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일본 순수문학가의 등용문인 제 144회 아쿠타가와 나오키상(일본문학진흥회 주최) 선고회가 도쿄 쓰키지에서 열려 아쿠타가와 상에 아사부키 마리코(26)와 니시무라 겐타(43), 나오키상에 기우치 노보리(43)와 미치오 슈스케(35) 등 각각 2명이 선정되었다.
각 상 두 명씩 더블 수상을 하는 것은 2003년도 하반기, 제 130회 아쿠타가와 나오키상 선고 이후 7년 만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만큼 괜찮은 작품이 쏟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사부키 마리코와 기우치 노보리는 이번 선고가 첫 노미네이트이자 수상이고, 니시무라 겐타는 세번째 노미네이트만에 수상, 미치오 슈스케는 5회 연속 노미네이트에 첫 수상을 하게 되었다.
7년만의 더블 수상과 더불어 이번 수상자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점은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우선, 26세의 젊은 나이에 아쿠타가와상을 수상, 청초한 미모가 돋보이는 신예작가 아사부키 마리코는 프랑스 문학가 3대 째를 잇는 문학가 집안에서 태어난 요조숙녀로 눈길을 끌고 있다. 아버지, 할아버지 모두 불문학자이고, 프랑수아즈 사강의 번역가로 알려진 아사부키 도미코는 그녀의 대숙모라고 한다.
현재 게이오대학원에서 가부키를 공부하고 있는 그녀는 2010년 데뷔작 '유적(流跡)'으로 분카무라 두마고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불문학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는 키코토와(きことわ)라는 작품으로 이번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작품 내용은 키코와 토와코라는 어릴 적 친했던 두 여성이 25년 만에 재회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과거 회상, 현재 심리를 교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문학계의 셀레브리티라 할 수 있는 아사부키 마리코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콧수염을 기르고 가죽 점퍼를 입고 나타난 이가 동시에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니시무라 겐타다. 니시무라는 도쿄에서 태어나 중학교 졸업 이후 일일 노역을 해가며 생계를 꾸려간 프리터.
2003년부터는 동인지에 글을 쓰기 시작해 2007년에는 '지하 수로의 집(暗渠の宿)'으로 노마분게 신인상을 수상했다. 스포츠호치 보도에 따르면, 니시무라는 부자 2대째 체포된 경험이 있고, 아쿠타가와 상 선정 통보를 받았을 때는
"슬슬 유흥업소라도 가볼까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하는 등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수상작은 '고역열차(苦役列車)'라는 제목으로 90% 이상의 내용이 작가가 실제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세의 소년이 중학교 졸업 후 가출하고 일일 노역을 하면서 빈곤생활을 보내고, 인간관계의 트러블을 겪으면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니시무라는
"(이 책을 읽고) 자신보다 더 못난 놈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독자들이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나오키 상을 수상한 기우치 노보리는 대형출판사, 프리랜서 편집자 생활을 거쳐 2004년에 데뷔했다. 2009년에는 와세다대학 쓰보우치 쇼우요 대상 장려상을 받고, 메이지시대 초기 무사가 자유를 꿈꾸는 내용을 그린 '표사가 노래하다(漂砂のうたう)'로 이번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다섯 번 연속 나오키상 후보에 드디어 결실을 맺은 미치오 슈스케는 회사원이었던 2004년 '등의 눈(背の眼)'으로 호러 서스펜스 대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데뷔, 신예 미스테리 작가로 평가받으며 2010년에는 '광매의 꽃(光媒の花)'으로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작은 '달과 게'라는 작품으로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소라게를 신으로 모시며 소원을 빌기 시작하는 데, 점점 비틀린 소원은 어른들과 아이들 자신들에게 집게발을 들어올린다는 미스테리극이다.
네 명의 수상자에게는 각각 100만 엔의 부상이 수여된다. 수상식은 2월 중순.
◆ 芥川賞朝吹真理子(아사부키 마리코) 1984년 생, 도쿄출신. 게이오대학원 재학. 수상작 きことわ(키코토와)
西村賢太(니시무라 겐타) 1967년 생, 도쿄출신. 중학교 졸업후 프리터. 수상작 苦役列車(고역열차)
◆ 直木賞木内昇(기우치 노보리)1967년 생, 주오대 문학부 졸업. 수상작 漂砂のうたう(표사가 노래하다)
道尾秀介(미치오 슈스케)1975년 생, 다마가와 대학 졸업. 수상작 月と蟹(달과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