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인터넷 매체는 좀..."취재신청을 했을 때 퇴짜를 맞으며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말해주면 고맙기라도 하다. 직접적으로 말 못하는 일본인들답게 연락을 준다고 해놓고서는 무한 잠수모드(?)로 들어가는 곳도 부지기수다.
일본의 취재현장은 영상이나 신문, 잡지 매체에는 취재를 허용해도 인터넷 매체는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기존 언론사들의 영향력이 워낙 거대하고 인터넷망이 한국처럼 발달되어 있지 않은 탓인지 인터넷 매체의 수도 매우 적고, 일본인들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무형화된 정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일본에서 인터넷 언론사의 활동 영역과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다수의 인터넷 매체들이 광고없이 근근이 운영되고 있고 그나마 이용자 투고로 나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던 한 인터넷 언론은 최근 문을 닫았다. 음악 차트로 유명한 '오리콘'도 자체 인터넷 뉴스매체 설립 후 방송사 등지에서 자발적인 취재 요청이 오기까지 수 년이 걸렸을 정도다.
게다가 일본에서 제이피뉴스는 인터넷 기반 매체인 동시에 외신이다. 인터넷 언론인 것도 차별대상이지만, 외신이 참가할만한 자리가 아닌데
'한국에서 왔습니다'라며 취재신청서를 들이미는 것도, 수상한 매체 취급을 당하는데 일조를 한다.(물론 외신이 취재 오면 반겨주는 현장도 있다.)
이처럼 일본 사회는 취재 허가를 내주는 데 있어 상당히 보수적이다. 따라서 어렵게 취재 허가가 나서 현장에 간다고 해도 취재온 사람들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인 경향이 많다. 서로 얼굴까지 외우고 있는 그들 사이에서 생전 처음 보는 이름의 '제이피뉴스' 명찰이나 매체 이름이 적힌 완장 등을 꺼내 보이면 의심 섞인 눈초리를 받기 일쑤다.
▲ 제이피뉴스 명함과 취재시 사용하는 완장 ©jpnews | |
이에 대해 한 현역 일본인 카메라맨은 우스갯소리로 기자에게 이런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일본에서 아직 인터넷은 '놀이터'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인터넷 언론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놀이터 언론' 취급을 당한다."일본 사회가 인터넷 언론 매체에 얼마나 보수적인가를 알 수 있는 뼈있는 농담이다.
얼마 전 자민당 당사에서 열린 다니가키 총재의 회견에 참가했던 적이 있다. 특별히 열리는 기자회견이 아닌 매번 정기적으로 열리는 정례 기자회견 자리였다.
이런 자리에는 그곳에 아예 상주하는 메이저 방송국이나 신문 기자들만 참석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프리 저널리스트나 인터넷 언론사에도 조금씩 문호를 열기 전까지, 메이저 언론사 이외에는 취재가 불가능했던 자민당이기에 더욱 그렇다.
취재 접수를 받던 접수원은 제이피뉴스의 존재를 아예 외우고 있었다. 그는 제이피뉴스라는 이름을 끝까지 대기도 전에
"아... 제이 뭐시기(실제 이렇게 말했다)에서 오셨죠?"라며 입장 배지를 건네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 언론, 게다가 인터넷 기반 뉴스 매체가 정례회견에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일 소식을 듣고 급하게 갔던 터라 내 옷은 추레한 청바지에 점퍼 차림이었다. 까만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자리에 있던 메이저 기자(?)들 사이에서
'쟤는 대체 정체가 뭐지?'라는 눈빛이 살짝 곤혹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 제이피뉴스도 일본에서 지명도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고, 언젠가는 메이저 언론사로 자리 잡는 그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제이피뉴스가 계획한 장래 프로젝트 안에 한일 양국을 잇는 잡지 창간도 있는 만큼,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종이 매체'를 손에 쥐고
"우리도 이런 거 있거든요!"라고 당당히 눈앞에 내보일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
그날을 위해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제이 뭐시기..' 취급을 받고 퇴짜를 맞건, 오늘도 난 열심히 취재 신청을 위해 다이얼을 돌린다.
[편집자주] 이 글은 취재보도 목적이 아닌, 기자의 취재 뒷이야기, 개인적인 경험을 전하는 글입니다. 제이피뉴스에서는 앞으로도 주말 취재 뒷이야기 시리즈를 전해 드립니다. 일본 기자생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의견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