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서점가에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1987년 출간된 ‘노르웨이의 숲’ 이래로 이번 신작 ‘1q84’는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부수를 갱신해나가고 있다.
jpnews사무실 뒤에는 1.5킬로 정도의 간다가와(神田川)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이 강가 양쪽에는 수 백여그루의 사쿠라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산보코스로서는 가히 환상적이다.
특히 4월에 피는 사쿠라 시즌이 되면 간다가와는 온통 하얀 사쿠라꽃으로 뒤덮인다. 흡사 거대한 눈밭 같다.
그래서인지 이 길은 만인의 산보코스로써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나는 사쿠라 나무 터널로 된 이 오솔길을 걸을 때마다 늘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어떤 이는 자전거를 타고, 또 어떤 이는 애완견을 안고 벤치에 앉아서 뭔가를 읽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연배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머리에 서릿발이 완연한, 그래서 한눈에 봐도 초로의 연륜은 훨씬 넘었을 법한 그런 연배, 즉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그 옆을 한무리의 조무래기들이 재잘재잘대며 지나간다.
참으로 고즈넉하고 평화스러운 풍경이다.
일본전철을 타다보면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이 책읽는 사람들이다.
소위 시타마치(下町)라고 하는 동네 어귀에 가면 영락없이 수십년 된 자그마한 책방이 있다.
심지어 일본의 남대문으로 일컫는 아메요코 시장 한복판에까지 서점이 있다.
평소 일본인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아예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여 있다.
때문에 핸드백에도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문고판 책이 잘 팔린다.
jpnews 사무실 근처에는 80대의 두 자매 할머니가 굳건하게 책방을 지키고 있다.
진열대 사이사이로 가득 쌓인 먼지만큼이나 두 할머니의 움푹 패인 주름고랑에는, 100년이 넘은 와세다대학생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할머니의 암산 실력.
책 네댓권의 계산은 간단히 암산으로 해결하고, 십여권이 넘으면 이내 드르륵하고 주판알을 튕긴다.
엄지검지로 모든걸 해결한다는 첨단(핸드폰)의 물질문명시대에, 아직도 두 할머니가 경영하는 책방 한구석에는, 메이지(
1868年
9月~
1912年
7月
)시대의 녹슨 타자기가 먼지를 수북히 뒤집어 쓴채 처박혀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 두 할머니의 책방을 필두로, 와세다대학에서 다카다노바바 전철역까지 가는 동안, 와세다도오리(早稲田通り)의 양쪽 길가에는 빼곡히 들어선 고서점 들로 저마다 유서깊은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일본대학가의 특징은 한국대학가처럼 유흥업소가 그다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고대로 지칭되는 와세다대학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고서점가가 형성 돼 있고, 연세대로 일컫는 게이오대학 주변은 변변한 찻집하나 없을만큼 황량하다.
일본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도쿄대학 주변은, 밥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럴듯한 식당 하나 없다.
그래도 누구하나 나서서 불만을 이야기하는 이가 없다.
아주 당연한 분위기다.
오늘도 간다가와 오솔길에서 70대의 한 할머니가 책을 읽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메요코 시장통에서 가죽 앞치마를 두른 초로의 중년남성이 서점을 나와 총총히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어느새 비린내나는 그의 손에는 책 한권이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