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류를 이끈 중심은 주부층이었다. 아이를 학교에, 남편은 회사에 보내고 나서 낮 시간에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어느새 한류에 푹 빠져버린 그녀들.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까닭에 그녀들이 좋아하는 남자 배우들의 관련상품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고, 10만 원을 호가하는 팬미팅 티켓도 매진 사태를 빚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던 한류가 최근 한국가요로 번지기 시작하면서 한류팬의 연령대가 확 낮아졌다. 동방신기를 좋아하는 젊은 여성이 늘어가고, 한국 꽃미남 그룹 열풍이 불면서 ss501, ft 아일랜드, 샤이니 등 한국에서 인기를 얻으면 당연한 듯 일본진출을 하는 그룹이 많아졌다.
'미남이시네요' 인기로 일본 한류팬에게 인지도가 높아진 남성 4인조 'cnblue'는 아예 데뷔전부터 일본어 마스터를 위해 유학까지 했고, 한국에서 데뷔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 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남성 6인조 그룹 '초신성'은 리더 윤학이 아이치대학에 다닌 적이 있다. 특히 윤학은 일본어로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가 인기를 끌고 있어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꽃미남 그룹을 지지하는 팬들은 10대 학생부터 주부층까지 여성팬들이 대부분이다. 노래도 좋지만, 그들의 외모에 반한 여성팬들이다. 남성 그룹에는 여성팬이, 여성 그룹에는 남성 팬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상식이지만, 최근 걸즈 그룹 열풍은 예외가 되고 있다.
한국의 걸 그룹 붐을 타고, 일본에 진출하는 그룹이 늘고 있다. 일본 연예인 게키단히토리가 팬을 자청한 그룹 '카라'와 외식업체 cf로 얼굴을 알린 '티아라', 아시아 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포미닛' 등이 그녀들이다. 일본에는 없는 파워풀한 댄스와 음악, 친근한 외모로 일본내 k-pop 인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
▲ 포미닛 일본 첫 콘서트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포미닛 공연에 여성팬들이 가득한 이유?5월 8일, 5인조 여성그룹 포미닛의 일본 첫 단독 콘서트가 도쿄에서 열렸다. 오다이바에 있는 행사장 '제프 도쿄'는 오후가 되자 핫핑크 컬러의 포미닛 응원 타올을 목에 두른 팬들이 몰려들었다.
신기한 것은 콘서트장을 찾은 90% 이상 일본인들이 얼핏보기에도 어려보이는 여학생들이었던 것. 걸그룹 콘서트에 남성 관객은 찾아보기가 힘들고, 여성팬들이 가득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입장을 기다리며 맨 첫 줄에 서 있는 여중생 둘은 "스타일도 좋고, 귀엽고 어른스럽고 매력이 넘쳐요!"라며 포미닛에 열광하는 이유를 밝혔다.
"포미닛의 음악은 파워풀하고 섹시해요. 다른 그룹과는 다르죠. 힙합 음악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찾아서 듣는 편인데, 한국 가요는 힙합이 많아 취향에 딱 맞았어요. 포미닛의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업되는 느낌이에요" 주변에는 동방신기, 빅뱅으로 시작해 한국가요 팬이 된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포미닛 스타일로 꾸미고 온 10대 여고생 둘은
"포미닛은 스타일이 좋다. 귀엽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완벽한 그룹이다. 그녀들을 동경한다"고 말했다. 한국 스타를 소개하는 개인 블로그를 보다가 포미닛 동영상을 우연히 발견하고 반했다는 그녀들. 특별히 좋아하는 멤버는 리더 남지현과 막내 권소현. 웃는 모습이 좋고, 성격이 좋아보인다고 했다.
"한국 가요는 비트가 살아있고, 서양 음악 분위기가 나면서도 독특한 개성이 있다. 멤버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서 주변에서도 한국 가요를 들어보고 뮤직비디오를 보면 반드시 팬이 된다"고 말하는 여고생들. 멋지고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친근함이 느껴지는 것이 한국 가수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한다.
▲ 포미닛 콘서트에 몰려든 팬들, 10대 여학생이 많은 것이 눈에 띈다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여중고생들이 가득한 가운데, 포미닛 타올을 목에 걸고 있는 30대 정도의 남성이 있었다. 평일에는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그는 취미생활로 한국 가수들 공연에 참가하고 있다고 했다.
