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o-east 이벤트 회장에 긴 행렬이 늘어섰다. 특히 회사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들른 것으로 보이는 셔츠 차림의 회사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영화 '꽃과 뱀3' 개봉을 기념해 개최된 '고무카이 미나코의 긴박(緊縛 : 로프 등으로 신체를 묶는 행위) 나이트' 행사다. 3,500엔의 다소 비싼 티켓가격은 상관하지 않는 듯, 입구에 모인 사람들은 삼삼오오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 행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3가지 키워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영화 '꽃과 뱀' 시리즈다.
일본 작가 단오니로꾸(団鬼六)가 1961년 발표한 s&m(새디즘 앤 마조히즘 : 상대방에게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그런 고통을 받음으로써 쾌락을 얻는 행위) 장르소설 '꽃과 뱀'은 그전까지 경제 소설 등을 연재하던 무명작가 단오니로꾸를 '일본을 대표하는 관능소설 작가'로 부상시킨 작품이다.
내용 역시 파격적이다. 평범한 여성이 갑작스럽게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하며 가학과 피학, 쾌락으로 점철된, 이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는 내용은, 과감한 필치와 에로틱한 성애장면의 묘사로 성인독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작품은 무려 8번이나 영화화됐으며 이번 '꽃과 뱀3'가 그 8번째 작품이다. 특히 2004년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어져 개봉된 스기모토 아야 주연의 '꽃과 뱀' 시리즈는 사회적인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1억 5천만엔의 흥행을 기록했다. 주연 스기모토 아야는 이 영화로 섹시 이미지를 구축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라서기도 했다.
작품과 함께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긴박(緊縛) 행위다.
s&m플레이의 한 종류인 긴박 행위는 일본에서 생겨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s&m플레이가 성행하는 유럽 등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행위로서, 상대방을 밧줄 등으로 묶어서 구속시키거나, 구속당하며 쾌락을 얻는다. 긴박은 수갑 등이 존재하지 않았던 에도시대에 밧줄로 사람을 연행하며, 그 같은 행위를 통해 성적 흥분을 얻게된 사람이 증가했던 것을 기원으로 보고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av나 성인물 등에 등장,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있다. 밧줄로 상대방을 묶으며 긴박 플레이를 주도하는 사람을 일본에서는 '긴박사(緊縛師)'라고 부르는데, 인정받는 긴박사의 수도 꽤 된다. 유럽 등지에서도 명성이 높은 세계적인 긴박사도 존재하며, 이번 이벤트에 참가한 아리스에 고(有末剛)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주연으로서 출연하며 새로운 '꽃과 뱀' 시리즈의 출발을 알린 고무카이 미나코(小向美奈子)다.
▲ 고무카이 미나코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1985년생 고무카이 미나코는 청순파 그라비아 아이돌로 시작해 일본 연예계에 몸을 담갔다. 귀여운 얼굴과 볼륨있는 몸매로 인정받던 청순파 아이돌은,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신인 탤런트였다.
그러나 2008년, 그녀는 소속사로부터 갑작스러운 강제 해고를 당한다. 해고 이유는
"본인의 컨디션 불량, 정신적 불안정, 소식 불통 등이 겹쳐 더 이상 연예계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
고무카이는 이에 반발하며 그 해 11월, 주간지 '주간 포스트'에
"내가 있던 세계의 부업은 매춘이었다"는 타이틀과 함께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대략적인 내용은
"그라비아 아이돌을 재벌 등에게 소개하며 돈을 챙기는 부류가 있으며, 부업이 매춘이 되버린 그라비아 아이돌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나는 하늘에 맹세코 (그러한 행위를)절대 한적이 없다"며 양심 고백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그녀를 '파란만장한 인물'로 대중에게 각인시킨 사건이 발생한다. '마약 복용 사건'이다. 교제하던 남성의 집에서 미량의 각성제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된 고무카이는
"교제 남성에게 (마약 복용을) 강요당했다. 거절하면 폭행당했다"며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도쿄 지방법원은 그녀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판결했다.
