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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교토 심야버스 좌충우돌 이야기(2)
오사카의 진국을 맛보았습니다!
 
박수빈(추오대학교환
달콤하고 부드러운 케이크와 향기 가득한 커피, 그리고 빨강 노랑 알록달록한 단풍옷으로 갈아입고 한 잎 두 잎 떨어져가는 쓸쓸한 공원

얼마나 낭만적인 조합이던가. 그래, 바쁜 여행은 뒤로 하고 잠깐 여유를 즐기는거야! 하고 나는 생각했다. 들판에 누워, 아니면 벤치에 자유로이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커피와, 혀에 닿자마자 스르르 녹아드는 부드러운 치즈케이크를 물고 오사카의 공기를 흠뻑 마시는 거야!

그림이 그려지는가? 아마 나를 아는 지인들은 일본에 가더니 허세 부린다고 구박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자그마한 여유가 빡빡한 일정으로 가득찬 여행에서 숨통을 크게 틔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사카성으로 향하는 답답한 지하철 안에서 나는 같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나는 유서깊은 오사카 성에서 그런 허세를 부릴 있었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법이라 했던가. 아아. 선조들 중에 틀린 하나 없다고 했다. 넓게 펼쳐진 들판은 커녕, 내가 앉아야 할 벤치엔 노숙자들이 세상 누구보다도 편하게 누워 있었다. 벤치에 앉으려는 사람이 많았기에 어느 벤치가 빨리 비나 눈치 작전을 펼쳐야 했고, 그렇게 몇 번을 두리번거린 뒤에야 겨우 자리를 잡았다.

달다구리 배는 따로 있다고 했던가. 좀전에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달려왔음에도 우리는 금세 배가 허기져 사가지고 온 케이크를 우아하기는커녕 허겁지겁 먹기에 바빴다.

커피는 식은 오래였고, 게다가 우리 앞에는 나는 주제에 날지는 않고 항상 걸어다녀서인지 살이 디룩디룩 찐 비둘기가 자꾸만 부산스럽게 얼쩡거려, 케이크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새도 나라색이 있는지 한국새와는 달리 디룩디룩 살이 찐 닭비둘기가, 참으로 부지런하게, 비록 아주 낮게 나는 것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부산스럽게 우리가 앉은 벤치 앞을 왔다갔다 했다. 아마도 어떤 냄새를 맡은 모양이었다. 

아무튼 모두가 상상했던, 그리고 잔뜩 기대했던 진한 치즈맛의 맛있는 케이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판에 588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만족하며 본격적으로 오사카 탐방에 들어갔다 

오사카 부근에 도착하자마자 모두가 놀랐던 점이 바로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원예-조경이었다. 영화 <사인> 나올 법한 불가사의한 아름다운 나무들의 자태는 인공적인 느낌은 물론, 평범하게 상상할 없는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이에 우리는 너나 없이 외계인이 정리한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일본의 원예-조경은 상당히 발달해서 대학에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며, 계통의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오는 한국인들도 많다고 한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일본원예의 조경예술이었다.

다음 교토에 가서 다시 한번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지만, 일본의 원예-조경을 보면  인공 즉, 사람이 손을 많이 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는 일본전통 정원의 필수적으로 꼭 있는 모래를 이용한 조경을 보면 확실히 있다

보고 있자면 마치 폭의 그림처럼, 1밀리미터의 흐트러짐조차 없는, 자로 잰듯한  정교함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 나온다. 이 같은 느낌은 일본 꽃꽂이에서도 자주 느낀다.

가령, 부케 혹은 오너먼트를 만들 보면, 꽃에서 꽃잎을 모두 떼낸 다음, 다시 꽃잎을 하나하나 맞추어가며 정형화된 꽃을 만든다. 이는 자연스런 꽃보다 더 완벽한 아름다운 꽃을 만들기 위해 다시 ‘조립’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방법이 일본 꽃꽂이에 모두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사카-교토에서 보았던 각양각색의 원예-조경들은, 나무가 가장 나무다워질 있도록 ‘자연스러움’ 안에서 행해지는 한국의 조경을 보고 커왔던 내게, 자연미와는다른 인공미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가을 시즌에 오사카 성을 방문하면 관광객 누구나 엽서에나 나올 법한 관광사진을 찍을 있다. 이는 오사카 성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가을에 맞춰, 일본의 국화이며 가을의 꽃이기도 한, 국화를 예쁘게 진열해 놓았기 때문이다. 

