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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일본, 쓰나미 피해 이미 예측했었다
일본 정부, 도쿄전력 앵무새처럼 '예상밖'이라 언급, 그러나...
 
이지호 기자
"이번에 예상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쓰나미가 몰아닥쳤기 때문에..."
(간 나오토 수상/ 3월 12일 수상관저 기자회견장에서)
 
"미증유의 쓰나미라는 예상밖의 사태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 시미즈 마사타카 사장, 3월 23일 지진 후 첫 기자회견에서)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엄청난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규모는 무려 9.0. 일본 동북부 태평양 해안에서 발생한 이 지진으로 일본 동북부, 수도권 지방은 크게 흔들렸다. 이 때문에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현을 중심으로 200만여 세대가 정전됐고, 일부 제유소와 제철소, 주택가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진이 아니었다. 지진 발생 직후부터 동북부 지역 해안에 몰아닥친 엄청난 규모의 쓰나미는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거대한 해일이 밀어닥치자 언제 마을이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모든 것이 사라졌고, 마을이 있던 장소는 쓰레기더미로 뒤덮인 폐허가 돼버렸다. 

 
최고 높이 38.9미터를 기록한 일본 사상(史上) 최악의 쓰나미. 인명 피해 또한 엄청났다.
 
16일 오전 10시까지 확인된 지진 피해 사망자는 1만 3645명. 또한, 거의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신이 확인되고 있지 않은 실종자도 1만 4384명에 달한다. 모두합하면 무려 2만 8천여 명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다. 이 중 90%이상이 익사로 인한 사망으로 밝혀졌다. 사망자 대부분이 지진보다는 쓰나미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이 같은 광범위한 피해가 있으리라고, 과연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국토교통성 산하 출장기관인 국도사무소 측이,쓰나미 발생시 침수 가능 범위를 예상, 그 범위를 알리는 표지판을 배치했는데 그것이 이번 쓰나미 때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것도 거의 근사치에 가까운 적중률로 말이다.
 
경제산업성 출장기관인 국도사무소 측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쓰나미 침수 예상 구역은 여기까지'라고 적힌 도로 표지판을 미야기현 13군데, 이와테현에 14군데 설치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표지판이 이번 쓰나미 때, 미리 알고 세워 놓은 것처럼  '정확히' 적중했다는 것. 
 
지진 피해 현장에 나가있던 본지 칼럼리스트이자 프리랜서 작가 시부이 테쓰야 씨는, 일본 주간지 '스파!'의 취재에 이 같이 언급했다.
 
"제가 본 표시판만 열 몇 개됩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라는 표시가 틀린 곳이 2곳 밖에 없었어요. 나머진 전부 적중했습니다. 물론 취재한 기자들은 모두 이 표시판의 정확성에 놀랐을 겁니다. 표식의 앞뒤 풍경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스파!'에 실린 사진을 보면, 표시판 바로 앞에는 광활한 평지에 쓰나미가 휩쓸고 간 건물 잔해와 쓰레기 더미가 펼쳐져 있다. 그런데 표지판 바로 뒤편에는 주택가와 밭, 그리고 전신주가 언제 쓰나미가 왔었냐는 듯 아무 피해도 없이 온건히 자리잡고 있다.

 
(▲사진 오른쪽 위 간판에는 '쓰나미 침수 예상 구역 여기까지'라고 적혀 있다.  © 주간지 '스파!' 캡쳐)
 
마치 표지판이 쓰나미를 가로막은 듯, '여기까지' 표지판을 경계로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 적중률이면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던 '예상 밖'이 아닌, '예상 범위 내'였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니, '예상한 그대로' 스나미가 왔던 것이다.
 
'쓰나미 침수 예상 구역은 여기까지'라는 팻말을 사전에 세워 놓을 정도면, 이에 대비할 시간도 충분히 가능했다는 말이 된다. 아니, 100% 미연의 방지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문제의 이 팻말은, 4년에서 10년 정도 전에 이미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쓰나미를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던 것이다. 만약 일본정부가 이를 사전에 대비했었더라면, 사상자는 1만, 2만이 아닌 몇 백명에 그칠 수도 있는 재해였다.
 
