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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일본정부는 약자를 괴롭히는거야?"
 
이연승 기자
9일, 도쿄 가스미가세키에 위치한 참의원회관 지하 1층에서 '조선학교 무상화 재개를 요구하는 모임'이 열려 뜨거운 성토의 장이 펼쳐졌다. 이 날 모임에는 조선학교 관계자와 재학생, 학부모를 비롯, 시민단체 회원 등 많은 수의 일본인들도 참석해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태를 계기로 일본 내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무상화 제도 적용 수속을 일시 동결시킨 상태다. 2009년 총선 당시 민주당의 핵심 공약이었던 고교 무상화 제도는 공립은 학비 전액, 사립은 학생 1인당 연간 12만엔(저소득층 가구 24만엔)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연평도 사태 발생 이틀 후인 25일,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한반도가 긴장상태인 현 시점에서 조선학교의 수속을 중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간 나오토 총리가 다카키 요시아키 문부과학성 장관에게 수속 중지를 직접 요청한 사실도 언론 보도로 밝혀졌다.
 
이에 연평도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2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치와 교육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교육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한 국제인권a규정에 따라, 일본에서 후기중등교육 과정을 밟는 모든 학생을 평등하게 지원한다"라고 밝힌 다카키 문부과학상은, 입장을 180도 선회해 고교 무상화제도 적용 대상에서 조선학교 학생만 제외할 것을 발표했다.
 
무상화제도 대상에 '조선학교 학생이 포함되느냐 안되느냐'는 연평도 사태 이전부터 끊임없는 논쟁거리로 작용했다. 당시 나카이 히로시 납치문제담당장관이 "(조선학교는)조총련 산하에 있으며 교과 과정을 확인할 수 없다"며 조선학교 제외를 주장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 같은 움직임에 조선학교 측은 "모든 수업을 참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심의 관계자들이 수업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국조선고급학교 교장회 신길웅 회장은 "교과 내용에 문제가 발견되면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선학교가 '반일 교육' '주체 사상'을 세뇌시키고 있다는 일부 여론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그 후 일본 내에서는 "아이들의 교육에 정치적 이유를 개입시켜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58만명에 달하는 서명이 모였다. 또 un 아동권리 심사위원회의 권고 등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조선학교 무상화 적용이 확실시됐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버렸다. 그만큼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허탈감은 크다.

이 날 모임을 주최한 일본평화포럼 관계자는 주최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이런 모임을 또 개최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이들의 교육문제는 다카키 문부과학상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한 것처럼 '국가간의 외교 사정에 좌지우지 되는 문제'가 아닌 '인권 보장'의 문제다. 유엔인권협회로부터 권고까지 받은 마당에 또 정치적인 판단으로 조선학교의 무상화 수속을 정지한 것은 '차별'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왜 국가간의 분쟁에 아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면 안되는가?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수속이 늦어져 결국 지원을 못받고 졸업하게된다. 아이들을 언제까지 상처 줄 생각인가? 반일 교육에 민감한 일본 정부가 심의를 통해 조선학교가 반일 교육을 하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으로 되례 반일 감정을 키우고 있는 꼴이다."
 
모임에 참석한 아이들의 표정은 담담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도쿄조선고급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며 졸업을 앞둔 김정태 군은 "1년간 권리를 찾기위해 노력했지만 물거품이 됐다"며 "후배들은 이런 차별을 받지않고 정정당당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전국대회 결승전에 오르며 저력을 발휘한 오사카조고 럭비부 권유인 군은 "럭비에는 노사이드 정신이라는게 있다. 시합 중에는 죽일 듯 싸워도, 시합이 끝나고 나서는 내 편 네편 없이 화합하는 것"이라며 "일본과 조선의 관계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며 간접적으로 무상화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다.

2월 4일, 다카키 문부과학상이 도쿄조선학교의 수속 중지 이의신청에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태가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전에 위해를 끼쳤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정보 수집과 함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만전의 태세를 갖추기 위해 수속을 일시적으로 중지한다"고 답변한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조선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발언 중 때때로 심호흡을 해가며 떨리는 목소리로 강조했다.
 
"나는 울지 않으려고 했다. 아니, 왜 울어야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눈물을 흘려가며 달라고 애원해야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다카키 문부과학상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런데 (자리에 참석한 학생들을 가리키며)이 아이들이 대체 무슨 '만약의 사태'를 저지른단 말인가?"
 
"아이들은 앞으로도 일본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다. 일본과 한국, 조선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아이들을 더이상 차별해서도, 상처를 줘서도 안된다."
 
사이타마현에서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내년 조선학교에 입학시킨다는 한 어머니는 얼마 전 아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엄마, 인터넷에서 봤는데 사이타마현에는 현재 67,000여명의 중학교 3학년생이 있데. 그런데 그 중 무상화 지원을 못받는 학생은 우리를 포함해서 26명 뿐이래. 엄마, 난 학교에서 약한 사람은 괴롭히지 말라고 배웠는데, 왜 일본은 나라가 직접 나서서 26명에 불과한 우리를 괴롭히는거야?"
 
그녀는 "일본 아이들조차도 일본 정부가 소수 약자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알고있다"고 했다. 그녀는 "26명의 조선학교 학생들이 사이타마현 오미야 역에서 진행한 서명운동에서 1,500명의 서명을 모았으며, 그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일본의 중고등학생이었다""일본인 아이들도 '조선학교만 제외되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힘내라'고 우리 아이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발언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조심스럽게 손을 든 한 일본인 중년남성은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일본인의 한 명으로서 학생들에게 사과한다. 우리 부모 세대는 전쟁을 일으켜 여러분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차별했다. 우리 세대는 그런 상황을 바꿔보자고 했는데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
 
오는 26일 도쿄 하라주쿠에 위치한 요요기공원에서는 '조선학교 무상화제도 즉시적용을 요구하는 대집회'가 열린다. 이 날 집회에는 조선학교 관계자부터 평범한 일본인에 이르기까지 차별에 맞서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인원이 모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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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2/10 [18:33]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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