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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후 24시간 도쿄엔 지금"먹을게 없다"
[체험기] 일본 대지진, 기자가 도쿄 현지에서 보낸 24시간
 
안민정 기자
악몽같았던 11일 동북지방 태평양 해안 지진 첫 발생이후 만 하루가 지나고 있다. 여전히 일본은 비상사태로 방송은 24시간 지진 속보를 내보내고 있다.

거리의 풍경은 한가해졌다. 11일 오후 지진 발생 후 각종 교통기관이 먹통이 되면서 거리에 나와 무조건 걷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들 집에 도착했는지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적어졌다.

자동차 통행량도 줄었다. 11일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주차장같았던 도로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산해졌다. 12일 오전 7시 30분 경부터 지하철 일부 노선이 운행을 재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첫 지진이 느껴졌을 때, 제이피뉴스 사무실에는 내근 기자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오후 근무에 들어가 있었다. 한 기자가 "어, 어, 어. 지진"이라고 말해서 '또 대수롭지 않은 흔들림이거니'라고 생각했다. 
 
일본생활을 하면서 이제까지 수도 없이 겪어온 진동에 감각이 무뎌져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라고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무실 바닥 저편에서부터 꿈틀거리며 진동이 다가오고 있는 느낌. 급탕실에 걸려있던 컵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천장에 걸린 전등이 좌우로 흔들렸다.
 
재빨리 텔레비전을 켜고 속보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프로그램 중간을 끊고 속보가 흐르기 시작한다.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진도는 7.2 미야기현...'
 
'진도 7이라고?' 머리를 갸웃했다. 진도 7이면 건물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다 뛰쳐나오고 집안에 있는 가구가 엎어질 정도의 위력이다. 도쿄는 진도 5 약 정도로 훨씬 약한 편이었지만, 가뜩이나 지저분한 기자들의 책상에 탑을 쌓고 있던 책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사무실에 있던 기자들 모두 이 정도의 지진을 경험한 것은 처음이었다. 허둥대며 빨리 속보를 전송하고 있는 기자며, 풍경을 촬영하는 기자, 그 와 중에도 각자 할 일을 찾아하던 중 몇 번이나 여진이 찾아왔다. 마치 배가 풍랑을 만난 듯,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난 듯 울렁울렁거렸다.
 
사무실 밖을 내다보니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차들이 상하좌우 진동을 하고 있었다. 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어이가 없는 얼굴이었다. 머릿 속에는 '이걸 대피해야하나, 어쩌나' 수 만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길거리를 걷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여진은 끊임없이 밀려왔다. 숨 좀 쉴만하면 다시 한 번 꿀렁꿀렁. 속이 계속 좋지 않았다. 한국에 사는 가족들은 물론 일본 현지 지인들의 소식을 묻고 싶었지만 휴대전화가 계속 불통이었다. 절망에 빠졌을 즈음, 휴대폰이 딩동 울렸다. 아이폰 어플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지진났다며? 괜찮아?" 한국에서 날아든 메시지.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전화가 불통이 되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가 요긴하게 쓰였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메시지들, 다들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 없어요?"라며 친절하게 물었다. 어떤 일본 트위터리안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온 가족이 스마트폰 한대씩 들고 다니기로 결심했다"고 트윗했다. 새삼 절절하게 와 닿는 말이었다.
 
지진 발생 후 제일 먼저 멈춘 것은 각종 교통기관이었다. 각 기업에서는 지진 발생 후 업무가 마비되어 일찍 퇴근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전철이 움직이지 않아 지하철 선로를 걷는 등 대량 귀가 난민이 발생했다. 길거리엔 평소보다 열 배 이상 되는 샐러리맨으로 넘쳤다. 그나마 움직이는 버스나 노면전철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귀가전쟁은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거리는 밤새도록 집을 향해 걷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특히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 발생한 지진이었기 때문에 걸어서라도 집에 가야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리 중간에 있는 자동판매기가 그들의 작은 쉼터였다. 유난히 차가웠던 새벽바람, 언 손을 캔커피로 녹여가며 길을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간혹 편의점 앞에 털퍼덕 주저앉아 컵라면을 들이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나마 행운아였다. 시내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식사대용으로 할 수 있는 삼각김밥, 샌드위치, 빵, 컵라면 코너가 텅텅 비어있었다. 편의점에도 쓰나미가 지나간 듯 깨끗한 선반이었다.
 
도로는 새벽까지 꽉꽉 막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있는 자동차 행렬에 "걸어가는 게 빠르겠다"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집에 돌아와보니 현관에는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꽃병, 떨어진 액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장 걱정했던 전자제품이 쓰러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튼튼한 콘크리트 맨션에 낮은 층수라 피해가 적었던 것 같았다. 주위에 물어보니 식기선반이며 가구가 쓰러진 집도 있었고, 가스, 수도, 전기가 끊겼다는 집도 있었다. 일단 피하고보자며 엉망이 된 집을 빠져나와 피난소에서 밤을 보낸 교민도 있었다. 제이피뉴스의 한 기자는 애지중지하던 lcd tv가 곤두박질쳤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침이 되자 귀가길 정체는 한결 나아졌다. 지진 이후 꼼짝달싹 못하던 jr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대거 귀가 러쉬가 이어졌다. 특히, 서울지하철 2호선 격인 야마노테선이 운행되자 전철역이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었다.
 
얼핏 보기에 평화로운 도쿄의 아침이었지만, 도시 곳곳에는 지진의 흔적이 남았다. 가스 공급이 되지 않아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은 이들이 많은 한편, 수퍼마켓, 편의점 식품코너는 여전히 텅텅 비었다.
 
도쿄 치요다구 한 편의점 직원은 "세상에 어제밤처럼 바쁜 날이 없었다. 삼각김밥, 빵, 바나나 등 식사대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동이 났다. 아직 언제 물건이 들어올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시락 가게에서는 "지진의 영향으로 재료 공급이 되지 않았다"며 일부 메뉴만 제공하고 있다. 메뉴 절반 이상이 '불가능'이라는 쪽지를 붙이고 있었고, 그나마도 15~2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 수명의 사람들이 따뜻한 도시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여전히 24시간 지진속보가 흘러나오고 있고, 고개를 들어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100명 단위로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진전문가는 "이 정도 지진이면 계속 여진이 올 거다. 아무쪼록 안전확보에 힘써주길 바란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주말이 지나고나면 월요일 아침엔 도쿄에 또 한번 출근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 -  야마모토 히로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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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3/12 [16:00]  최종편집: ⓒ jpnews_c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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