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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바레! 日 필드 물들인 빨간머리 안선주
[인터뷰] 프로골프 상금여왕 "주변 즐겁게 만드는 선수 될래요"
 
안민정 기자
 
시즌 상금 1억 3천 만엔(약 18억 원), 억대 부자는 뭔가 다를 줄 알았다. 어딘가 하나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관심사 외에는 세상물정을 모른다거나 대화에 서툴다거나. 아니면 성격이 모났거나.
 
그러나 한 마디를 물으면 두 마디, 세 마디가 술술 나온다. 처음보는 기자에게도 "언니, 제가요~" 애교있게 말하는 그녀. 올해 일본 골프계를 휩쓴 수퍼루키 안선주(23)를 만나고 왔다. 
 
▲ 안선주     ©제이피뉴스/kouda takumi


"전혀 예상못했죠. 열심히 해야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첫 해에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을 지 몰랐어요" 안선주는 올해 jlpga(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에 데뷔하자마자 신인상, 최저타수상, 다승왕을 휩쓴데다, 시즌 4승을 일궈내며 일찌감치 상금여왕 자리까지 차지해버렸다.
 
2005년 프로무대에 선 안선주는 매 시즌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지만, 한 살 어린 골프신동 신지애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그녀가 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일본으로 건너온 올해부터, 개막전인 3월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우승을 시작으로, 스탠리 레이디스, 산쿄 레이디스, 후지쓰 레이디스 우승까지 휩쓸며 한일양국을 놀라게 했다.
 
"처음에 오자마자 우승을 했는데, 우승은 하늘에서 정해주는 거라고 실력보다 운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 소리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했죠. 근데, 잘해야겠다고 의식하니까 오히려 부담감이 생기고,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구요. 결국 성적도 떨어지고. 한참 슬럼프를 겪다가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 들으면서 조금씩 극복했어요"
 
해외로 나온 스포츠 선수들은 지켜보는 눈이 많다보니 여러모로 부담을 느낀다. 잘 하면 잘하는 대로, 못 하면 조바심으로, 갑작스런 스포트라이트는 스물셋 어린 나이 안선주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제가 보기엔 이래도 독하지가 못해요. 어른들보면 어리광부리고 싶어지고, 힘들면 "나 힘들어요", 아프면 "너무 아파요"라고 소리내서 말하고 싶어져요. 근데 진짜 잘하는 사람들은 그런 말 안하거든요. 어떨 땐  전화로 엉엉 울어버려요. 그러면 주변에서 다들 '힘들다 힘들다 하면 더 힘들어진다, 오늘만 울고 내일부터는 울지말아라'라고 말해주시죠. 저는 아직 굳은 의지가 없나봐요"
 
말은 이렇게 하는 그녀지만, 데뷔 첫 해 부담과 긴장을 이기고 4관왕을 휩쓸며 상금왕에 올랐다. 한국인 최초 상금왕 획득에, 일본에서는 19년 만의 외국인 상금왕 탄생. 연일 일본 미디어 주목을 받았고, 그녀를 알아보고, 응원하는 팬들도 부쩍 늘어났다.

"일본사람들 좋은게, 남을 보고 잘 웃어주는 거예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눈웃음 생글생글하면서 인사하니까, 저도 따라서 웃을 수 밖에 없잖아요. 한국에서는 무표정에 화난 안선주였는데, 지금은 웃는 안짱, 빨간머리 안짱으로 바뀌었다니까요"
 
홀홀단신,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힘들고 지칠만도 하지만, 안선주는 일본의 좋은 모습을 먼저 보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돌이켜보면 한국 골프대회에서는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경쟁자라 생각하고 인사도 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누구나 만날 때마다 인사를 건네다 보니, 자신도 덩달아 밝아진 느낌이라고 한다.  
 
