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피겨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의 안도 미키가 4년만에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안도 미키는 이번 시즌 최고의 안정감을 보여주며 6개 대회에서 5회 우승을 차지했다. 쇼트에서 뒤쳐져도 전 경기 프리 1위로 역전 우승을 거뒀다. 그녀의 15년 피겨인생 최고의 전성기다.
만일 이것이 아사다 마오의 성적이었다면 일본 열도가 지금 축제분위기일 것이다. 그러나 생각외로 일본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것은 아마도 아사다 마오가 아닌 미운털(?) 안도 미키이기 때문일 것.
왜 같은 일본인이 우승을 해도 반응이 다른 것일까.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안도 미키 피겨인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안도 미키 ©jpnews/ yamamoto hiroki | |
▶ 천재소녀 안도 미키 그리고 4회전1987년생 만 23세인 안도 미키는 8살 때부터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의었다. 안도 미키에게 스케이트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해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안도는 타고난 피겨 스케이터로서 1년 만에 2회전 악셀, 2년만에 3회전 살코와 토루프를 습득하는 등 일본 피겨계의 신동으로 성장했다.
주니어 대회를 제패하고 떠오르는 샛별과도 같았던 안도 미키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02-2003시즌, 세계 여자 싱글 최초로 4회전 살코에 성공했을 때는 그녀를 향한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천재소녀의 등장에 일본 열도가 들썩인 것이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4회전이 안도를 망치는 원인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도 미키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4회전 점프다. 대중도 그녀의 4회전을 보고 싶어했지만, 안도 역시 4회전에 집착했다. 그러나 현재 아사다 마오 선수에게서도 느낄 수 있듯이 점프에 집착하다보면, 그것이 실패할 경우 프로그램 전부가 무너져버린다. 4회전에 집착하면 할 수록 안도 미키는 무너져갔다.
나중에 에세이집을 통해 밝혔지만 4회전의 악몽은 안도 미키를 거식증까지 몰아넣었다. 자신이 뛰지 못하는 것은 체중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음식을 먹고 토하는 것이 버릇이 들었다. 몸은 망가져갔고, 43킬로그램까지 다이어트했지만 4회전 성공률은 지극히 낮았다.
대회에서 몇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4회전을 고집하고,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는 안도 미키에게 대중들의 관심은 조금씩 멀어져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미운털이 박힌 사건이 있었는 데, 그것이 바로 2006 토리노 올림픽 사건이다.
▶ 안도 미키 미디어 대응이 일본인답지 못하다? 그 해, 전일본선수권에서 6위에 머무는 등 저조한 성적을 보이던 안도는 올림픽 대표 선고 포인트 종합 3위로 출전권을 얻게 되었다. 당시 안도보다는 나카노 유카리 선수가 올림픽 대표에 맞는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안도는 골절부상도 완치되지 않은 채 출장을 강행했다. 결과는 15위 참패. 고집하던 4회전 점프는 엉덩방아를 찧고 실패했다.
또 하나, 안도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이유는 제멋대로의 성격과 미디어 대응력의 부재다. 일본에서 스포츠 선수들은 따로 미디어 인터뷰 훈련을 받을만큼 철저한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데, 안도 미키는 이미지관리면에서 자주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예로 2008년 전일본선수권에서 안도는 연습중 수구리 후미에 선수와 충돌해 부상을 입고 수구리에 밀려 3위에 랭크된 적이 있다. 당시 인터넷 상에서는 '누구 잘못인가' 동영상이 떠도는 등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안도 선수가 인터뷰에서 "내가 부상을 당해서 차라리 다행이다"라는 말을 해서, 충돌에 대한 시비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보통 일본 선수들이라면, 특히 아사다 마오의 경우, 큰 충돌사고 이후에도 "이 정도로 흉하게 넘어졌으니 다른 시합에서 넘어지는 것은 크게 표시도 안 날 것 같다"라며 웃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에 비해, 안도 미키는 종종 "부상때문에 성적이 저조했다" 등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앞선 충돌 사건에서도 피겨 팬들은 안도를 향해 '일방적으로 수구리를 가해자로 몰았다'고 비난했고, '항상 변명이 많다'며 안도의 인간성을 의심했다.
아사다 마오 등장 후, 관심 밖으로 밀려난 데 대해 서운함을 느끼고 있던 안도는 미디어 대응에도 까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신문, 주간지 등에는 안도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등 대립전이 이어졌고, 산케이 신문은 언제나 안도의 '굴욕사진'만 싣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참 여론이 나빠졌을 때는 '안도 미키 재일동포설'도 흘러나왔다. 미키의 '키(姬)' 한자가 일본이름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데다 미키가 한국 발음으로는 '미희'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도 미키는 직접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물론 친척 중에서도 한국인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안도 미키 재일동포설이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
일본 내에서 재일동포 차별을 생각하면, 안도 미키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 여론이 퍼져나갔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다.
이렇게 한 없이 추락할 것만 같았던 안도 미키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현 코치인 니콜라이 모로조프를 만나고 부터다. 여전히 4회전을 고집하는 안도에게 코치는 "실수없이 곡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여 그 때부터 점프에 대한 고집이 많이 약해졌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안도는 3-3 점프를 안정적인 3-2로 대체해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
코치와는 진지한 교제설에 동거, 결혼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태로, 비록 안도는 부정하고 있지만, 많이 변한 것 같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여성스러워진 모습, 표현력도 한층 좋아졌다. 안도의 힘이 사랑의 힘인지, 아니면 오랜 대회경험에서 나온 연륜의 힘인지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번 시즌 가장 빛난 선수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피겨 인생 최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안도 미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이번 세계선수권으로 다시 밝고 건강한 미키티(안도 미키 애칭) 스마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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