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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방송 시대! 시각장애인들 불편해
디지털방송 시대 전면 실시 1 년 앞둔 일본 시각장애인계 대응
 
신경호 (동화작가)
지금 일본 방송계의 가장 큰 관심은 무얼까? 그것은 1 년 앞으로 다가온 '디지털 지상파 전면 실시'일 것이다.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디지털 방송으로의 변화를 앞두고 방송의 큰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2000년부터 디지털 방송을 준비해온 일본은 준비기간 10년이 되는 2011년 7월 24일로 그동안 송출하던 아날로그 방식의 지상파는 중지되고 디지털 방송이 전면 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아날로그 텔레비전 수상기로 tv를 시청하던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볼 수 없게 된다. 텔레비전을 보려면 디지털 수신이 가능한 수상기로 교체하거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컨버터를 설치해야한다.
 
변화는 단순히 디지털 수상기로의 교체뿐만이 아니다. 아날로그 신호체계에서 디지털 신호체계로 교체되면서 겪게되는 변화는 보통의 상상보다 훨씬 놀라울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놀라울 만큼의 변화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까하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청각이나 시각장애로 인해 정보 접근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던 사람들에게 디지털 방송 시대는 어떤 변화로 다가올까?
 
▲ 일본 지상 디지털 방송 홍보 캐릭터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이런 변화에 일본의 시각장애인도 대응하기 위한 세미나가 바로 디지털 전면 실시 1년을 앞둔 시점인 지난 7월 24일 토쿄 신주쿠에 소재한 일본맹인연맹회관에서 열렸다. 세미나는 크게 시각장애인들이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방송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새로운 매체의 시연과 전문가들의 포럼순으로 진행되었다.
 
1부 첫 번째 순서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방송의 시청을 시연하였고 두 번째 순서로는 현재 시각장애인 및 고령자를 위해 개발된 텔레비전 수상기의 시연이 있었다.2부 순서에서는 1부에서 시연된 내용을 토대로 하여 전문가들이 다가올 디지털 방송에서 시각장애인등 정보 소외 계층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본맹인연맹과 전일본시각장애인정보제공협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멀리 홋카이도에서부터 관서의 오사카까지의 시각장애인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 약 100여명이 참가하여 디지털 방송 실시애 대한 시각장애인의 대응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세미나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1부 순서는 실질적인 시각장애인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순서였다고 보여진다.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각종 기기가 디지털화 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은 오히려 불편하다는 불평을 토로하곤 한다. 텔레비전을 예를 들면 과거에는 채널을 돌리고 볼륨을 조절하는 동작이 텔레비전의 작동과 관련된 거의 모든 동작이었다.
 
이런 시대에는 시각장애인도 모두 텔레비전 작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텔레비전의 기능이 다양화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은 반대로 텔레비전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새로운 텔레비전들은 화면에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각종 설정 화면을 표시하도록 만들어져 왔기 때문이다. 디지털로의 변화는 이런 점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이다.
 
특히 단방향에서 양 방향으로 변화면서 시청자와 방송제작자간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화면의 표시되는 문자를 리모콘으로 조작하는 방법을 채택하게 되면서 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1부 첫 번째 순서로 (주)라빗토의 콘노씨는 컴퓨터를 이용한 방법을 설명하였다. 즉 텔레비전 수신이 가능한 usb 타입의 수신카드를 자신의 컴퓨터와 연결하고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이용할 때 사용하는 스크린리더(화면을 읽어주는 시각장애인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텔레비전 시청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 시연은 좀더 현실에 맞는 프로그램이었다. 현재 일본에는 두 회사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텔레비전 수상기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와 파나소닉의 경우 텔레비전의 화면에 표시되는 문자를 읽어 줄수 있는 제품을 올해부터 출시한 것이다. 바로 이 두 제품을 비교한 것이 두 번째 시연 순서였다.
 
실제 제품 시연을 통해서 디지털 방송의 '방송 편성표' 등을 텔레비전 수상기가 읽어 주어 시각장애인도 혼자서 텔레비전 방송의 내용을 알 수 있었고 미쓰비시전기의 제품의 경우는 방송편성표를 읽어 줄 뿐만 아니라 편성표에 의한 방송 내용을 혼자서 녹화하거나 장르별이나 출연자별로 검색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텔레비전을 새로 구입해 처음 셋팅 과정에서부터 음성 안내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되었던 제품들의 경우 일단 화면을 볼 수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음성 기능을 선택한 뒤 시각장애인이 조작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미쓰비시전기의 텔레비전의 경우 이런 과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또 파나소닉의 제품의 경우에는 채널을 돌릴 때마다 "몇번 채널의 oo프로그램입니다'라는 식으로 음성 지원을 해주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각장애인의 편리성을 도왔다. 또 텔레비전을 켜거나 볼륨을 조절할 때마다 "띵. 띵"하는 신호음이 나오게 되어있어 시각장애인이 변화하는 과정을 알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런 알림 기능이 귀찮은 비장애인들은 비장애인 모드로 전환하면 보통의 텔레비전이 된다.
 
