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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살면서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간노 아줌마 기자의 제멋대로 서울 이야기 (5)
 
간노 도모코
남편과 오랜만에 쇼핑을 나갔을 때 이야기다.

시계를 보고싶다는 남편을 따라서 시계매장에 가서, 쇼 케이스 속의 시계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살 생각도 없으면서 손에 시계를 차보는 남편에게 절반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옆에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커다란 그림자가 나를 뒤덮었다.
뭐지? 하고 돌아보니 키가 큰 젊은 커플이 내 뒤에서 덮칠 것 처럼 비켜달라는 듯  몸을 내밀고 있었다.

"그럼, 보세요" 하고 자리를 비켜주면 될 것을 왠지 모르게 나는 화가 나서 모른 척하려고 했다. 그러자 이런 나를 남편이 보고 내팔을 잡아당겼다. 어쩔 수 없이 그 공간을 비워주었다. 

그 뒤에서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남편은

"항상 양보하는 정신이 없다고 나한테 불평하는 주제에, 어른답지 않은 행동은 하지마"

라고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나도 지지 않고
"당신도 운전중에 양보 안 한 적이 많잖아!" 
이쯤 되면, 얘들 싸움이 된다.
나름대로 한국생활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뭔가 익숙치 않은 것과 부딪치거나 줄을 서야 할 때, 불쾌하게 생각되는 것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아마 내가 민감한 것일지도 모른다.

얼마전 백화점 식품 매장 계산대에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나보다 나중에 온, 내나이와 비슷한 연배의 중년 여성이 끼어들어, 내가 골라 사려고 하는 물건과 같은 곳에 상품을 놓더니, 지갑에서 천천히 돈을 꺼내서 내 앞에서 팔랑팔랑 흔드는 것이었다.

평소 줄 서있는 순서 보다도 먼저 상품을 계산대에 놔두는 사람이 종종 있어서, 그 자체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돈까지 내 앞에서 펄럭이면서 꺼내 놓는 것에는 정말로 한마디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저, 죄송한데요. 여기 줄 서 있잖아요..."
그러자 갑자기 그 여성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윽고 계산 순서가 되어 내 상품을 먼저 계산대 쪽에 두자, 이번에는 그 여성이 나를 확 째려봤다. 분명 내가 먼저 줄을 섰고,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내가 한마디 했다고 확 열받은 것일까. 

무거운 것이라면 먼저 계산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바쁘면 바쁘다고 말하면 될 것을, 새치기는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꽤 자주 있어서 일일이 신경쓰지 말자고 다짐해도 아무래도 기분이 영 개운해지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부부 동반으로 한국에 놀러온 60대 일본인 대선배에게 하니까, 와하하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일도 있다니...재미 있네. 그 상대편에게 간노도 한 마디 더 해주지 그랬어. 아무래도 속으로 참을 수 없다면 한 판 붙는 게 좋아. 내가 최근 발견한 사실인데, 일본이 언제부터 그렇게 얌전해졌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  다들 전철에서도 느릿느릿 움직이고, 풀린 눈으로 휴대전화를 만지거나 하지. 얼마 전에는 버스에서 흔들려서 뒷사람 발을 밟았어. 그래서 머리를 숙이니까 상대가 놀란 얼굴로 돌아보더라고. 옛날 일본 같았으면 이미 말 싸움 났지. 그런데 그게 좋아. 주먹다짐까지는 좋지 않겠지만, 말다툼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있거든. 거기서 반성을 하거나, 여러가지 발견을 하게 되니까" 
 

©jpnews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한국 지하철 안에서 노인끼리 싸우는 광경이 생각났다. 노인이나 임산부, 장애인을 위한 노약자석에 초로의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나중에 탄 노인이 그 사람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했다. 소리도 크게 들렸다. 요지는 이거였다. 

"당신은 나 보다 상당히 어리게 보이는데, 그렇게 건강한 몸으로 왜 여기에 앉아 있어?"
아니, 앉아있는 사람도 분명 노인으로 서있는 사람도 그렇게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그런 이야기를 상대에게
"저도 보시는 바에 같이 노인입니다."
이런 말을 듣자 마자 그 사람은
"나는 **년생인데, 당신은 몇살이야?"

결국, 앉아있던 노인이 5살 정도 어린 것이 판명됐다.

"자리에 앉고 싶으면 앉고 싶다고 말하면 될 것을..."
5살 어린 노인은 그런 말을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른  차량으로 건너갔다. 이 말다툼은 상대편을 굴욕적으로 만들지 않았고, 왠지 유머러스한 분위기라서 주위 승객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조용하게 씁쓸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그래, 할 말은 하자. 태도도 확실히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어디선가 부딪친 상대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고 "실례했습니다""미안합니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 왠지 그 모습이 '순수하다'고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런 사람을 보고 있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다. 

정말로 사소한 것이긴 하나, 타인을 불쾌하게 하지 않는 여유라는 것이 점점 없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반면교사로 의식돼 스스로를 뒤돌아보려고 하니까. 이것도 역시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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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23 [06:57]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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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노 도모코(菅野朋子). 1963년 센다이 출생


주오대학(中央大学)을 졸업. 신문사 광고국, 주간지 기자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주로 일본의 주간지, 월간지에 한국관련기사를 쓰면서 논픽션분야에서 독자적인 취재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좋아하면 안되는 나라, 한국 J-POP세대가 본 일본'(단행본), '좋아하면 안되는 나라. 한국발! 일본를 향한 눈길'(단행본, 제목이 알기 어려우나, 한국사람이 본 일본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둘다 문예춘추 간행). 고스트 라이터로서는 '두손가락의 피아니스트'(신초사).


번역서로는 '히딩크 자서전 한국을 바꾼 남자'(문예춘추, 원서 『My Way/Guus Hiddink/조선일보사)、『나의 제자, 김정일에게 고한다』(신초사、원서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김현식지음/김영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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