피사체가 포토스팟이라 예상되는 자리에 서 있으면 오사카 성과 국화, 그리고 피사체가 신기하게 사진 안에 자연스레 자리잡는다

▲ 왼쪽 하단은 사진을 찍기 위해 항상 사람들이 줄 서 기다린다.     ©박수빈

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일가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지어졌던 성인 만큼, 성을 둘러싼 해자(垓)는 절로 입이 벌어지게 크고 넓었다. 지금의 성은 1931년에 재건된 것이지만, 해자를 비롯한 성내 대부분의 부지는 15-16세기 지어진 그대로라고 한다. 

15세기에 규모로 성을 축조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됐을까 내심 감탄하며 한발자국 한발자국을디뎠다. 그런데 놀랍게도 안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높이 8층이나 되는 오사카 내부를 어렵지 않게 관람할 있다. 또한 전망대인 8층을 제외하고는 내부가 박물관화 되어 있어, 오사카 성의 유래와 변천사를 한눈에 읽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다음 일정이 촉박해 8 전망대에서 오사카 시내를 훑어 본 후 이내 그곳을 떠나야 했다.

▲ 오사카 성 8층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전경. 사방이 철조망으로 둘러쌓여 있어 전망대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박수빈

오사카에서 이동한 신세카이 지역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 양식을 자랑하는 사찰인 ‘시텐노지’와 서민적 정취가 물씬 풍긴다는 ‘쟌쟌요코초(ジャンジャン横丁)’가 있는

나는 개인적으로 어머니가 불심이 깊으셔서 사찰엔 항상 관심이 있는데다, 유독 ‘시타마치(下町)’를 좋아해 지역이 나의 오사카 여행의 기대주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오사카-교토 여행에서 가장 속을 썩였던 폐장 시간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해가 빨리 지는 탓인지 많은 유명 관광지의 폐장 시간이 4시에서 4 30 사이였기 때문에 원하는 곳을 모두 가려면 관광지 이동의 효율성이 생명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사카엔 거리보다 먹을 거리가 많다는 정보를 어디에선가 주워들은 적이 있어서 관광보다 식도락에 중점을 두었다. 효율을 따지자면 항만지역 혹은 오사카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했으나, 우리는 ‘맛집’을 위해 굳이 난바를 거쳐 오사카 성을 향하는 코스 선택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동하는 교통편이었다. 전철노선은 점조직처럼 아주 편리하게 잘 되어 있었지만, 비교적 이동이 수월한 버스노선이 아예 없거나 있다면 배차 시간이 30 이상인 경우가 허다했다.

때문에 우리는 어쩔 없이 다시 한번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한참을 걸은 후에 시텐노지에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해가 아직 저물지도 않았는데 이미 문은 굳개 닫혀 있었다

우린 퉁퉁부은 두 다리를 만지며 굳게 닫힌 시텐노지문을 야속하게 바라보았지만, 후회를 한들 이미 돌이킬 없는 일, 담 넘어로나마 보이는 탑에 만족하고 주위를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할아버지 한분이 걸어 오셨다. 그리고는 한참을 두리번 거리시길래 우리들이 “이미 닫혔어요. 4시까지라네요. 라고 말씀드리할아버지도 10 우리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셨다. 개장 시간이 시간 아니 30분 정도만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을. 쓸쓸히 되돌아가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왠지 계속 눈에 밟혔다

▲ 담 너머로 빼꼼히~ 올려다본 시텐노지.      ©박수빈

▲ 시텐노지의 신당, 로쿠지도(六時堂). 저 연못에는 유유자적 광합성을 즐기는 거북이들이 참 많다.     ©박수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 즈음 다시 전철을 타고 쟌쟌요코초에 도착하니 이미 밖은
캄캄했다. 쟌쟌요코초, 쟌쟌이 가타카나로 적혀있어 유래가 궁금해서 알아보니 골목은 2 대전 이후 술집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서로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일본 전통 악기 샤미센을 연주했다고 한다. ‘쟌쟌~’은 바로 샤미센의 소리

나름 유래가 깊은 골목, 들어가려는 순간 너무나 저렴한 타코야키가 우리를 유혹했다. 400엔에 16! 우리 넷이서 100엔씩 4개로 나누면 딱이었기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어두컴컴한 뒷골목에서 넷이 쭈구려 앉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서민 사는 냄새가 풀풀 나는 이곳에선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바둑과 장기를 두는 모습을 쉽사리 포착할 수 있었다. 이런 여유에서 잠깐 고갤 돌려보면 노동자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작은 규모의 쿠시카츠(쿠시카츠串カツ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친 그들은 반복되는 삶의 피로를 선반위에 잠시 올려 놓고,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그 날의 피로를 날려버리려는 듯 바삭하게 튀긴 쿠시카츠를 씹었다. 이들은 다소 고단해 보이긴 했지만 표정들은 하나같이 밝았다.