두 제품 모두 화면 해설 방송이나 자막 방송의 수신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재미있던 점은 일본의 경우 한자의 읽는 방식이 단어마다 다르기 때문에 화면에 나온 문자에 대한 읽기 오류도 있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텔레비전 시연을 담당했던 오사카 라이트하우스의 후즈이씨는 자신이 직접 지난 5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 632개를 대상으로 읽기 오류를 점검한 결과 양사 제품 모두 약 100회 정도의 읽기 오류로 약 16% 정도의 읽기 오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2부 순서에서는 1부에서 보여준 텔레비전 수상기의 제작사인 미쓰비시전기사와 파나소닉사의 관계자를 비롯해 일본맹인연맹, 전일본시각장애인정보제공협회, 방송 관계 전문 잡지기자등이 참가해 디지털 방송 시대를 대비한 정보 소외 계층의 정보 접근에 관하여 폭넓은 논의가 있었다. 이 세미나를 지켜보면서 내가 부러워 했던 일본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텔레비전 수상기 제품이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그동안 시각장애인계와 전문가 그룹 또 제품 개발사가 꾸준히 논의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임을 알게 되었다.
 
세미나 후 우리나라의 디지털 방송과 시각장애인의 방송 접근에 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 기술이 나타나고 있다. 방송의 경우 화면 해설 방송도 바로 그런 가운데 하나이다. 실제로 정보 소외계층이랄 수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화면해설 방송이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자막방송이 대안으로 많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방송 서비스의 경우 우리나라도 일본도 100% 지원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지상파 방송의 자막방송은 비약적으로 늘어 90%까지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 민방과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같은 상업방송에서는 자막방송을 거의 실시하지 않고 있다.
 
수화통역방송의 경우도 1990년대 중반에 실시되어 10년이 넘었음에도 지상파방송의 수화통역방송 비율은 4%에도 못 미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의 경우도 서비스가 실시된 지 9년이 되고 있지만 5%대에 머물러 있다. 2년 전부터 장애인 방송지원 사업으로 방송발전기금의 지원으로 지역 민방이나 케이블방송의 경우에는 수화통역방송을 일부 하고 있지만 화면해설방송의 경우에는 지상파방송 이외는 실시가 안 되고 있다.
 
더욱 문제는 화면 해설 방송을 실시해도 시청이 가능한 수상기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텔레비전 제품의 경우 자막방송은 거의 모든 제품에서 수신이 가능하나 화면 해설 방송은 시청이 가능한 제품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직접 나서 화면해설 수신기를 직접 보급하고 있다. 해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화면해설 방송 수신기를 청각장애인을 위해서 자막 방송 수신기를 직접 보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수신기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장애인단체에 위탁해 보급하고 있는데 화면 해설 수신기의 경우 시각장애인 당사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상태이다. 문제는 제품의 질이 매우 조잡하다는 것. 실제로 2008년과 2009년 보급된 제품의 경우 수신기를 보급받은 당사자들이 이를 처치하지 못해 곤욕을 치루는 실정이다. 제품의 불량률이 5-10%에 달해 받아 본 시각장애인들이 불만을 토로했고 수신 상태도 '음질이 형편없다'거나 '쉽게 열에 노출되어 위험해서 사용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에는 최소 모든 일반 시중의 텔레비전 제품에 화면해설 방송과 자막 방송 수신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이런 문제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벌이면서 예산 낭비와 함께 장애인과 비장애인용 제품의 구별을 부추기는 면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도 내년 6월 2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점점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고 디지털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이런 엄청난 방송의 변화에 맞춰 진보된 기술을 정보 소외 계층도 누릴 수 있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는 단지 몇 푼의 예산을 늘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실제 일반 시중의 제품에서 시각장애인들도 사용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하는 점이 중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그것이 바로 더불어 사는 사회이고 진정한 베리어가 없는 사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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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7/27 [17:05]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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