"원래 일본의 퍼퓸이라는 그룹을 좋아해서 비슷한 가수가 없을까 유튜브에서 찾던 중, 한국 아티스트를 발견했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추고,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 가수들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있는 실력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아이돌은 귀엽지만, 노래가 안되거나 춤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포미닛은 파워풀하고 멋지다. 여성팬이 이렇게 많은 것도 이해가 된다. 분명 10대, 20대에게는 포미닛이 동경의 대상일 것이다"고 말했다.
남성은 포미닛 콘서트와 같은 날 있었던 한국 걸그룹 카라 일본 메이저 데뷔 확정 기자회견 발표회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포미닛은 허가윤의 파워풀함이 좋고, 카라는 구하라의 귀여운 매력이 좋다는 그. 5월 9일에 있을 카라 팬클럽 창단식에도 참석 예정이라고 했다.
포미닛, 두근두근 첫 콘서트 스타트포미닛은 공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첫 콘서트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리더 남지현은 "첫 콘서트에 준비한만큼 다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도
"한 달 있으면 한국에서 데뷔한지 딱 일 년이 되는데, 일본에서도 이만큼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할테니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5월 5일에 일본에서 발매된 미니앨범에 대해서는 "일본 팬이 건물에 붙어있는 포스터와 매장에 진열된 cd를 찍어서 웹에 올려주었는데, 한국에서 그 모습을 보고 오늘 콘서트를 기대했다"며 "준비를 많이 했으니 끝까지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각 약 2000명의 관객이 스탠딩 공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포미닛이 모습을 드러냈다. muzik, 안줄래, 핫이슈 등 포미닛의 곡과 권소현의 lil mama, 남지현의 get me bodied, 김현아의 change, 전지윤의 umbrella, 허가윤의 '눈의 꽃' 솔로 무대가 이어졌다. 멤버 각각의 재능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었다.
▲ 포미닛 김현아 솔로무대 change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열정의 무대에 팬들도 흥분한 모습. 솔로 무대에는 "김현아! 김현아!" 이름을 외치며 응원을 펼쳤고, "여러분 즐기고 계세요?(皆さん、楽しんでますか)"라는 질문에 일본어로 "はい~” 대답이 아닌
"네~"라고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앵콜무대에는 핫이슈와 일본어버전 muzik을 들려주고 화려한 무대가 막을 내렸다.
첫 콘서트를 2000명 규모의 공연장에서 매진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치룬 포미닛이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었다. 스탠딩 공연에서 앞 줄의 팬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지만, 뒷 줄에는 조용히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공연 후, 맨 뒷 줄에서 관람한 20대 남성 관객 두 명은
"공연은 최고였다. 반해서 멍하게 쳐다봤다. 한국에 유학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포미닛을 알게 되어 팬이 되었고, 특히 섹시한 김현아가 가장 좋다. 그런데 뒷 줄은 너무 조용해서 혼자 열광한 것 같다. 좀 더 홍보가 필요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뒷 줄의 관객들이 공연에 몰입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일본어 준비가 덜 되었다는 점이다. 포미닛이 준비한 일본어는 인사와
'재밌나요' '사랑해요' 정도로 아직 신인가수인 본인들을 알리는 데 장벽이 되고 있었다. 포미닛 공연 중에 나온 영상에서도 일본어 자막처리가 되지 않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관객들은 웃을 타이밍에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준비된 앵콜 공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앵콜을 외쳐주지 않아 포미닛이 당황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말이 안 통했기 때문인지 일본 관객들은 포미닛이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끝내는 척 하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당황한 리더 남지현이
"앵콜, 플리즈"라는 말을 건네고 나서야 앵콜 함성이 울렸다. 일본에서 공연할 때는 일본팬들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한다는 것을 포미닛 자신들도 느꼈을 것이다.
일본 길거리 공연에서 시작하여 도쿄돔 콘서트을 성공시킨 동방신기는 실력은 물론, 토크쇼에서 자유자재로 일본어를 구사한 데서 인기에 불이 붙었다. 매니아가 아닌 좀 더 많은 팬을 확보하기 위해 언어는 필수인 것이다. 한국 가수들의 일본 진출 러쉬를 이루고 있는 지금, 한 발 앞서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준비하고 진출하는 지가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마지막 인사를 하며 우는 표정을 짓는 포미닛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포미닛 일본 첫 콘서트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포미닛 남지현의 솔로무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포미닛 솔로무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포미닛 솔로무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포미닛 솔로무대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포미닛 일본콘서트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
▲ 포미닛 일본 첫 콘서트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