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여성 아이돌그룹 시장은 말그대로 '전국 시대(戦国時代)'를 방불케한다. akb48로 대표되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 일본 중부를 지배했던 당시 최대 세력자)'를 필두로 각 지역에서 소규모 영주들이 난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거기에 최근 강력한 해외발 세력('소녀시대', '카라' 등 k-pop 여성 아이돌 그룹)까지 유입돼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같은 군웅할거 속에 대형 연예기획사 에이백스를 배경으로한 12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super☆girls'가 있다. 2010년 개최된 'avex 아이돌 오디션 2010'에서 약 7,00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선발된 이들로 뽑힌 이들은 작년 12월 22일 정식 데뷔앨범 '초절소녀(超絶少女)'를 발매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 tokyo idol festival2010・ super☆girls ©jpnews/幸田匠 | |
올해 3월 23일에는 첫 싱글 '힘을 내 청춘(がんばって青春)'을 발매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들이 계획하고 있는 앨범 판매상술이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 한 장의 cd를 구입하면, 또 한 장의 cd를 구입하게끔 유도하고, 결국은 팬 한 사람이 여러 장의 같은 cd를 구입하게끔 만드는 수법이다. 이 같은 상술은 판매고를 높여, 오리콘 차트를 비롯한 각종 랭킹 판매 차트에 그룹 이름을 노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기도 하다.
지금은 국민 아이돌로 자리잡은 'akb48'도 비슷한 방법으로 cd 판매고를 늘렸다는 지적을 받아온 바 있다. 이들은 앨범에 '멤버와의 악수권' 및 '총선거(인기투표) 참여권' 등을 동봉하며 판매고 상승을 노렸다. 이 같은 수법은 멋지게 먹혀들었고, 판매고는 나날이 상승해, 최근 싱글 'beginner'가 100만장을 돌파한 밀리언 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super☆girls'의 상술은 이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 화제다. 일간지 '사이조'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1월 29일부터 3월 20일까지 개최되는 공연이나 이벤트 종료 후 앨범 예약 이벤트를 개최한다. 이 때 정가 1,000엔의 싱글을 1매 예약하면 좋아하는 멤버와 1회 악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
흥미로운건 '스탬프 카드'의 도입이다. 이 스탬프 카드는 예약한 cd 매수에 따라 특전을 부가한다. 30매를 예약한 팬은 자신의 소지품에 좋아하는 멤버의 '직필 사인'을 받을 수 있다. 50매를 예약한 팬에게 부여되는 특전은 더욱 굉장하다. 50매째 예약과 동시에 해당 팬에게는 좋아하는 멤버와 함께 '둘만의 사진'을 찍고, 이를 소장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또 다른 여성 아이돌그룹 '모모이로 클로버(ももいろクローバー)'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형 연예기획사 '스타더스트' 소속인 이들 6인조 그룹은 지난해 싱글앨범 '미래를 향해 나가자(未来へススメ!)'를 발매하며, cd 50매(5만엔 분)를 구입한 팬에게 '오리지널 dvd'를 제작해주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 tokyo idol festival2010・모모이로클로버 ©jpnews/幸田匠 | |
두 그룹의 공통점은 대형 기획사 산하에 놓여있어 두둑한 지원 사격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작년 데뷔한 'super☆girls'의 경우 소속사의 필사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첫 정식 데뷔 앨범이 오리콘 32위로 저조한 순위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와 올해 예정됐던 오사카, 도쿄 공연이 관객 수가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돼 돌연 취소되기도 했다.
'모모이로 클로버'는 지난해 5월 5일 발매한 메이저 데뷔 싱글 '가라! 괴도소녀(行くぜっ!怪盗少女)'가 한정판과 통상판까지 합쳐 무려 7종류를 발매하며 오리콘 첫 주 3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 후 발매된 싱글 '핑키 죤즈(ピンキージョーンズ)'는 앨범이 4종류로 줄어든 탓인지 8위로 주저앉았다.
결국 'akb48 천하'에 좀처럼 힘을 못쓰는 그룹들이 낮은 인지도, 적은 공연 수익을 cd 판매고로 메꾸려는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울며 겨자먹기'로 같은 cd를 여러 장 구입하는 팬들이다. 이전 제이피뉴스의 취재에 응한 한 남성 팬은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cd 구입매수가 그룹에 대한 애정의 척도로서 작용한다"며
"단 한 번이라도 좋아하는 멤버 앞에 얼굴 도장을 찍고 싶어하는 팬들의 마음을 교모하게 이용하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열성 팬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분개하기도 했다.
기상천외한 상술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super☆girls'의 이번 싱글이 과연 의미있는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열도의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