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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살면서 국제결혼을 실감했을 때
[간노 아줌마 기자의 제멋대로 서울 이야기] 부부란 무엇일까
 
간노 도모코

한국에 온지 얼마 안돼서 이런 말을 들었다.

"국제결혼 하시다니, 용기 있네요."

"일본을 떠나서 한국에 오기로 결심 하기까지 상당한 각오가 필요했죠?"

"인생의 큰 결심을 하고 한국으로 건너오셨군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기로 결심했을 때 언젠가 한국에 올 거라고 생각했고, 한국사람과 결혼한다기 보다는 결혼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상대가 어느 나라 사람인 지는 별 문제가 안 됐다. 남편이 일본어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 끌리긴 했다.

결혼하려고 생각했을 때 아버지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남편을 소개했으나, 그때도 한국인이라기 보다 남편 될 사람을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신경쓰였다. 다행히 어머니는 왠일인지(?) 남편을 마음에 매우 들어하셨던 거 같다. 반대는 전혀 없었다. 남편 집에서도 반대는 없었다고 한다. 뭐, 사실 확인여부는 불투명하지만...(웃음)

그런데 막상 한국으로 갈 마음 먹었을 때는 '정말 일본을 떠난다니...'라고 감상적인 기분이 됐다. 부모와 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했고 한국에서 아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국과 일본은 비행기로 약 2시간이라는 짧은 거리. 외로워지면 가끔 일본 돌아가면 될 거고, 아무리 노력해도 한국 생활에 적응 못하거나 남편 문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때야말로 마음 굳게 먹고 일본으로 돌아오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흔히 말하듯이 큰 결심을 한 것도 아니고, 상당한 각오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국제결혼을 했다는 의식도 거의 없었다. 식생활도 다르고 작은 부분에서 세세한 차이가 있긴 했지만 그게 특별히 남편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그 사람 개인 성격때문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물론 국제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다툴 때는 '부부 한일전'이 된다. 다만 정치적인 화제는 암묵적인 양해로 되도록 입밖에 내지 않았고, 그 대신 스포츠에서는 서로 절대 양보하지 않기로 했다.

축구는 한국이 단연 강하다고 생각했고, 일본팀은 실력이 뒤쳐진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래서 2006년 월드컵 때도 붉은 티셔츠를 입고 나도 한국팀을 응원했다.

그러나, 야구는 양보할 수 없었다. 나는 어렸을 때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로 엄청난 야구팬이기도 했다. 따라서 상대가 한국이라는 것 보다, 일본 야구팀이 어느 나라에게라도 진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2년 전 wbc 때도 남편과 둘이서 한일전을 보면서 서로 한치의 양보 없이 집에서도 한일전을 펼쳤다. 일본팀이 안타를 치면 나 혼자서 물결을 쳤고, 함성을 질렀다. 한국이 점수를 따면 남편이 춤을 추며 와...라고 소리를 질렀다.

올해 동계 올림픽 때는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결같이 열심히 뛰는 김연아, 아사다 마오 선수 둘 다 대단하다고 생각해 마음속으로 둘을 응원했다.

▲ 결혼? 국제결혼? 부부? 


그런데, 최근 정말 국제결혼 했구나라고 피부로 느끼게 된 일이 있었다.

3월말 일어난 '천안함' 침몰사건이다. 이 사건은 일본에서도 관심이 높아 아는 주간지 기자로부터 사건과 관련해 일본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려고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때 들은 이야기가 neo(비전투원 대피활동) 문제였다. 이것은 만약 외국에서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경우 재외 일본인을 구출하는 내용으로 유사시에는 주한 일본인에게도 적용된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었지만, 그렇다! 그런 사태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만약 비상사태가 일어난다면 일본인인 나는 일본으로 강제로 돌아가게 되는 몸인 것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했다. 그랬을 때 나는 혼자서 일본에 돌아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는 있는 것일까. 갑자기 진지하게 느껴졌다. 국제결혼이란 게 이런 거구나. 같은 나라 부부라면 이런 일로 고민할 필요가 없을텐데. 생각치도 않은 일로도 그럴 수 있겠구나는 생각까지 하게 되자 스스로 놀라면서도 답은 금방 나왔다.

부부란 10인 10색으로 여러 형태가 있다. 부부가 걸어가는 길도 산전수전,  결코 순탄한 시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늘 한결같이 사랑하며 부부생활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예외고, 보통 몇년이나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부부 싸움도 하고 서로 부딪치면서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공기와 같이 스며드는 것이 부부인 것 같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만약, 비상사태가 일어나 일본에 돌아갈 일이 생겨 혼자 돌아가버린다면 그것 자체로 심하게 후회할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그런 생각에 끌려다닌다니 정말 싫다.

그래서 싸움 상대로 부족함이 없는 남편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슨 일이 생겨도 이곳에 남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웃음) 그리고, 좋은 계기는 아니지만 진중하게 국제결혼이라는 것을 곱씹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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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6/06 [06:20]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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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노 도모코(菅野朋子). 1963년 센다이 출생


주오대학(中央大学)을 졸업. 신문사 광고국, 주간지 기자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주로 일본의 주간지, 월간지에 한국관련기사를 쓰면서 논픽션분야에서 독자적인 취재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좋아하면 안되는 나라, 한국 J-POP세대가 본 일본'(단행본), '좋아하면 안되는 나라. 한국발! 일본를 향한 눈길'(단행본, 제목이 알기 어려우나, 한국사람이 본 일본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둘다 문예춘추 간행). 고스트 라이터로서는 '두손가락의 피아니스트'(신초사).


번역서로는 '히딩크 자서전 한국을 바꾼 남자'(문예춘추, 원서 『My Way/Guus Hiddink/조선일보사)、『나의 제자, 김정일에게 고한다』(신초사、원서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김현식지음/김영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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