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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국민을 한데 섞어 반으로 나누면?
 
유재순
한일 양국의 국민성을 믹스(mix)해 버려

일본에서 오래 산 한국인이면 으레 이같은 말을 한다.
“한일 양국의 국민성을 하나로 버무렸다가 반으로 딱 갈라 놓으면 가장 이상적인 국민성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같은 생각이 비단 우리 한국인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비교적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전 일 때문에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에 있는 며칠동안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시간별로 짜 여진 타이트한 약속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신이 없었던 것은 도심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우선 거리의 간판부터가 너무도 산만했다. 들쭉날쭉 들어갈 데 나오고 나와야 될 때 불쑥 들어간 간판들이 너무도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또한 차도를 달리는 차들은 시내임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같은 스피드를 내고, 거기에다 너나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크랙숀까지 빵빵 울려댔다. 뿐만 아니라 어쩌다 버스를 탄 나는, 운전수의 갑작스런 급정거로 인해 뒤에서 앞으로 아찔한 스케이트를 탈뻔했다.

그 후 나는 버스를 탈 때마다 급정거에 대비해 손잡이의 끈을 사력을 다해 붙잡고 있지 않으면 안되었다. 왜냐하면 순간적으로 방심했다가 버스 바닥에 나뒹군 승객을 여럿 봤기 때문이다.

택시를 탔다. 하지만 택시도 여전히 정신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승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라디오는 켜져 저혼자 떠들고 있고, 운전수는 운전수대로 오는 전화마다 단 한번도 마다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수다를 떨었다.

전철안은 아예 전문적으로 전화하는 휴게소와도 같았다. 옆사람을 조금도 의식하는 일없이 소소한 일상사까지 핸드폰으로 주고 받았다. 헌데 가만히 들어보면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친구흉을 보는 사람도 있다.

음식점에 갔다. 이곳 역시 정신없긴 매한가지다. 일본에서 들을 때는 한국이 엄청난 불황을 겪고 있어서 음식점이 텅텅 빌줄 알았는데, 고급음식점 일수록 3,40분씩 기다리는 것은 예사였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지라 점심 저녁은 손님과 밖에서 먹을 수밖에 없어, 본의 아니게 서울시내 음식점을 순례하게 되었다. 그 때마다 놀라는 것은 터무니없이 비싼 음식값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일수록 손님은 넘쳐났다.

거리마다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하게 번쩍거리고, 사람들은 새벽까지 흥청망청 잘 놀고 잘 썼다.

그리고 다시 일본에 돌아왔다.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참으로 밋밋했다.

도심의 번쩍거리는 네온사인도 한국처럼 강렬하지도 않았고, 버스안은 전화거는 사람 하나없이 조용했다.

이튿날 jpnews사무실에서 신주쿠가는 버스를 탔다.
꼭 노인전용버스를 탄 느낌이다. 느려도 너무 느리다. 하긴 대낮에 버스를 타는 사람은 대부분 연로한 노인들이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승객들은 일단 정거를 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내린다.

솔직히 처음 버스를 탔을 때는 엄청 감동을 먹었었다.
일본버스는 일단 정차를 한 다음에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린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대낮의 경우,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 대부분이 노인들이다보니 특별히 안전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내가 눈물이 날 만큼 큰 감동을 먹었던 것은, 버스운전수의 진심어린 친절과 버스회사의 장애인에 대한 배려 차원의 시스템이었다.

일본버스는 꼭 의무사항인지는 모르겠으나, 출입구 바로 옆에 얇지만 큰 수납상자가 있다. 거기에는 넓직한 철판이나 나무판이 들어 있다. 이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탈 때, 인도와 버스출입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도구다.

버스운전수는 정거장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있으면 무조건 운전석에 서 내려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버스출입구 옆에 붙어 있는 수납상자에서 널판을 꺼내 인도와 버스출입구를 연결한다. 그 다음 장애인이 탄 휠체어를 천천히 밀고 버스 안으로 들어와 장애인전용 공간에 정착을 시켜 놓은 다음, 다시 운전석으로 되돌아간다.

이런 모습은 일본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어느 일본인에게 물어봐도 당연한 것 아니냐며 조금도 감동하는 기색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단한번’도 이 같은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나는, 처음 이런 광경을 목도했을 때 괜히 혼자 감동해서는 목적지까지 가면서 내내 찔끔찔끔 거렸었다.

