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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가족내 관계단절' 위험수위 도달?!
아키바 무차별 살인, 오사카 살인엄마, 고령자 증발이 시사하는 것들
 
박철현 기자
▲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인극 이후 매년 6월 8일에는 헌화객이 몰린다.   ©jpnews/박철현

08년 6월 8월 일본 최대의 전자상가로 불리는 도쿄 아키하바라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보행자 천국이었던 이날 도요타 자동차 계열 부품회사에 근무하고 있던 가토 도모히로(加藤智大)는 2톤짜리 트럭을 몰고 아키하바라 대로를 질주했다.
 
트럭은 대로 사거리에서 보행자 5명을 치고 가로수를 들이 받았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잠시후 운전석에서 내린 가토는 쥐고 있던 군용 나이프를 닥치는 대로  휘둘렀고, 결국 14명이 가토의 칼에 찔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7명이 목숨을 잃었고, 10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일본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표적인 것이 도요타 문제다. 저널리스트 하야시 마사아키는 "사건 자체가 워낙 엽기적이기도 했지만 보다 큰 문제는 왜 그가 이런 짓을 일으켰는지 주류 언론들은 제대로 파헤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하야시는 "가토가 그 사건을 일으키게 된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직장에서의 트러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요타 자동차가 관련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이 직장내 트러블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즉 언론사는 자사의 거대 광고주인 도요타 자동차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자주규제(自主規制, 자기검열행위)를 하는 바람에 가토가 직장에서 받은 이지메, 스트레스 등에 관한 구체적인 원인규명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또 하나, 붕괴되어가고 있는 일본가족제도에 관한 주류언론의 문제의식 결여도 지적됐다. 이는 최근 본지가 단독심층보도한 '오사카 자녀 방치 아사사건'과 그 맥을 같이 한다. 
 
■ 관련기사 : 인터넷에서 '착한 엄마' 행세한 '살인엄마' 시모무라

아키하바라 살인사건 당시 일본주류언론들은 가토의 엽기범죄행각을 시간순으로 다뤘다. 몇 시 몇 분에 어떤 행위가 있었고 그 이후에 뭐가 있었고, 편의점에서 뭘 샀고... 범죄 자체와 관련된 모든 요소들을 세세하게 다뤘다.
 
사건발생 2년이 지난 현재 당시 가토의 가정환경이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오사카 '살인엄마' 시모무라가 10년전인 13살 때부터 교사였던 부친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던 것처럼 가토 역시 아키하바라 사건이 일어나기 몇년전부터 교사 아버지를 둔 가족들간의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없었다. 

▲ 3살, 1살된 자신의 아이를 굶겨죽인 시모무라 사나에 
 
주간문춘 최신호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날 아오모리에 있던 가토의 부친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가 아오모리에 있다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했다. 가토는 이미 3년전에 관동지역으로 상경했으므로 이 말은 곧 부친과 3년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실제 가토가 범죄를 저지른 다음 날 자택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가진 그의 부친은 다음과 같은 말로 그들의 가족이 어떤 상태인지 밝혔다.
 
"우리 가족관계는 (사건 전부터)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저번에 경찰이 아오모리까지 찾아와 증인심문을 벌였지만 아내와 따로따로 조사를 받았다. 가토가 사건을 일으킬 당시 이혼신청 중이었고 연락하지 않은지 오래 된 상태였다. 그 녀석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확실해졌을때도 충격보다는 '역시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토는 가장 최근 열린 재판심리에서 "유일한 안식처인 인터넷 게시판에 누군가가 장난질을 쳐 화가 났다. 우발적인 범행이다"라고 주장, 계획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유일한 안식처'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그에게 '가족'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가토는 법정에서 "어렸을 때 엄마가 날 벌준다고 창문밖으로 집어 던지려고 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부친은 매일같이 술을 먹고 들어와 대화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부모의 이런 행위가 가토를 인터넷 게시판으로 인도했고 그 인터넷 게시판이 훼방받자 '우발적'으로 사건을 일으키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토의 부친은 이 주간지의 취재에 다음과 같이 반론했다.
 
"확실히 아내는 쉽게 감정적으로 변했고 나도 술을 자주 마셨다. 부부싸움도 꽤 많았던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고 아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쉽게 연결시키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쉽게 연결시켜서는 안되겠지만 최근 일본의 엽기범죄 및 아동학대 관련 범죄는 전체 범죄의 감소경향과는 달리 연일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시청의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동학대 범죄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3%가 늘어났다. 아동학대로 적발된 사람도 199명으로 20.6%나 증가했다. 일본전국의 아동상담소가 집계낸 아동학대 상담건수 역시 계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09년에는 4만 4210건으로 나와 08년에 비해 1,546건이나 늘어났다. 이 수치는 물론 사상 최고다.
 