 

그 피곤한 모습을 찍겠다는 낯선 이 여행객에게 짜증은 커녕 환하게 웃으며 ‘브이’를 날려주는 선량한 사람들이었다. 그 모습에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시는 아버지가 오버랩됐던 것일까.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눈을 껌뻑거리며 간신히 참은 뒤, 이내 나도 환한 웃음으로 그분들에게 보답했다. 

▲ 무거운 짐을 얹어놓은 것 마냥 축 처진 어깨.      ©박수빈

나는 오사카에서 최고를 뽑으라면 역시 곳을 주저없이 추천할 것이다. 골목 안으로 들어갈수록 명물 쿠시카츠 튀기는 냄새가 진동하고, 가게도 온통 야쿠자나 트럭 운전수들이 자주 입는 무늬 옷이 즐비했지만, 그러나 이곳만큼 시끌벅적지근하게 사람 냄새 나는 곳은 없었. 일본의 시타마치(서민촌)의 전형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그런 곳이었다. 

또한 오사카 관광명소 도톰보리에서 느껴지는 시끌벅적하고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도톰보리가 뜨내기들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진한 사골육수가 우러나는 그런 곳이었다

▲ 쟌쟌요코초 아케이드의 쿠시카츠 가게는 대부분 문이 없거나 이렇게 간단한 발만 쳐져있어 피곤에 지친 노동자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박수빈
▲ 이곳의 상징 복어 등과 '츠텐카쿠(通天閣)' 내가 이 사진을 찍은 자리가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지 자리를 향한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박수빈

쟌쟌요코초에서 받은 감동 그대로 오사카 관광의 마지막 코스를 즐기고 싶었지만,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게다가 이동 거리가 왜 그리도 먼지, 새삼 오사카가 넓다는 사실을 실감한 관광이었다. 

하지만 공짜의 힘은 무섭다. 나는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는 아니라 공짜가 고래를 춤추게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고작 타코야끼, 쿠시카츠 개로 저녁을 해결했음에도 우린 우메다 ‘공중정원(空中庭園)’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0층에 내려서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다다를 있는, 높이 173미터의 전망대인 이곳엔 시야를 가리는 것은 무엇 하나 없었다. 무려 173미터의 차가운 공기를 온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이다정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안전 바만 있을 어느 전망대에서나 시야를 방해했던 유리창 혹은 안전망이 하나도 없었다

매번 신주쿠 도쿄 도청 공짜 전망대에서 만족했던 나에게, 신주쿠보다 고층 빌딩이즐비한 오사카 스카이 라인이라니. 그것도 유리창 하나 없는 탁 트인 공중정원이라니!

전망대를 돌다 보면 요도가와라는 한강과 비슷한 크기의 강도 있어 마치 서울의 스카이 라인을 보는 했다.

▲ 우메다 공중정원. 천장도 유리창도 시야를 가리는 그 무엇도 없어 발을 내딛는 순간,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박수빈
▲ 오사카 마천루. 흡사 서울 n 타워에서 종로부근을 바라보았을 때 나오는 전경과도 비슷하다.      ©박수빈
 
이로써 오사카 첫날의 일정이 모두 끝난 셈이었다. 아니지!  가지가 남아 있었다. 도쿄를 떠날 때부터 오사카 오코노미야키 노래를 불렀으나, 아직 구경조차 못한 우리였다. 그래서 우리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악착같이 오코노미야키 30 터줏대감 가게를 찾아 헤맸다

누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닫기 바로 30 전에 드디어 우리가 찾던 30년 역사의 오코노미야키 집을 찾았다. 주문 마감이 끝났다는 그 집에 사정을 하고 간신히 들어가, 인기메뉴 가지를 주문하고 우리는 하루종일 고생한 자신들을 위해 건배를 힘껏 외쳤다.

와, 정-꿀같은 달콤한 맛! 고달펐던 하루의 일정이 마디로 설명 !

10, 100엔도 아껴야 했던 이번 여행에서 오코노미야키는 꽤나 지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가치를 인정할 만큼, 오사카의 명물답게 맛이 있었다

역시 배가 부르니 절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우리는 근처를 한번 돌까 했지만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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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2/02 [09:04]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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