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일명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인사건'의 재판이 24일 열린 가운데, 사건을 일으켰던 남성이 결국 사형 선고를 받았다.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인 사건'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최악의 무차별 살인 사건으로 유명하다. 인력 파견업체의 파견 사원이었던 가토 도모히로(28) 피고는 인터넷에 살인예고글을 남긴 뒤 2008년 6월 8일,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날의 아키하바라는 주말이라 매우 북적였다. 그는 아키하바라 거리 한복판에 트럭을 끌고 나와 사람들 무리로 그대로 돌진, 3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부상 입혔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멈춰선 트럭에서 내린 그는 칼을 빼들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무차별로 찔렀고, 이로 인해 자상을 입었던 12명 중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당시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사람이란 본래 예측할 수 없는 일에 가장 큰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이 사건 이후, 인파가 많은 번화가 거리조차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조차 '혹시나'하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 떠도는 무차별 살인 예고 하나하나에도, 일본 열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올해 2월의 '신주쿠 거리 살인예고'가 그 대표적인 예였다. 이 살인예고로 당일 신주쿠 거리에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중학교 2학년생의 장난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휴일이면 실시되던 아키하바라 '보행자 천국
(일요일, 공휴일에 한해 자동차 유입을 막고 도로를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제도)'은 2011년 1월 23일까지 무려 2년 7개월 동안이나 중단됐다.
이같이, 오랜 기간 여파가 지속됐던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인사건'.
사건이 발생한 지도 어언 3년여가 지났다. 그리고 2011년 3월 24일, 이 사건의 마지막 선고 공판이 열렸다.
가토 피고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한결같이 기소 내용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날 공판에서는 피고의 책임 능력 유무가 주요 쟁점이 됐다.
검찰 측은 기소 전의 정신 감정을 토대로
"그는 충분히 책임질 능력이 된다."라고 지적,
"범죄 사상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이 흉악 사건은 인간성이 결여된 악마의 소행과 다름없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이에 변호사 측은
"피고는 사건 당시 기억이 거의 없다. 무언가 정신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피고가 사건 당시 심신상실
(마음이나 정신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과 심신미약
(정신 장애로 인해 식별력이 극히 빈약함)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측이 증인으로 내세운 한 정신과 의사는 "피고의 친모가 눈 속을 맨발로 걷게 하는 등 (피고를 상대로) 여러 가지 학대를 일삼았다."라고 증언했다. 또한, "부적절한 교육을 받아 감정이 마비돼 인터넷 게시판에 의존했던 것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사형은 너무 무거운 벌이라고 호소했다. 가토 피고 본인 또한, 인터넷 공간이 자신의 본심을 표출하는 하나의 사회생활 공간이었다며, 이 공간에 크게 의존해왔다고 종종 밝혀온 바 있다.
이날 피고는 자신의 범행 동기에 대해 "휴대전화 사이트 게시판에서 짓궂은 짓을 하는 사람에게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말로 해서 듣지 않아 그런 행동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비정규직 사원으로서의 불안정한 생활로 괴로워했다는 검찰 측 지적은 부정했다. 이 같은 설왕설래가 여러 차례 오간 끝에,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도쿄지법은, 피고의 죄질이 매우 무겁고 본인도 기소 사실은 순순히 인정하고 있는 데다, 별다른 정신 질환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사형 선고를 내렸다.
체포된 직후부터 계속 "반성한다. 그리고 너무 후회된다."라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던 가토 피고. 오늘 재판 결과로 드러나듯,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먼 길을 온 듯하다.
***기소장은, 가토 피고가 2008년 6월 8일 오후 0시 반쯤, 도쿄도 치요다구 보행자 천국교차점에 트럭을 돌진시켜 5명을 치고 3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으며, 트럭에서 내린 뒤에는 12명을 찌르고 그 중 4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