그런데 예측이 이 정도까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팻말을 세워두는 것으로 그쳤던 것일까? 아니면 예상에 맞춰 대책을 세워놓았지만 그 대책이 기능을 못했던 것일까? 
 
일단 후자는 아닐 듯하다. 도쿄전력과 일본정부가 지금까지 앵무새처럼 '예상 밖'의 쓰나미란 말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워둔 그 정확한 표시판마저도 그리 큰 기능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스파!'의 취재에 따르면, 주민들 절반 정도만이 이 표식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 있던 이들도 이 표식을 그리 의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은 '설마 쓰나미가 여기까지 오겠는가? 하는 인식이 무의식중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상상이나 했었겠는가. 제방을 넘어, 논밭과 집들을 순식간에 집어삼키고, 해안가로부터 4,5km 떨어진 산자락 중턱까지, 바닷물이 밀어닥치는 모습을. 물론 이 표식을 만든 이를 제외하곤 말이다. 

 
 
이 표지판의 설치 목적은, 분명 쓰나미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주민, 또는 방문객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팻말을 만든 이들은 최소한, 이 팻말을 세워 놓는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에게 이 표시판의 존재를 알리고 주의하라는 당부를 했어야 옳았다. 적어도 주민들에게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줬어야 했다. 그러면 그 엄청난 인적, 물질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도사무소 측과 일본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히 일본정부는, 이 표시판 제작과 더불어 쓰나미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이 정도 위까지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정확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표시판까지 만들었다면, 그 후에 예측한 엄청난 쓰나미가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서 전략적인 메뉴얼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게 정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표시판을 세워놓았다는 흔적과 기록만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예산이 부족해서였을까? 문제는 어느쪽이든, 어떤 이유든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피해 주민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도 무방할 만큼  명백한 행정태만에 해당한다.
 
표지판 위치 선정을 위해 기초 자료를 제공한 곳은 각 지방 지자체라고 한다. 현이 실시한 피해예측조사에 기초해 각 소단위 지차체가 태풍, 지진, 쓰나미 등의 피해를  예측해 방재계획을 만들고, 주민들에게 고지하기 위한 '해저드 맵'을 작성했다고 한다.
 
이 해저드 맵을 토대로 국도사무소가 표시판을 제작했다. 국도사무소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중앙정부인 경제산업성의 출장 기관이다. 

 
그렇다면 지자체도, 일본 정부도 쓰나미 피해 예상 범위를 알면서도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만약, 일본정부가 이 표시판을 근거로, 피해 예상 범위에 입각해 쓰나미 대책을 세웠다면, 이번같은 최악의 불행한 사태는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지자체는 차치하더라도, 왜 일본 정부마저 그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가타야마 요시히로 총무대신의 다음과 같은 말에 들어 있다. 아래는 '스파!'의 취재에 가타야마 총무대신이 직접 대답한 말이다.
 
"각 지자체가 만드는 상세한 방재계획에 대해 국가가 참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이 중심이 되어 나서야 합니다. 앞으로도 각 지방의 방재계획에 대해서 저희 쪽에서 먼저 구체적인 지시를 내릴 계획은 없습니다."
 
이 말은 이번 대지진 전이 아닌, 후에 언급한 말이다. 이 엄청난 피해 앞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전면에 나설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무책임을 넘어 일본정부의 리더십 부재가 한없이 느껴지는 코멘트다.
 
물론 지방자치제도 및 지방 분권이 잘 갖춰졌다는 평을 받는 일본이지만, 이번 지진관련 대응에 대해서는, 위기시 대처하는 태도가 너무 안일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전에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민주당은 한 국가를 이끌어가는데 너무 서투르다. '정령(정부가 제정하는 명령, 한국의 시행령)'을 내려 직접 정부가 지시에 나서라. 왜 못하는가, 답답하다"라고 간 나오토 내각을 정면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민주당'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그의 말이 전적으로 틀리지는 않은 듯 하다.
 