전철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웬만한 전철역은 장애인이나 몸이 불편한 승객을 위해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 

장애인의 경우, 전철을 타면 전철 역원이 반드시 목적지 역을 확인한 다음, 해당역으로 연락을 해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몇시 몇분 몇 번째 칸의 전철을 타고 어느 역까지 갈 예정이니 맞을 준비를 하라는 내용의 연락을 해주는 것이다. 이 또한 일본인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배려다.

그럼에도 눈물이 많은 난 이때도 너무 감동을 해서 눈물을 찔끔찔끔 흘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 자신도 일본인처럼 이런 서비스를 아주 당연하게 생각한다. 일본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에만 다녀오면 이같은 감동이 되살아 난다.

일본은 역동적인 한국에 비하면 ‘죽은 도시’처럼 너무 조용하다. 시내에서 자동차가 크랙숀을 울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어쩌다 불피한 상황에서라면 몰라도 한국처럼 차선을 바꾸거나 추월을 하기 위해 크랙숀을 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전철안이나 버스안 등 공공장소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경우도 지극히 적다. 만약 전철안에서 휴대폰이 울리면 다음역에서 내려 통화를 한 후 다음 전철을 타는 것이 일반화된 일본인의 풍경이다.

저녁에 손님을 만나기 위해 신주쿠의 음식점에 갔다.
손님이 너무도 없었다. 점장의 말로는 손님들이 주머니를 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란다. 설사 술을 마신다고 해도 예전에는 2,3차까지 호기를 부렸는데 요즘에는 1차로 끝낸다고 말했다. 덕분에 매상율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음식값도 모든 메뉴에서 약 200엔 정도 내렸다고 한다.
일부 업소에서는 이같은 불황을 견디다 못해 이미 업종변경을 한 곳도 있다고 전했다.

그 점장은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일본인 특유의 절핍생활이 몸에 배였고, 또한 어떤 위기감을 느꼈을 때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섬문화’ 근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무튼 일본은 한국에 비해 너무 조용하다. 물론 예상치 못한 도리마살인(무차별살인사건)사건 같은 일이 일어나 깜짝 놀랄 때도 간혹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정말이지 '죽은도시'처럼 사람도, 사물도 마냥 조용하다.

차분하고 조용한 것은 좋은데 사람 사는 것 같은 생동감이 일본에는 없다. 말하자면 사람 사는 것 같은 ‘왁자지껄’함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오래 산 한국인들은 곧잘 이런 말을 한다. 한일 양국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가 반으로 딱 나누면 아주 기가 막힌 이상적인 국민이 나올 것이라고.

대단히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그래서 정이 많은 한국인과, 논리적이고 냉철하며 다분히 계산적인 일본인을 하나로 섞었다가 반으로 딱 나누면 진짜 이상적인 국민성이 나올 것이라고 말이다.

솔직히 내 생각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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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7/01 [14:37]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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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전체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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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 나카소네, 도이 다카코, 다케시타 노보루, 우노수상, 미치코 황후 인터뷰
[태국] 츄안 수상 인터뷰
[미얀마] 아웅산 수지여사 인터뷰
[필리핀] 마르코스 이멜다 인터뷰


<취재>
80년, 1년 8개월 동안 쓰레기매립장 ‘난지도’ 생활르포
83년, 3개월 동안 동남아시아 8개국 슬럼가 르포
85년, 1개월 동안 미국 입양아 현지 취재
88년, 사할린 르포
90년, 일본 부락민 산야 르포
2005-2006년, 3회에 걸쳐 북한르포


<그 외>
1987- 1994년 : 한국주간지 <토요신문> 일본 특파원
테레비 아사히 <아침까지 생방송 > 토론회 2회 출연
규슈 NHK 주최 <세계여성 8개국 여성 저널리스트 토론회 참석>


현재 : 일본 고단샤 발생 <주간현대> 북한담당 계약기자
아사히신문 월 1회 칼럼 연재 중
일본 전문 인터넷신문 'JPNews' 발행인


<저서>
한국 : 서울서 팔리는 여자들(1983.르포집)
벌거벗는 여자들(1984.르포집)
난지도 사람들(1985.장편소설)
여왕벌(1986.논픽션)
하품의 일본인(1994. 비평에세이)
일본여자를 말한다(1998. 에세이)
일본은 지금 몇시인가(2002. 르포집)

일본출판 : 쓰레기섬에서 살다(1986. 르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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