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뉴스에서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말 중에 '몬스터 페어런츠(モンスターペアレンツ, monster parents)'란 단어가 있다. 일본에서 2007년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신조어는 우리 말로 하면 '괴물 학부모'란 뜻으로
'내 아이가 손해보는 것을 절대 참을 수 없는 부모'들을 일컫는다.
무너진 교권은 이미 우리 나라에서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일본도 마찬가지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된다'며 화합(和)의 정신을 가르치던 일본인들의 교육이념은 옛날 이야기로 느껴질 정도. 거기에 공교육에 대한 불신감과 극심한 개인주의가 맞물리면서 상황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치밀하고 끈질긴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치맛 바람'은 애교로 느껴질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번 '괴물 학부모'가 된 부모들은 수 개월, 심하면 수 년에 걸쳐 학교 관계자들을 괴롭힌다. 교사나 교장을 찾아가 폭언과 폭행을 일삼거나, 교사에게 반성문 작성 및 제출을 요구하기도 하고, 심지어 아이가 보는 앞에서 무릎 꿇기(土下座 : 일본인들에게 가장 깊고 수치스러운 사죄의 표시) 등을 요구하는 부모도 있다.
그들을 화나게 하는 이유 역시 기상천외하다.
'내 아이가 차별받는 것 같다'는 예사로운 수준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급식으로 내어달라', '학교 건물 색깔을 아이가 좋아하는 색깔로 바꿔달라', '대학 진학에 필요하지 않은 과목을 수업하지 말아달라', '운동회 기마전에서 우리 아이를 위에 태워달라' 등 각양각색의 이유로 불만을 제기한다.
2009년 문부과학성의 발표에 의하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교사 수가 5,458명으로 조사 이래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30년 사이 무려 8배 늘어난 수치는 17년동안 단 한번의 감소 없이 증가 일변도만을 보였다. 이같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교사가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앞서 밝힌 '몬스터 페어런츠'의 영향도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들의 횡포를 견디지 못한 한 교사가 학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화제다. 사이타마현(埼玉県)에 위치한 한 시립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있는 여성 교사(45)는
"'괴물 학부모'의 횡포에 더이상 굴복하지 않겠다" "고통받고 있는 학교와 교원을 대표해 직접 나선다"며 시 교육위원회에 교장 명의로 된 문서를 제출해 법적 수단을 밟아나갈 의향을 표명했다.
신문 각지의 보도에 따르면, 이 교사는 지난해 6월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여학생(9)이 '다른 학생으로부터 구타 당했다'며 호소한 트러블을 중재했다. 그러나 얼마 후 피해 여학생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와
"상대 아이가 잘못했는데 왜 우리 아이가 사과를 해야하느냐"며 불만을 제기. 그 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두 아이를 화해시키는 등 노력했지만
"두 아이 사이의 문제를 반에서 문제삼아 일이 커졌다"며 교사를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후 비난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수직 상승, 아이의 근황을 전하는 연락 기입장에
"교사가 감정적이고 불공평한 일처리를 하고 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 "최악의 교사" 등 폭언을 8차례에 걸쳐 기입하는 등 괴롭힘으로 이어졌다.
또, 문부과학성과 시 교육위원회에 교사에 대한 비난 문구를 담은 호소문을 발송하는가 하면, 급식 시간에
'아이의 등에 손이 닿았다'는 이유로 교사를 폭행죄로 신고하기도 했다. 8월 하순경 사태 해결을 위해 학교가 나서 교사와 부모의 대화의 장소를 마련했지만, 부모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교사는 9월 찾은 병원에서 '불면증'을 진단받으며 소송을 결심했다고 한다. 교사는 학부모에게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500만엔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사이타마 지방법원에 제출했다. 학부모가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다수 있지만, 교사가 학부모를 고소한 사례는 좀처럼 드물기 때문에 이번 소송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소송의 당사자가 된 학부모는 이 같은 결정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11월, 12월에 있었던 구두 변론을 통해
"고소를 취하하라"며
"교사가 반에서 집단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했고
"수업 중에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어도 무시"하거나
"여학생들에게 차별적인 취급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
학교 측이 실태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우리를 '괴물 학부모'로 만들었다"며 분개했다.
한편, 이 같은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인터넷 언론 '제이캐스트 뉴스'의 취재에 응한 한 교육 평론가는
"자기 아이만을 옳다고 생각하는 자기 중심적인 생각과, 여러 차례 학교에 불만을 제기하며 학교 업무를 마비시킨 도덕적인 결여가 혼합됐다"며
"'교원을 대표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힌 것을 보면 다른 교사들도 어지간히 피해를 입지 않았겠느냐"며 학부모를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사가 결속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더욱 강한 반감을 가지기 마련"이라며
"교장이나 제 3자가 중재해 학부모의 기분을 진정시켜 '괴물 학부모'가 되는 것을 막는 등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