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ace battleship 야마토' ©東宝 | |
'우주전함 야마토(宇宙戦艦ヤマト)'는 일본인들에게 전설적인 작품이다.
1974년 처음으로 선보인 이 애니메이션은 2차대전에서 실제로 미군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전함 '야마토'가 지구멸망을 막기 위해 발진, 외계 세력과 싸우고 귀환한다는 내용으로 당시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인기는 tv 애니메이션 붐으로도 이어졌다.
이 작품의 특징은 당시에는 드물었던 sf 소재를 그렸다는 것에 있다. 이는 후에 '은하철도 999'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성공으로 이어지며 sf 만화의 전성기를 일깨웠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로 현재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한 명인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야마토'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야마토'는 큰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군국주의의 상징인 전함 '야마토'를 등장시킨 것으로
'군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야마토는 세계 각지에 수출되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우수함을 알리기도 했다. '우주전함 v호'라는 만화를 기억하는가? 어릴 적 재미있게 보았던 그 만화가 '군국주의 미화만화'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씁쓸함을 느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데스노트' '20세기 소년' 등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에 주력하고 있는 최근 일본 영화계가 '야마토' 실사화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는 많은 사람은 불안감을 표시했다. 전설적인 원작의 무게도 무게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sf 효과를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을지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런 불안감을 종식하려는 듯이 실사화에는 거대자본이 투입됐다. 총 제작비로 20억 엔을 사용하며 실사화 퀄리티를 높이는 한편, 배급사 도호(東宝)는 2010년 1월 1일 '2010년은 야마토의 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단 하루 광고비로 1억 엔을 쏟아붓는 정성을 보였다.
제작진으로는 영화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시리즈에서 배경이 된 일본의 쇼와(昭和)시대를 cg로 훌륭하게 재현해 능력을 검증받은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이 투입됐다. 1964년생인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은 조지 루커스의 '스타워즈' 시리즈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를 보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운,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감독이다.
주인공 '고다이 스스무' 역으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기무라 다쿠야가 캐스팅됐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고다이 스스무'의 패러디를 선보이며 웃음을 안기던 기무라 다쿠야가 실제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자
"작품에 걸맞은 캐스팅"이라는 반응과
"캐릭터와 비교하면 기무라 다쿠야는 너무 가벼운 이미지" 등 여론은 엇갈렸다.
개봉일인 12월 1일이 다가오자 일본 tv에서는 대규모 물량공세 광고가 펼쳐졌다. 어느 채널에서도 야마토의 주제가가 빈번하게 흘러나왔고, 주인공 기무라 다쿠야와 구로키 메이사는 각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영화를 홍보, 제작사와 배급사가 작품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는 사실을 반증했다. 인터넷 게시판 등지에는
"홍보의 도가 지나치다"는 의견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그렇게 관계자들의 기대감과 원작 팬들의 불안감을 한몸에 받으며 영화는 개봉했다. 12월이 시작되는 날임에 동시에 '영화의 날'(매달 1일은 일본 전국 대다수 극장의 영화관람료가 1,000엔)'이기도 한 1일, 일본 전국 441개 스크린에서 발진한 야마토는 개봉 첫주 관객 동원 수 79만 명, 흥행수입 9억 엔을 기록, '해리포터' 시리즈의 신작마저 누르고 당당히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흥행수입의 절반 정도가 주말이 아닌, 12월 1일부터 3일까지의 평일에 달성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대규모 홍보와 '영화의 날'에 맞춘 개봉날짜도 절묘했지만, 국민배우 기무라 다쿠야를 앞세워 평소 sf 영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여성팬들을 흡수한 것과 원작에 향수를 느끼는 중・장년층이 극장에 발걸음을 옮긴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네마투데이> 등의 보도로는 관객의 60% 정도를 40~50대가 차지했으며 그 중 절반이 여성관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종 흥행수입 50억엔 정도를 전망한다"며 흥행성적에 고무적인 제작사와 다르게 작품 자체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존재감이 큰 원작을 가진 각색 영화의 한계가 지적됨과 동시에 흥행과 호평,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재차 증명했다.
"원작과 너무 다르다"는 목소리와
"그래도 특수효과만큼은 박력 넘쳤다"는 평가가 인터넷 게시판 등지에 속속 올라왔다.
재미있는 것은 '야마토 세대'가 아닌 젊은 층에서 악평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석간후지>의 취재에 한 30대 여성은
"특수효과가 딱 78년도 개봉한 '스타워즈' 초기작 수준"이라며
"일본 sf 영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이는 중장년층의 '야마토 세대'가 원작과의 '갭'을 어느 정도 참작해서 보는 것과 달리, 원작을 접하지 않은 만큼 작품을 더욱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10일자 <산케이신문>에는
"2차대전에 참가한 전함 야마토는 일본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별다른 활약을 못하고 침몰해버렸다. 당시의 염원을 되살리고 싶었다"라는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인터뷰가 실렸다. 미루어보면 실사판 야마토 역시 군국주의를 미화한 작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듯 하다. 여론을 의식한다면, 한국 개봉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10일 현재 야마토는 '야후재팬' 유저평점 5점 만점에 3.1점, 영화 포털사이트 '피아'에서 관객만족도 5위를 기록하는 등 다소 쳐지는 모습이다. 입소문이 좋지 않으면 초반 흥행에 비해 뒷심이 발휘되기 어렵다. 과연 'space battleship 야마토'가 2차대전 당시 일본인들의 한을 풀어주기라도 하듯이 장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