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전국에 출몰하고 있는 캐릭터들 ©jpnews | |
'짱구, 루팡, 가면라이더, 스티치, 스즈미야 하루히...'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일본 전국 각지에 출몰한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름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군마현(群馬県)의 한 어린이 시설에서 '타이거 마스크'를 자칭한 첫 기부가 발견된 이후 일명 '타이거 마스크 운동'이 일본 전국 각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관련기사 :
'타이거 마스크' 칭한 의문의 기부 잇따라)
12일에는 아오모리, 미야기, 도쿠시마, 고치현에서도 익명의 기부가 발견돼 첫 기부가 발견된 지 3주만에 일본 전국 47개 지역에서 모두 제 2, 3의 '타이거 마스크'가 등장, 전국 제패를 달성했다. 이로서 누계 기부 건수 약 300건, 기부된 란도셀(어린이용 가방) 약 350개 이상, 기부금은 1,000만엔을 넘어섰다.
산케이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12일 낮 12시 50분경, 아오모리시 관공서에 선글라스와 마스크차림의 한 여성이 방문,
'아동 양호시설에 기부해 주세요. 착한 아이의 친구 스티치로부터'라고 쓰여진 봉투를 두고 떠났다고 한다. 봉투 안에는 놀랍게도 현금 100만엔에 들어있었다. 여성이 자칭한 스티치는 디즈니 사의 인기 캐릭터로 유명하다.
또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의
'히로사키 애성원'에는 11일 자전거 3대와 함께 '울트라맨의 아버지로부터'라고 쓰여진 편지가 도착했고, 센다이시 미야기노구의 한 아동 보호시설에는 12일 아침 8시경 란도셀 4개와 함께
'센다이니까 다테 마사무네(伊達正宗 : 전국시대 인물로 센다이번仙台藩의 시조)로 부터'라고 쓰여진 엽서가 놓여있었다고 한다.
일본 야구 만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거인의 별(巨人の星)' 주인공 호시 효마(星飛雄馬)도 도쿠시마시의 한 아동 보호시설에 출몰했다. 호시 효마의 이름이 적힌 편지에는
'호시 효마가 왔다간다! 도쿠시마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을'이라는 내용과 함께 과자와 문구, 귤 등이 동봉돼 있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아닌 실제 인물인물을 자칭한 경우도 있었다. 고치시의 아동 시설에는 지난해 독특한 말투로 큰 인기를 얻은 전장 카메라맨 와타나베 요이치(38) 씨의 명의로 쌀 15kg, 당근 10개 등이 도착했다. 와타나베 요이치 씨 본인은 이와 관련 없는 것으로 전해지며, 그와 친한 한 아침 프로그램 진행자는
"필체가 본인이랑 전혀 다르다"라며 웃음 짓기도 했다.
그 외에도 71년 사망한 천재화가 야마시타 기요시(후쿠오카현), 만화 '짱구는 못말려' 주인공 노하라 신노스케(사이타마시), 특촬물 '변신 히어로'의 레인보우맨(교토시), 천재도둑 아르센 루팡(아키타현), 가면 라이더(나고야시), 스즈미야 하루히(미에현) 등이 출몰, 기부 움직임이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어린 시절을 후쿠오카시의 한 아동 보호시설에서 보낸 바 있는 wbc 라이트급 챔피언 사카모토 히로유키(40) 씨는
"어른이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는 것인 당연하다.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돼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운동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라고 산케이스포츠의 취재에 답했다.
그러나 과열 움직임과 함께 유행처럼 번지는 것을 곤혹스러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센다이의 한 아동시설 관계자는
"우리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가족이 있고, 부모님들도 란도셀을 사줄 수 있는 환경에 있다"며 "
란도셀은 부모님으로부터 입학 축하 선물로서 받는 의미도 있다. 고맙지만 더이상의 기부는 사양하겠다"라며 정중하게 거절했고, 다른 시설 관계자는
"이대로 운동이 계속되면 모든 아동시설에 란도셀이 넘쳐날 것"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란도셀이 많이 기부되고 있지만, 그보다는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라며 투정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