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생활한 지 70년이 넘었지만 이런 지진은 처음이예요. 벽에 걸린 것은 모두 방바닥에 나뒹굴었고, 집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마구 흔들거렸어요."11일 오후 내내 이바라키의 전화는 모두 불통이었다. 일반유선전화, 휴대폰 할 것 없이 모두 신호조차 가지 않는 먹통전화였고, 그나마 저녁부터는 일본통신사인 ntt에서 앵무새처럼 틀어주는 '통화량이 많으니 다음에 걸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는 안내전화가 전부였다. 그러다 마침내 저녁 10시 반경, 이바라키현 미토시에 사는 재일동포 박옥희 할머니(87세)와 가까스로 전화연결이 됐다. "할머니 별일 없으세요?" "별일이 없긴! 오늘 하루 내 죽는 줄 알았어요." "지진피해가 많으신가요?" "내 일본생활 70년 동안 이런 무서운 지진은 처음이예요. 벽에 걸린 것은 모두 떨어졌어요. 낮동안 무서워서 밖에 나가 있다가 이제 겨우 집안으로 들어왔어요. 근데 오늘밤이 걱정이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으셨는지요?" "우선 당장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서 손전등으로 불을 밝히고 있는데 오늘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일본은 한국처럼 온돌방이 아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잠잘 때 침대시트 밑에 전기장판을 깔고 잠을 잔다. 박옥희 할머니에 의하면, 현재 미토시에는 전기불이 나간 상태로 사방은 칠흙같이 어두우며, 그래서 당연한 일이지만 난방은 커녕 식사, 냉장고의 식품보관이 무엇보다 큰일이라고 말했다. 가스사용은 대규모 화재위험이 있어 전면 중지된 상태라고 한다. 전기불은 언제 들어오느냐는 질문에 박할머니는, 당장 오늘밤을 난방없이 어떻게 자는가 그게 더 큰 문제라며, 우선 급한대로 이불을 여러채 겹쳐서 한기를 견뎌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바라키현에 살고 있는 교민에 대한 피해 상황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내일 오전까지는 피해 상황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쿄의 경우 대중교통수단인 전철이 올스톱 되고, 택시마저 수백미터씩 줄지어 기다리는 바람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서너시간씩 걸어서 귀가, 피난민 행렬같은 준전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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