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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한국 설을 보내는 외국인들
(현장) 한국문화원 설날체험행사 "떡국 맛있어요"
 
안민정 기자
"요즘 새로 외운 한국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요"

5일 오전, 도쿄 요츠야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서 설날체험행사가 열려 약 2~300여 명에 이르는 일본인 및 외국인이 참가했다. 그 중에는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일본 여고생들도 단체로 참가하여 윷놀이며, 세배 등 한국문화를 배우고 즐거워했다.

선생님과 함께 한국어 현장학습으로 한국문화원을 찾았다는 여고생들은 "치마, 저고리를 입어보고 싶어요. 색깔이 예뻐서 좋아요"라며 한복을 입고 있는 한국도우미를 보고 "가와이~(귀여워!)"를 외쳤다.

그녀들이 한국어를 배울 결심을 한 것은 역시 케이팝 한국 아이돌의 영향이었다. 동방신기, ss501를 좋아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여고생들은 "(동방신기를 만난다면) '저 팬이예요'라고 한국말로 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두 그룹은 공교롭게도 분열, 솔로 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 그렇지만 "언제나 응원하고 있고, 언젠가는 다시 뭉칠 거라고 믿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서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 물으니 "한국 유학을 가보고 싶다"는 그녀들. 아이돌을 통해 시작된 관심이 한국에 대한 호감과 동경으로 커진 것 같아 보였다.


도쿄 한국문화원 설날체험행사에 참여한 대부분은 여성들이었고, 특히 중년이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두 손 꼭 잡고 와서 팽이돌리기, 제기차기를 해보고 세배하는 법을 배우는 가족들도 있었고, 중년여성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이들도 있었다.

"우린 한국문화원 매니아예요~"
 
한국문화원 홈페이지를 자주 체크하며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다는 회사원 여성 3명은 도쿄 중심부까지 약 1시간 거리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등지에서 아침 일찍부터 출발하여 설날체험이벤트를 즐기고 있었다.
 
회사원이면 토요일만큼은 늦잠자고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게 당연한 줄 알았더니 그녀들은 "설날체험이벤트 오는 것이 기다려졌다"며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손사레 친다. 가족들 점심식사까지 다 챙겨놓고 나왔다는 그녀들은, 마음맞는 동료들과 느긋하게 토요일 오후의 한국문화를 즐기는 모습이 꽤나 여유로워보였다.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드라마 덕분이었지만, 요즘은 이런 한국전통문화나 민요, 판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여행도 서울, 명동에만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제주도에도 다녀왔다며, 용암이 멋있었다고 오히려 한국인인 기자에게 추천까지 해주었다.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눈물이 글썽글썽해지는 한 여성. "전 박용하 씨를 좋아했어요" 박용하 이름이 나오자마자 감정이 북받친 듯 했다. "아~ 전 안되겠어요" 동료 뒤에 숨어 몰래 눈물을 훔치는 그녀. 한 스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10년이든 20년이든 꾸준히 응원하고 사랑하는 일본인의 모습이 그녀에게도 고스란히 배어  있는듯 했다.
 
 
이 날 행사는 오전 중에 한복 시착 및 세배체험, 윷놀이, 공기, 제기차기, 팽이돌리기 등 민속놀이 즐기기가 있었고, 오후에는 떡국 무료시식, 떡방아 치기대회, 한글서예교실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이날 최고의 하일라이트는 약 150여 명의 참석자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준 떡국. 계란으로 부친 지단까지 넣은 떡국을 받아든 참석자들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 중에는 한국인 동료와 함께 왔다는 독일인 쇼버 씨와 누나가 있었다. 떡국을 처음 먹어본다는 남매는 "오이시이~(맛있어요), 굿(good) ~"을 외쳤다. 일본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쇼버 씨는 평소에도 한국식당을 즐겨 찾을 정도로 한국움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지바 tv 아나운서이자 한국문화원에서 일주일에 1회 방송하는 인터넷 라디오 '난데모칸데모' mc 다카하시 유키 아나운서는 "처음 먹어봤는데, 일본 오조니(떡국)하고는 다르네요. 떡이 매끄럽게 넘어가는 느낌이예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같은 방송 mc이자 한일양국에서 탤런트 활동을 하고 있는 김케이타 씨는 "지난 1월 이벤트에서 떡국, 전, 나물을 만드는 요리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때 내가 만든 떡국도 맛있었다"며 "떡국을 맛있게 끓이는 비결은 좋은 고기를 쓰는 것. 아끼지 말고 쓰세요" 라며 조언을 해 주었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세 명의 중년여성들도 "오이시이~"를 연발, 한국을 좋아하는 것을 계기로 친해졌다는 세 사람은 이렇게 종종 한국문화원에 들르기도 하고, 한국여행을 가고, 한국문화를 즐기며 우정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한다.
 
"일본 오조니는 생선 육수나 간장을 베이스로 해서 깔끔한 맛이 나고, 한국 떡국은 사골 국물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 같아요. 먹기 쉽고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이예요. 떡도 오조니가 쫄깃쫄깃한 느낌이라면 떡국떡은 당고를 먹는 것 같아요"라며 일본식 떡국 오조니와 한국 떡국을 비교해주었다.
 
그녀들은 "다시 한번 한국에 간다면 경주나 부산에 가보고 싶어요. 한국에 대해 관심이 생기다보니 경주같은 역사깊은 도시에 관심이 가네요. 조금 전에도 '한 2~3개월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라고 말하고 있던 중이예요. 한국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니까요"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드라마, 아티스트로 시작된 관심은 한국의 역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 '한국으로 유학가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로 발전하고 있는 듯 했다. 물론, 한국문화원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은 한국사랑에 적극적인 이들인 것은 틀림없지만, 앞으로 한류산업이 연예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다각도로 접근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문화원 측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실시한 설날체험행사인데,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고, 참가자들이 부쩍 늘었다. 다양한 문화체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것이 느껴진다" 이날 행사를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 다카하시 아나운서와 강기홍 한국문화원장           
 
글 / 안민정 기자, 사진/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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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2/05 [17:20]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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