일본 정부가 지자체에 위탁했으니 지자체가 해결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저 팻말을 세워두는 것에 그쳤다. 일본 정부가 나라의 중대한 일을 지자체에 거의 '위임'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제의 연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큰 불행으로 이어졌다. 만약 이들이 제대로 연계해 확실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다면, 혹은 정부든 지자체든 그 누가 나서서 대비책을 강구했다면, 이 엄청난 재난을 피하면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예상했지만 대응하지 않은 것, 그리고 예상치 못해 대응하지 못한 것은 그 책임소재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
 
그렇게 보면 지난 3월 11일 대지진 이후,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왜 그토록 '예상 밖의 사태'라는 말을 강조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있다. 예상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진, 쓰나미, 원전사고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도쿄전력과 간 내각은 책임회피를 하기 위해 '예상 밖의 사태'라는 말을 강조했던 것이다.  

 

결국 지진, 쓰나미, 원전사고 등 3종 사태와 관련해 일본언론과 야당,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책임추궁 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책임회피를 위해 진작부터 '예상 밖의 사태'라는 말로 빠져나가는 길을 모색한 것이다. 실제로 간 나오토 수상, 에다노 관방장관, 도쿄전력 관계자는 기자회견 때마다 매번 빠트리지 않고 '예상 외(想定外)'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은, 책임 소재 확인은 커녕 배상금문제도 시간을 질질 끄는 등 피해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번 쓰나미 피해는 분명 '인재(人災)'적 성격이 짙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피해를 당한 이들만 억울할 뿐이다. 물론,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에 관계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이들의 상처와 피해가 치유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미연에 방지를 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의 안일한 방심과 무대책으로 수만명이 사망하고, 4개 현 주민들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 엄청난 재앙이 두번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임소재'만큼은, 재해복구가 어느정도 안정되면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사진 - 게센누마시. 이곳에도 '쓰나미 침수 예상지역 여기까지'란 표시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표시판 뒤쪽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마을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게센누마시는 이번 쓰나미 때 피해가 극심했던 곳 중 한 곳이다. © 주간지 '스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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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4/15 [12:35]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그게 아니라 11/04/17 [17:13]
그 앞에 위치해 있던 표지판이 다 쓸려내려갔으니 저 위치에만 남아있는거겠지 수정 삭제
정말 그렇다면 일본정부, 총 사퇴해야 서울 나그네 11/04/17 [17:19]
아니 그렇게 정확히 예측해놓고도 그 많은 인명피해를 봤답니까? 이건 완전히 인재네요. 나중에라도 책임추궁은 꼭 있어야 할 듯 싶습니다. 늘 있는 그대로 일본소식을 전하는 제이피뉴스 팀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정진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수정 삭제
책임질려고 하지? 어느누가... 11/04/17 [20:56]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순간 혼자 몽땅 덤터기 쓰는게 당연한 상황인데...
예상은 했지만 매뉴얼이 없으니 그냥 예상만으로 그쳤다 그소리겠지.
대응만 잘해도 이런 사태는 없었다는 의미인데,
그놈의 매뉴얼이 멀쩡한 사람 다 죽이는 구나.
앞으로도 매뉴얼만 생각하겠지? 아마도...
수정 삭제
댓글달려면 우선 ss501 11/04/18 [00:30]
무슨 내용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댓글답시다.
참 첫 댓글보고 어이없어집니다.
그 앞에 있던 표지판이 다 쓸려내려가서 저 위치에만 남아있는거라는 이해도 없고
나름 생각도 해보지도 않고 댓글달다니...
표지판 내용을 잘보세요.
쓰나미수몰예상구역' 이 아니라 ' 쓰나미 수몰예상구역, 여기까지' 입니다.
쓰나미 피해예상지역의 마지막에 설치한 것이고 그 안쪽에는 이런 표지판이 아니라
쓰나미 피해예상지역에서 문장이 끝나는 표지판이 설치되면 설치되지 여기까지가 붙은 표지판은 설치되지 않습니다. 수정 삭제
일본의 재난 안전 신화는 무너졌다 zzz 11/04/18 [03:41]
지금 그걸 만들어 내려고 저놈들은 난리인 거고 결과적으로 일본은 무능하네? 놈들은 그걸 인정하기 싫은 거지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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