까지. 쇼우켄에서 상기 술을 주문하실 때 "제이피뉴스에 소개된 것을 봤다"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영업시간 오후 5시~다음날 오전 5시(일요일은 휴무)
 
* 쇼우켄 위치지도: http://www.guidenet.jp/shop/020d/coupo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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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01 [11:47]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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