"사실 제가 좀 부정적인 성격이었어요. 골프할 때도 막 인상쓰고. 근데, 일본와서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본 분들은 '잘해라' '힘내라' '할 수 있어' 계속 표현을 해주시거든요.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하니까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구요"
 
머리카락을 빨간색으로 염색하고 나서는 팬들이 더욱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냥 '안짱'에서 '빨간머리 안짱'으로 애칭이 바뀌면서 그들의 응원에 한층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시즌 끝나고 여기저기 수상식에 불려다니다 보니 현재는 단정한 검정색 머리이지만, 시즌 들어가면 다시 빨간머리로 염색하고 다시 한번 상금여왕을 노린다.
 

▲ 안선주    ©제이피뉴스/kouda takumi


골프선수로는 야무진 그녀지만, 실생활에서는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딱 20대 초반의 여자였다. 양손 손톱에는 빨강, 파랑 별이 반짝이는 네일아트를 하고 있는 안선주.
  
"와서 골프만 하느라 일본 어디가 좋은지, 일본 문화도 아직 몰라요. 일본어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아직 부족하고요. 내년엔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해서 일본 친구들이랑 전화로 수다도 떨고, 일본 문화도 많이 배우고 싶어요. 아 참, 예전엔 온천같은거 싫어했는데, 여기와서 좋아졌어요. 언젠가 눈 속에서 원숭이랑 같이 노천온천 해보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것이 술술 쏟아진다. 최근엔 평소 만나고 싶어했던 미남 골프스타 이시카와 료(19)와 함께 경기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만난 이시카와 료는 너무 좋은 사람이었어요. 플레이는 멋있는데 실제로는 착하고 매너있고, 주변 사람을 많이 신경 써주고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었어요. '아 이래서 다들 좋아하는구나' 싶었죠. 제가 평소에 만나고 싶어했다는 걸 아는지 이것저것 말 붙여주는 데 제가 일본어를 잘 못 하잖아요. 자신이 없어서 피해다녔다니까요. 어휴"
 
'스타도 스타를 보고 설레어 하는구나' 솔직한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렇게 들뜬 마음도 12월 31일까지만 가지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다시 골프선수 안선주로 돌아간다. 올해도 잘했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아진 모습, 업그레이드 된 안선주를 보여주고 싶다고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내년에는 정신적인 면에서 한단계 발전해야 할 것 같아요. 강해져야죠. 개인적으로는 일본어를 빨리 마스터해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시카와 료 선수처럼요. 또 하나 목표는, 내년에도 열심히 해서 쓰리투어*에 나가는 거요. 올해는 너무 떨려서 실력발휘 못했거든요. 내년에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면서 이미 충분히 주변을 즐겁게 하는 선수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 그린 필드를 휩쓸고 있는 빨간머리 안선주, 내년 그녀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 도쿄도내에서 만났던 안선주, 매 시즌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데 한층 날씬해진 모습이었다     © jpnews

* 쓰리투어는 일본프로골프투어,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일본시니어투어 등 3대 투어의 상금왕 1~3위 선수만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다. 

 [인터뷰 뒷 이야기]
 
◆ 안선주는 왜 빨간머리가 되었나?
 
"원래는 파란색으로 염색하려고 미용실에 갔었어요. 근데 파란색은 약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빨간색은 되냐고 하니까 해주더라구요. 근데 염색하고 나서부터는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가, 성적이 좋더라구요(호호) 싫어하는 색이요? 저는 연두색 징크스가 있어요. 예전에 녹색 계열 옷 입고 연습하다가 엄청 혼난 적이 있어서 그 때부터 연두색 옷 입으면 공이 안 맞더라구요"
 
◆ 경이적인 다이어트 비법이 무엇인가?
 
"언니, 생각해보세요. 매일 3시간 걸리는 산을 하나씩 넘었어요. 어휴. 제가 진짜 배고프면 잠 못 자는 스타일이었거든요. 독하게 참았다니까요" 스타의 다이어트도 운동과 식사조절,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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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2/22 [16:14]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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