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녀가 싫어하는 일본 여성에 대해, 3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사와지리 에리카가 밀리고,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속칭 에리카님이라고까지 불리는 사와지리를 누를 정도면 왠만큼 밉보이지 않으면 안 될텐데, 그녀는 1000명의 투표자 중 318표, 1296포인트로 단독 1위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올 한 해 가장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기도 한 그녀는, 일본 여자 유도의 영웅이자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인 다니 료코.
지난해 똑같은 조사를 실시했을 때만 해도 다니 료코 득표수는 겨우 두 표.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여성 안티가 159배나 늘었다. 과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이 설문조사 방식부터 살펴보자면, 7년 전부터 매년 이맘때쯤이면, 시사주간지 주간문춘에서 일반 일본여성 1000명을 상대로 싫어하는 여성 유명인 1, 2, 3위를 투표로 선정한다. 여기서 얻은 결과로 1위는 5점, 2위는 3점, 3위는 1점으로 계산하여 가장 많은 포인트를 획득한 사람이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지난해 순위는 사와지리 에리카(배우)가 1위, 2위는 와다 아키코(가수), 3위 히사모토 마사미(개그우먼, mc)로 이런 류의 랭킹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최근 몇 년간 이 여성들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상위 랭킹을 차지하는 사이, 올해는 대 이변이 일어났다. 여성 정치인 이름이 연예인을 밀치고 상위권에 랭크된 것이다.
명예스럽게도(?) 올해 1위에 뽑힌 다니 료코는, 일본 국가대표 여자 유도선수로 올림픽에서 2회, 세계선수권에서 7회 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여자 48킬로급 금메달 연패를 달성, 불굴의 신화를 달성했다.
이후 2005년에는 임신과 출산에 이어 2007년에 현역으로 복귀, 세계유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일본인들에게 인간승리의 감동을 안겨줬다.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는 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선전했지만 아쉽게 동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시합전에 그녀가 외친
"다무라 료코로 금메달, 다니 료코로 금메달, 엄마로 금메달"이란 구호는, 그녀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국민적 대 유행어가 되었다.
참고로, 다무라 료코는 그녀의 본명이고, 다니 료코라는 이름은 일본 결혼제도의 룰에 따라 남편성으로 바뀌어 다니 료코가 되었다. 즉 결혼 전에도, 후에도, 엄마가 되어서도 자신이 어느 입장이 되어서도 금메달을 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말이다.
이렇게 똑순이 이미지로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로서 흠잡을 데가 없었던 그녀가, 갑자기 미운 털이 박힌 것은,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를 선언하면서부터다.
기본적으로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안티를 양성하는 계기가 되지만
"정치인이 되어서도 유도는 계속할 것.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특히 '정치를 쉽게 본다' 등의 비아냥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운 좋게도 다니 료코는 한 번에 당선되었고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금!"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안티여론은 당선후 더욱 악화됐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유도선수,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도 무조건 '잘할 수 있다'고 자신있어 하는 그녀의 모습은, 의욕이 넘치다 못해 자만심이 가득 찬 것으로 보여지면서 안티가 늘어났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선거공약이기도 했던 스포츠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지키지 못한채, 지난 10월 15일 일방적으로 현역 선수 은퇴선언을 해 버렸다.
그녀가 은퇴선언을 하기까지 여러가지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의견부터 '자신있다고 공약할 땐 언제고 당선되고 나니까 말이 틀려지냐, 국회의원직을 물러나라' 는 등 지독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실시된 싫어하는 여성 랭킹에서 자연스럽게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여성들은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싫어졌다. 뭐든지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꼴이라니. 모든 것이 대충대충이 될 것(35세 주부)' '은퇴선언 당시 솔직하게 '양쪽을 잘하는 것은 무리였다'라고 사과하면 될 것을 '유도보다 정치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둥 잘난 척 하는 꼴은 진상이다(41세 주부)' '올림픽에 나갈 실력이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가 꼴보기 싫다(48세 회사원)'고 다니 료코에 대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정치인의 랭크인은 다니 료코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196위로 멀찌감치 떨어져있던 렌호 행정쇄신상이 올해 208 포인트를 얻으며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렌호 대신은, 대만인 아버지와 모델 출신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으로 대만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빼어난 미모로 모델 등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고, 2004년에 국회의원으로 첫 당선됐다.