비단 육아환경 뿐만이 아니다. 본지가 이미 보도했듯이 일본에서는 최근 수수께끼에 싸인 최장수 노인들의 죽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도쿄도내 두번째 장수자였던 111살 노인이 사실은 30년전에 이미 죽었다는 것, 그 다음날 도내 최고령 장수자였다는 113살 노인도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113살 초고령자의 가족들은 "어머니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조차 모른다"라고 말했다. 딸이 어머니의 생사조차 모른다? 이런 사례가 고령자 행방불명 사건이 일어나면서 봇물 터지듯 나타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100세 이상 고령자 중 행방을 알 수 없는 이가 16개 지역에서 57명(8월 5일 현재 nhk보도)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게다가 이산(離散) 가족이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증가일로에 있다.   
 
'고독사 없는 마을 만들기'(다이아몬드사)라는 르포집을 상재한 모토키 마사히코 씨는 "혼자 사는 노인들은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없었고, 설령 혼자산다 하더라도 항상 가족들이 연락을 해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무리"라고 단언한다. 
 
그는 "공동체 개념이 붕괴되면서 가족공동체 개념도 끝났다"며 "안되는 걸 하라고 강요하기 보단 지역사회와 공공기관들의 체크, 복지기능을 강화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장수'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제언했다.
 
"보통 장수라면 손자, 증손자들에게 둘러싸여 아주 행복한 고령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100세 이상 고령자들의 행방불명 사태는 이런 장수가 아니라 가족들과 유리된 채 그냥 쓸쓸히 죽어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런 것을 과연 장수라 할 수 있겠는가?"
 
최근 불거진 고령자 이산가족 문제, 아키하바라 사건, 그리고 오사카 영아 살해 유기사건은 결국 일본가족 내 관계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이들은 따로 떨어져있지만 전부 연결돼 있다.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 가족 관계가 단절되면 이는 사회적 문제로 분출된다. 최근 일련의 일본 내 엽기 사건의 배경에는 이처럼 가장 가까워야할 가족간 관계의 단절이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일본사회는 지금 보다 더 많은 홍역을 치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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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8/05 [20:00]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해체 Nicholas 10/08/05 [22:13]
위 기사는 고령자 이산가족문제, 도요타 계열 부품회사 직원의 아키하바라 사건, 오사카 유기 사건이 따로 떨어져 있지만 전부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그저 사회 구조적으로 해석하려 하거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려 들곤 한다. 그 사이의 오해와 소통 부재는 어쩔 것인가.

한국은 어느 사상이나 이념을 수용한 이후 그 이념의 발생지보다 더 철저하게 지키려 한다. 일본도?

어느 순간 서구 문화를 통하여 '해체'라는 말은 가장 흔한 단어가 되었다. 그들의 해체는 무엇에 대한 '해체'인가? 위 기사처럼 가족의 해체인가? 수정 삭제
붕괴? zara 10/08/05 [22:36]
한국은? 몇몇 단편적인 사례로 쉽게 결론을 내린다... 점점 2ch 애들을 닮아갑니다. 감정을 가지고 현상을 본다면 그런 기사는 junk food이지요. 만약 구로다가 한국에 관한 이런 기사를 올리면 거품 물겠지요. 그래서 웃지요. 개그 콘서트 같애서요... 수정 삭제
문명사회? 태산 10/08/06 [01:59]
삶이 편리해지고 무병 장수, 그것만으로 행복한 세상일까?
인간들끼리 서로 사랑과 정이 넘치고 정직하고 투명한 세상,
이런 세상은 요원한가? 수정 삭제
오해와 소통 부재를 불러 일으키는게 뭘까. 난복잡한거 몰라 10/08/06 [13:32]
소통부재의 원인과..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들에 대한 철학적인 의문을 던질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대게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요소는.. 바로 경제적 흐름 즉 먹고 살기 위한 활동과 범위에 의해 결정되어진다.
먹고 싸고 하는 그런 생활 패턴을 쫓아가는거지. 뭐 별거있나?

일자리가 몰려 있는 비싼 땅값의 대도시에서 사는 노동자들은 좁은 공간안에서 대가족 생활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거고.. 당연히 대가족 개념은 해체되는거지.

특히 일본 같은 경우 부동산 버블 붕괴와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도요타 같은 거대기업의 신자유주의식 경영이 판을 치며.. 개인들은 더더욱 파편화되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정력이 소진되어 간거지. 그래 개개인들의 에너지의 소진 이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지. 그러다 보니 타인이 귀찮고 혼자서 편한 것만을 찾는 개인주의가 더욱더 문화를 파고드는거고.
소통이 필요하다는건 당연한건데..
그전에.. 우리가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 좋은 세상이 오는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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