판결 후 고무카이는
"앞으로 같은 나이대의 여자아이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예상을 깨고 아사쿠사의 유명 스트립극장에서 스트리퍼로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평범하게 지내고싶다는 그녀는 이전보다 더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꽃과 뱀3' 주연으로도 발탁됐다.
이벤트가 열리는 무대는 축축한 습기와 어두운 조명이 비춰지고 있었으며, 무대 한가운데에는 자극적인 비트의 음악과 함께 영화 '꽃과 뱀3'의 다이제스트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인 입장객들은 한 손에 맥주와 음료수 등을 들고, 기대감에 가득찬 모습을 보였다. 스탠딩 공연으로 이뤄진 이벤트장 내부는 1,000명에 달하는 입장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윽고 시작된 긴박쇼. 약 30분에 달하는 시간동안 긴박사의 숙달된 손놀림과 함께 밧줄이 고무카이의 온 몸을 동여맸다. 고무카이는 긴박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긴 듯 평온해보이는 표정이었다. 긴박사의 손에 맞춰 관람석에는 숨죽인 긴장감이 흘렀지만, 하나의 포즈가 완성될 때는 박수도 터져나왔다.
▲ 긴박 나이트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쇼가 끝나자 특별 토크쇼가 이어졌다. 주연 고무카이와 긴박사 아리스에 씨, 특별 게스트로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집필한 인기 소설가 릴리 프랭키 씨가 참가했다.
고무카이는 영화에 출연한 소감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까지 펼쳤다"며
"영화적 완성도는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또 이벤트에서 밧줄에 묶인 소감에 대해
"몸이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영화 때보다 아프지 않았다"며 보기만해도 아파보였던 모든 포즈가 수월했음을 밝혔다.
그녀는 또
"처음에는 무작정 아프기만 했다"면서도
"이제는 밧줄에 묶이면, 머리에 피가 몰려서인지는 몰라도 몸이 왠지 뜨거워진다"며 바뀌어가는 자신을 털어놓기도 했다.
2000년도 '꽃과 뱀' 시리즈 1,2,3편의 모든 긴박연기를 지도한 긴박사 아리스에 씨에 대해 고무카이는
"처음 만났을 때는 무서웠다. 만나자마자 나를 밧줄로 묶더니 풀고 나서는 '잘하네. 앞으로도 잘 부탁해'라고 한 마디 하더니 사라졌다"고 에피소드를 밝혀 웃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금까지 1만명 이상의 여성을 밧줄로 묶었다는 긴박사 아리스에 씨는
"나에게 밧줄은 손의 연장이다. 긴박 행위는 상대방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는 것과 같다"라고 정의하며
"긴박 행위를 통해 여성을 꽃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 아름답게 피울 수 있도록 항상 연구하며 노력한다"고 밝혔다.
고무카이에 대해서는
"첫 대면부터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고무카이의 몸은 매우 유연해 긴박 연기를 펼치기가 수월했다"며 칭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여러분에게 쇼를 펼칠 수 있다는 사실도,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긴박 행위는 일본 고유의 문화다. 사랑을 표현하는 한 행위로서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별 게스트로 참가한 릴리 프랭키 씨는
"나는 원래부터 s&m 플레이를 좋아한다" "이상형은 변태같은 여자다"라는 파격 선언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긴박 쇼는 환상적이었다"고 밝힌 후
"아리스에 씨의 손은 특히 아름다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회장에 박수 소리가 터지는 등 열기로 뜨거웠는데, 나는 그냥 멍하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하며 좌중의 웃음을 산 후
"꽃과 뱀 시리즈의 팬이다. 이 시리즈는 나를 솔직하게 만든다"며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끝을 맺었다.
■ 고무카이 미나코 긴박 나이트 현장
▲ 긴박 나이트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긴박 나이트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긴박 나이트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긴박 나이트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긴박 나이트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긴박 나이트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쇼를 마치고 환한 얼굴의 고무카이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긴박사 아리스에 고 씨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소설가 릴리 프랭키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고무카이의 다리에 남은 밧줄 자국 ©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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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크쇼가 40분간 진행됐다.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 긴박 나이트에 참가한 코스프레 여성들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