2009년에는 공개예산심의(
事業仕分け) 대신으로 임명되어, 낭비되고 있는 예산을 매몰차도록 확실히 잘라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10년에는 간 나오토 내각의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에 취임하며 일본 최초 여성 총리감이라는 기대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지나친 자신감이 일본 여성들 눈에는 거슬렸던 모양이다.
렌호에 대해 설문 대상자들은 "공개예산심의를 할 때부터 태도, 발언 등이 사람을 깔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41세 교육종사자)"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 공개예산심의에서도 미래의 일본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45세 자영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현장검증 중인 렌호 행정쇄신상 ©행정쇄신회의 | |
그 밖에도 미스 도쿄대 출신으로 재무성 과장을 지낸 가타야마 사쓰키 의원이 전년도 56위에서 11위로, 배우 출신 의원 미하라 준코가 26위로 급상승했고, 후쿠시마 미즈호, 고이케 유리코, 노다 세이코, 다나카 마키코 등 다수의 여성의원들이 랭크인되어 눈길을 끌었다.
여성의원들에 대해 설문 참가자는 "다른 사람의 나쁜 점만 골라 말하고, 발전성이 없다. 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46, 서비스업)"고 대답했다.
연예인 중에서는 사와지리 에리카가 다니 료코 덕분에 2위로 밀렸고, 썩은 양수 발언으로 안티가 급격히 늘었던 코다 쿠미가 6위, 눈을 치켜올린 사진을 찍고 한국 걸그룹 비하사건을 일으킨 모닝구 무스메 미치시게 사유미가 9위, 마흔이 다 되도록 일본 최고의 미인이라고 소개되는 후지와라 노리카가 10위를 차지했다.
주간문춘 11월 18일호 "1000명 앙케이트 여자가 싫어하는 여자 2010"
1위. 다니 료코 (정치인)
2위. 사와지리 에리카 (배우)
3위. 와다 아키코 (가수)
4위. 히사모토 마사미 (개그우먼)
5위. 렌호 (정치인)
6위. 코다 쿠미 (가수)
7위. 호소키 카즈코 (점술가)
8위. 이소노 키리 (개그우먼)
9위. 미치시게 사유미 (모닝구 무스메)
10위. 후지와라 노리카 (탤런트)
11위. 가타야마 사쓰키 (정치인)
12위. 칸다 우노 (디자이너, 탤런트)
13위. 츠지 노조미 (탤런트, 전 모닝구 무스메)
14위. 이즈미 핀코 (탤런트, 배우)
15위. 고바야시 마야 (아나운서)
16위. 벡키 (탤런트)
16위. 니시카와 야야코 (의사, 탤런트)
16위. 하마사키 아유미 (가수)
20위. 고바야시 마오 (아나운서)
21위. 야마모토 모나 (아나운서, 탤런트)
21위. 다지마 요코 (정치인)
23위. 아비루 유 (탤런트)
24위. 마쓰다 세이코 (가수)
25위. 다나카 마키코 (정치인)
26위. 미하라 준코 (정치인)
26위. 아이부 사키 (배우)
28위. 쿠도 시즈카 (탤런트)
29위. 히로스에 료코 (배우)
30위. 미소노 (가수)
30위. 쿠로키 히토미 (배우)
▲ 가운데가 모닝구 무스메 미치시게 사유미 ©jpnews/幸田匠 | |
▲ 후지와라 노리카 ©jpnews/ 야마모토 히로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