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위크(일본의 5월 대형연휴)였던 지난 4일 오사카 쓰루하시에 있는 쓰루하시 시장을 방문했다. 길은 좁고 많은 관광객들이 흘러넘쳐 통과하는 것이 겨우겨우일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예전에는 오봉(8월 연휴)이나 연말 정도에는 제법 사람이 많았지만, 아무리 연휴라도 이렇게 미어터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제 2의 한류붐이 일고난 후 최근에는 오사카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하는 관광코스의 하나로 여겨지면서,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통틀어서 쓰루하시 시장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6개의 시장과 상점가로 나누어져 있다. 아케이드 아래에는 한국식재료, 의류품을 판매하는 곳을 시작으로, 생선식품점, 건어물, 일본 식료품 등 1500개 이상 전문점이 모여있다.
오사카시 이쿠노구 미유키노모리텐진구 근처에는 오사카의 이른바 '코리아타운'이 있는데 이번엔 그 곳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시장은 전후에 자연스럽게 발생한 암시장을 기원으로 한다. 쇼와 22년(1947년), 일본,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중화민국, 중화인민공화국 사람들이 참가하여 300개 점포, 1200명의 임시단체로 '어느 곳보다 싸고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곳- 쓰루하시국제상점가연맹'이 결성되었다. 이후 쇼와 42년(1967년)에는 180개 점포가 가입한 법인 '쓰루하시상점가진흥조합'을 만들었다. 이 때는 쓰루하시 시장이 '국제 마켓'이라고도 불리웠다.
쓰루하시가 도쿄의 최대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와 다른 점은 전후 일본에 건너온 뉴커머(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한국 주민등록자)가 아닌 대대로 이 지역에서 살아왔고, 생활을 하고 있는 올드커머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나는 때때로 김치나 고추장을 직접 담그는데, 그 때마다 재료를 구입하러 이 시장을 들른다. 가게의 점원은 "요즘엔 뭘 만드세요? 오늘은 뭘 만드실거예요?"라며 친절하게 말을 붙여온다. 내가 고추장을 처음 담갔을 때는 누룩(효모)이 도대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재료를 적은 메모를 보고 점원은 "만드는 방법이 아주 옛날거네요. 누구한테 배운 거예요?"라고 물었다. 사실, 이것은 친구의 돌아가신 할머니의 고추장 담그는 법이었다. 점원은 "옛날에는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서 이런 어려운 방법으로 담근 것 같다"며 "이 방법을 아직도 지키고 있는 것을 할머니가 아시면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 곳에서 계절마다 바뀌는 다양한 김치, 무침 종류는 무엇이든 다 맛있어보인다. 이 날 나는 도야마현 명물 불똥꼴뚜기(ホタルイカ) 김치를 샀다.
또한, 쓰루하시 시장 안에는 카페가 참 많다. 시장에 들른 손님들은 물론 점포 사람들도 식사나 휴식을 하는 장소이다. 내가 지인들에게 쓰루하시 시장을 안내할 때는 항상 들르는 카페가 있다. '록비라(ロックヴィラ)'라는 곳으로, 명물 김치 샌드위치를 판다. 구운 식빵에 달걀과 김치를 넣은 것인데, 처음 본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라지만, 먹어보면 모두 맛있다고 한다.
그리고 쓰루하시 시장에서도 가장 화려한 거리는 한복, 치마저고리를 파는 한복전문점코너다. 나는 언제나 야스다상점을 들르는 데, 대학 입학식, 성인식, 결혼식 등 중요한 날에는 항상 여기서 한복을 만들거나 빌려 입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백일잔치를 할 때도 여기서 바지저고리를 맞췄다.
나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복을 입는다. 일본의 기모노도 예뻐서 몇 장이나 가지고 있지만, "한복이 잘 어울려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역시 기분은 좋다. 매년 한복에 손을 대다보면 남편에게 "한복집을 차릴 셈인가"라고 한마디 듣기도 하지만, 이렇게 예쁜 옷을 입을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은 역시 멈출 수 없다.
한편, 역 가까이에는 '김치 오모리야(キムチの大盛屋)'라는 곳이 있다. 이 곳은 생긴지 7년 정도 되었는데 뉴커머 부부가 경영하고 있는 곳이다. 가게 안에서는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고 적당한 가격에 김치 맛이 좋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여기에서 파는 삶은 돼지귀 무침은 술안주로 제격이다.
신주쿠에 사무실이 있어서 신오쿠보에도 종종 방문하고 있지만, 쓰루하시 시장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된다. 신오쿠보는 현재 한국을 반영하고 있고, 세련되고 다듬어진 느낌이 난다. 그에 비해 쓰루하시 쪽은 조금 때를 덜 벗었고,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뿌리를 지켜오려는 재일동포의 뜨거운 의지가 전달되어 온다.
쓰루하시에서는 언제나 부침개를 지지는 기름냄새며, 김치냄새, 저녁이 되면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냄새와 사람의 정, 생활의 흔적 등 다양한 인간미가 흘러넘치는 쓰루하시는 내가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글/사진- 이신혜(프리라이터)
이 글은 일본어를 원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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