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신문은 3월 17일 1면 탑으로 서울지국장 구로다 가츠히로의 '김현희는 죽을 수 없다'라는 칼럼을 실었다.
이 글은 이번 '김현희'와 '다구치 야에코'가족과의 만남을 보도하면서 일본 언론들이 '김현희'를 '전사형수'라고 기묘한 호칭을 쓴다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김현희가 저지른 범죄때문에 다른 사람을 높힐 때 사용하는 '상(さん)'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 때문인데, 이제 그에게도 '-상'이라는 호칭을 붙여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한다. 김현희가 그동안 김일성,김정일숭배로부터 완전히 전향했고, 북한의 놀랄만한 실태를 세계에 알리고 있으며 일본인 납치 문제해결에 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만약 '-상'이라는 호칭에 위화감을 느낀다면, '김현희 전 공작원'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라며 '전 사형수'라는 애매한 호칭은 이제 바꿀 것을 주문했다.
이 글의 나머지 부분은 kal기 폭파사건이 발생했을 때 구로다 지국장이 느낀 감상과 북한이 'kal기'사건 말고도 '버마 아웅산 폭파사건' 을 포함해 얼마나 극악한 테러를 저지른 나라인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북한의 일본인납치도 그런 일련의 북한의 테러행위와 같은 선상에 놓였음은 물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현희'는 북한의 이런 악행을 증언할 증인으로서 가치가 높고, 그것이 그녀의 역할이므로 북한체제가 변하고 붕괴할 때까지 죽을 수 없다는 게 구로다 지국장의 요지다.
구로다 가츠히로 서울지국장을 일본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黒田の韓国に対する論評は、主に北朝鮮・韓国の朝鮮民族に見られる、伝統的な歪んだ民族主義を生み出す悲惨な歴史を、擁護、隠しつつ(間接的に)批判するような論調で知られ、背景には、韓国・朝鮮民族に対する敬愛が感じられる。
구로다의 한국에 관한 논평은 주로 북한이나 한국 등 조선민족에게서 보여지는 전통적으로 왜곡된 민족주의를 만들어낸 비참한 역사를 옹호, 숨겨가면서(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논조로 알려져 있고, 그 배경에는 한국,조선민족에 대한 경애가 느껴진다.
일본인들에게 구로다 지국장은 한국통이면서 한국에 대한 비판과 애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쓴 칼럼을 놓고 보면 '북한'의 '악행'을 증언할 가치로서 김현희는 있어도, kal기로 희생당한 유족들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다. 그에게도 '김현희'는 그저 북한을 비판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단'일 뿐이다.
결국 '김현희는 죽을 수 없다'라고 칼럼에서 그는 '김현희'라는 한사람의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김현희'라는 도구로서 가치가 있다는 논조다.
'인간'을 수단화 시키는 '북한'과 그런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구로다 지국장과의 차이라는 게 과연 있는 것일까. 싸우면서 닮아간다고, '북한'이 테러에 이용한 '김현희'와 '구로다'가 쓰는 '김현희'의 용도에 그리 큰 구별이 가지 않는다. 또한 일본 위키 백과에 쓰여있던 한국,조선민족에 대한 경애도 느껴지지 않는 칼럼이다.
오히려 정권에 따라 부침이 심했던 그녀를 '인간 김현희'로 다뤘으면 보다 설득력있는 '서울로부터 편지'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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