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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 강릉 잠수함 사건의 재현(?)
 
변진일 (코리아리포트
어제(5월 18일)는 다카마쓰에서 강연이 있었다. 국제호텔 강연회장에는 법인회 회원 300명이 이미 자리를 가득 메웠다.
 
강연 주제는 '아시아 바람을 읽다 - 일본을 둘러싼 국제정세'였지만 마지막 45분은 핵과 납치문제, 그리고 지금 가장 뜨거운 테마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채웠다.
 
'천안함 사건'에 관해서는 20일 한국이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나는 "역사는 진보해 가는데 한반도 정세는 후퇴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아쉽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딱 그렇다"라고 말하면서 14년전 발생한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을 언급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부족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14년전인 1996년, 북한 잠수함 1척이 동해의 한국측 해역 강릉에 침투하려다 좌초한 사건이 발생했다. 함선에서 탈출해 육지로 올라간 승무원 26명중 11명이 집단자살했고, 남은 15명이 삼삼오오 도주극을 펼친 사건이다.
 
한국군은 연인원 6만명을 동원해 50일간 약 1년분의 탄약을 사용하는, 엄청난 토벌전을 펼친 끝에 13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했다(1명은 북한으로 도주).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 '잠항지령'은 이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리광수 인민무력부정찰국 상위의 생생한 수기다. 나는 이 수기의 일본어 번역자로 책 마지막 번역자 후기란에 다음과 같이 썼다.

▲ 잠항지령     /변진일 역 
"북한 잠수함이 한국 동해안에 침투하다 좌초한 사건에는 몇 가지 수수께끼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북한 핵개발 의혹을 둘러싼 일촉즉발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북미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등 한반도가 데탕트(detente)를 지향했을 때 일어났다는 점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 까지 한반도는 94년 제네바에서 체결된 북미 핵합의에 따라 긴장완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클린턴 정권은 이라크와는 달리 북한에게는 융화정책을 펴고 있었다. 또한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외교상 최우선과제로 설정했었다."
 
"당시 북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2년 연속으로 대형수해를 입어 극심한 식량위기 상태에 빠져있었던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의 식량지원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외자도입에 의한 경제재건을 목표로 9월 중순에 자유무역지대에 설정한 나선시에 외국인 투자가 800명을 초대해 국제투자포럼을 열 계획을 잡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잠수함 침입 사건'으로 물거품이 됐다. 한국정부는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남북경제교류 중단과 경수로 건설 사업을 늦췄고, 국제투자포럼은 열렸지만 한국기업이 대거 불참하는 바람에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북한은 경제제재 이유인 '테러국가' 리스트에서 자신들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북한=테러국가'라는 이미지가 고정돼 버렸다. 이 사건은 데탕트(detente)를 향하고 있던 한반도의 흐름을 단숨에 역류시켰다."
 
"이 잠수함 침입에 대해 '기관고장에 의한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는 북한측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북한이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즉 북미관계를 악화시켜 경수로공사를 늦추고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에 제동을 걸텐데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잠수함 침투가 사고가 아니라 계획적 침투였다면 (들켰을 경우) 모두가 손해볼 리스크를 범하면서까지 왜 남하한 것일까. 그 임무와 목적이 도대체 뭐길래?" 
 
리 상위는 임무와 목적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지적하면서 '한반도에 유사(有事)시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훈련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필자의 관심을 끈 대목은 14년전 그 때도 이번 초계함 침몰 사건과 같이 한국 해군과 미군의 해상기동훈련이 동해안 앞바다에서 실시됐다는 점이다. 
  
당시 한국 해군의 해상기동훈련은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구축함, 전투기, 초계함은 물론 잠수함 탐지를 주된 임무로 하는 p3c초계기와 헬기(lynx)까지 동원된 것으로 사실상 북한의 잠수함을 대상으로 한 대잠훈련이었다. 
 
문제의 북한 잠수함이 동해 앞바다에 침입한 날은 9월 15일. 이 잠수함은 17일 좌초했고 18일 발견됐다. 즉 북한 잠수함은 한국이 해상훈련을 하고 있던 바로 그 시기에 그것도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 해저에서 대담무쌍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좌초한 잠수함을 발견한 것도 한국 해군이 자랑하고 있었던 하이테크 대(対) 잠수함 장비가 아니라 일반택시 운전수였다.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을 보다보면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한창인데 북한 잠수함이 침투해, 초계함을 향해 어뢰를 발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는 의견도 있는데 14년전을 돌이켜본다면 그 때 역시 좌초만 하지 않았더라면 발견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정찰활동을 무사수행한 후 성공적으로 귀환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번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공식적인 결론이 나온다면, 북한은 넌덜머리날 정도로 같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한 것이 되며, 한국 역시 과거 교훈을 잊고 똑같은 미스를 저지른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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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20 [12:54]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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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전체목록
1947년 도쿄에서 태어남. 메이지가쿠인대학 영문과 졸업후 신문기자(10년)를 거쳐 이후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1980년 북한 취재 방문.
1982년 한반도 문제 전문지 '코리아 리포트' 창간. 현재 편집장.
1985년 '고베 유니버시아드'에서 남북공동응원단 결성, 통일응원기 제작.
1992년 한국 취재 개시 (이후 20회에 걸쳐 한국방문).
1997년 김영삼 대통령 인터뷰
1998년 단파 라디오 "아시아 뉴스" 퍼스낼리티.
1999년 참의원 조선문제 조사회 참고인.
2003년 해상보안청 정책 어드바이서.
2003년 오키나와 대학 객원교수.
2006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인터뷰

현재 "코리아 리포트" 편집장, 일본 펜클럽 회원.
니혼TV, 후지TV 등 북한전문평론가, 코멘테이터로 활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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