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사이타마 수퍼아레나 콘서트 박용하 © mnet | |
한국 연예인의 연이은 자살 소식이 일본 사회에도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이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될 정도로 시스템이 정비되어 있고, 그만큼 소비층도 많기 때문에 한국 연예인 자살 소식이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은 여겨지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 6월 30일, 허망하게 세상을 달리한 박용하의 소식은 일본에 한류 열풍을 일으킨 1세대 한류스타라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30일은 남아공 월드컵 일본 대표팀이 8강 진출에 실패한 날로 일본 미디어가 월드컵 뉴스 일색이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월드컵과 거의 비슷한 비율로 박용하 관련 속보가 보도되었다.
일본 미디어의 반응은 "충격적이다", "겨울연가의 그가 자살을 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을 시작으로, "왜 한국 연예계는 자살이 끊이지 않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게다가 박용하는 일본에서 앨범을 발매한 직후로, 전국 투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연 자살을 선택해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2005년 한참 인기가 많았던 여배우 이은주가 돌연 자살한 이후, 한국 연예계의 자살 소식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2007년에는 가수 유니, 배우 정다빈이 자살을 택했고, 2008년에는 배우 안재환, 최진실, 2009년에는 장자연, 2010년에는 최진영까지 세상을 달리 하면서 일본에도 크게 보도되었다.
일본 언론이 분석하고 있는 한국 연예인 자살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이 평판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니, 정다빈, 최진실, 트랜스젠더 연예인 장채원, 커밍아웃한 연예인 김지후 등은 악플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선택했다며 일본인에 비해 한국인은 인터넷 평판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은 발달된 인터넷만큼이나 인터넷 공간에서 정보교환도 빠른 편인데, 잘못된 소문이라도 불 붙은 듯 퍼져나가게 된다. '공인'이라는 타이틀로 연예인의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이라도 기준에 벗어나면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되고, 이것은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한국 연예인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박용하의 자살 원인에 대해서도 표면적으로는 아버지의 병환이나 금전문제로 밝혀졌지만, 병역회피문제로 네티즌의 질타를 받은 것이나, 일본 활동과 달리 한국 활동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데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일본의 자살 연예인을 살펴보면, 1986년에 돌연 자살로 팬들이 따라서 자살을 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를 낳았던 아이돌 오카다 유키코, 1998년 자살의혹이 있었던 x japan의 히데 등이 있었고, 최근에는 2009년 가수 가토 가즈히코, 2008년 아나운서 가와다 아코 등으로 한국의 자살붐에 비하면 심각한 편은 아니다.
일본 인터넷 매체 j-cast는
"한국은 사회 저변에 깔린 유교의 영향으로 가족간의 의무감을 강하게 여기는데, 일과 가족을 양립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어 고민하는 연예인이 많다"고 보았고, 석간 후지는
"한국은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스트레스가 쌓이는 환경이다"며 "한번 비난을 받기 시작하면 그걸로 끝이어서 누구한테도 털어놓지 못하고 고민하는 연예인이 많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