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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안아퍼? 일본 서서 마시는 술집
도쿄 시부야의 타치노미야를 찾다
 
안민정 기자
스탠딩 소바, 스탠딩 스시, 스탠딩 라멘, 카레라이스 등등 일본에는 서너평 남짓한 가게에서 후룩룩 후룩룩 들이마시듯이 소바나 라멘을 서서 먹는 남성들을 자주 보게 된다.오래된 역 근처라면 반드시 하나 이상은 있는 서서 먹는 가게.

왜 돈 쓰면서 서서 먹어야하나?라고 한다면.. 
 
이용하는 고객들은 서서 먹는만큼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빠른 시간 안에 식사를 마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가게 입장에서는 좌석을 만들지 않아도 되므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손님 회전이 빨라 한 명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충 배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용한다면 음식 빨리 나오고, 싸고 나쁠 건 없지만, 만일 '술'을 서서 마시라고 한다면 과연 한국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 벌 서듯이 술 마시는 것이 매력! 일본 서서 술집     ©jpnews
 
도쿄 번화가 시부야의 한 서서 마시는 술집.
 
▲ 의외로 여성들이 많은 술집 내부     © jpnews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꽤 북적북적하다. 대부분 서서 먹는 음식점들은 90%에 가까운 손님들이 남성인데 비해, 이 술집은 여성 비율이 꽤 높다. 그것도 뾰족한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 30분만 저렇게 서 있어도 다리 아플 것 같다.

두 개 정도 남은 테이블 중 겨우 하나를 차지하고 메뉴판을 보니, 생맥주가 300엔이다. 시부야 같은 번화가에서 생맥주를 마시면 보통 500엔 정도 하는데 일단 저렴한 가격에 흐뭇해진다.
 
맥주만 싼 것은 아니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꼬치구이 같은 안주가 2~3개에 3~400엔으로 천엔 한장이면, 꼬치구이 한 개에 맥주 두 잔을 마시고도 100엔이 남는다.
 
▲ 생맥주, 비엔나 소세지, 오징어 튀김은 모두 300엔 © jpnews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술값의 지불방식이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작은 바구니에 일정 금액을 꺼내놓으면 주문한 음식이나 술이 나올때 종업원들이 알아서 음식값을 가져간다.
 
그 자리에서 먹을 것을 주고 돈을 가져가므로 나중에 계산이 잘못됐느니 어쩌니 하는 싸움은 없다.
 
▲ 적당히 돈을 꺼내놓으면 가져다준 종업원이 음식값을 알아서 가져간다     ©jpnews

서서 마시는 술집 '타스이치'의 점장 타쿠사가와 씨. 엣지있는 스타일의 가게 분위기 만큼이나 점장님도 스타일이 좋고 말솜씨도 시원시원.
 
술집이 목 좋은 시부야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인지 이 가게를 찾는 고객은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젊은 여성들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가볍게 목 축이러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손님 회전율이 높아 그만큼 술이나 안주 가격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 서서 마시는 술집 점장     ©jpnews

일본에는 예전부터 시타마치(下町)라고 불리우는 길도 좁고 건물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민들이 사는 동네가 있는 데,  시타마치에 사는 서민들이 서너평 남짓한 좁은 가게에서 한 잔하고 가는 것이 서서 마시는 술집의 유래가 되었다고.
 
때문에 한국인의 눈에는 서서 마시는 풍경이 낯설어 보일지 몰라도, 일본인들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한다고 했다.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손님들이 몰려들면, 내 테이블, 네 테이블 없이 겸상을 하는 것도 특징. 맥주잔 하나 올려놓고 처음보는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서서 마시는 술집의 특징 중 하나이다.
 
지친 퇴근길에 풀썩 주저앉아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는 풍경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 사람을 들뜨게 하고 기분을 업 시켜주는 분위기에 한층 스트레스가 해소된 느낌이다.
 
서 있는 것을 못 견뎌하는 기자는 한 시간도 안돼 가게를 나오게 되었지만 말이다.
 


 

ⓒ 일본이 보인다! 일본전문뉴스 JPNews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입력: 2009/06/27 [16:09]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일본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모습 습니다 soseji 09/06/27 [23:28]
특히 첫번째 사진의
맨왼쪽.. 검은치마에 흰브라우스 아가씨.. 가슴 큽니다
아주 좋습니다 수정 삭제
물씬~ 진짜다 09/06/28 [01:57]
진짜 일본 정취가 물씬 풍겨요~ 수정 삭제
넘 재미있는 곳이네요! 살무사 09/06/28 [02:18]
서서 마시는 것은 안 반갑지만, 그래도 천엔 한 장으로 맥주한잔과 꼬치구이를 먹을 수 있다면 그까짓 다리 아픈 것쯤이야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일본에 가면 시부야에 가서 한잔 해야 되겠네요. 수정 삭제
재밌는 곳이긴 하지만.. 가을빛 09/06/28 [11:06]
서민들 술 한잔 앉아서 마실 공간도 없을만큼 땅값이 뛰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땅값이 뛰어도 스트레스 풀 곳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 같아 많이 씁쓸하네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지만...저렇게 불편하게 술마시는 모습 좀 안습.. 수정 삭제
한국에도 있었습니다 haha 09/06/28 [12:25]
기억은 잘 안나는데, 옛 조선에도 서서 간단히 술 한두잔과 안주 수정 삭제
우리도 예전에는 많았지. Conor 09/06/28 [17:16]
선술집. 말 그대로 서서 술을 마신다고 해서 선술집이라고 불렀어.
이름이 타치노미야(立飮み屋)인걸 보니 우리말로 번역하면 '서서 마시는 집', '선술집'이네. 수정 삭제
확실히 폭음은 하지 않겠네여...*^^* 오대오 09/06/29 [10:29]
간단하고 값싸게 한 잔 딱 하고 집으로 갈 수 있는 술집! 딱입니다!! 80년대 초반이었나요, 오비맥주가 '오비베어'라는 맥주집 체인점을 만들면서 저런 선술집 개념을 도입했었는데, 우리나라에선 크게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다시 생겨날지는 모르겠으나, 경제난과 주머니 사정 생각하면,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닐듯도 합니다...
수정 삭제
시부야 근처 서서 마시는 술집이;;; 신기한가 10/02/16 [01:02]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아니 일본 땅값 비싸단데 가보면 무지 많다;;
우리 나라나 이상하게 볼지 몰라도 일본은 이상한게 아니다 -_-;;
일본 한 번만 댕겨와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터 -_-;;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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