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일본 아이돌 팬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이 일어났다. 앨범판매량만을 조사해 순위를 발표하는 오리콘 차트에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는 10인조 걸그룹 파스포☆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한국팬들이야 요즘 인기최고인 케이팝 아이돌 덕분에 오리콘 1, 2위쯤 대단치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오리콘은 1968년부터 집계하기 시작한 일본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음반차트다. 오리콘 1위는 일본에서 데뷔하는 모든 가수들에게 꿈이나 다름없다.
오리콘 1위라고 하면 대부분 주간랭킹을 뜻하는 것으로, 음반사재기로 인한 일간 1위는 쉬워도 주간 1위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 대중음악계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한류스타도 아닌 일본 무명걸그룹이 주간 1위를 차지하다니 40여 년 역사의 오리콘이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논란의 주인공, 파스포☆는 누구인가.
파스포☆는 '모두가 만드는 아이돌 유닛'이라는 컨셉으로 2009년 초 결성되었다. 소속사 플래티넘 패스포트에 소속한 19명의 중고생 연습생들이 멤버 후보로, 아키하바라에서 휴대용 화장지를 나눠주고 이벤트를 하는 등 얼굴알리기를 통해 최종멤버 10명을 선발했다.
파스포☆라는 이름은 여권을 뜻하는 영어 패스포트에서 따온 것으로, 여행을 컨셉으로 멤버들은 제복으로 스튜어디스 복장을 하기도 하고, 멤버 각자 메인컬러가 있어 컬러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선다. 팀 리더는 캡틴이라고 부르고, 멤버들은 크루(crew), 관객을 패신저(passenger) 라고 부른다.
2010년 3월에 첫 싱글이 발표되었고, 지난해 7월에는 중국 상하이 엑스포에 출연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아직 인기나 인지도면에서는 매니악한 수준으로, 그런 그녀들이 올 5월 메이져 데뷔 싱글 '소녀비행'을 발매하면서 주간판매량 4만 2706장으로 1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이 때 2위는 야심차게 데뷔를 선언한 한국보이그룹 엠블랙. 파스포☆는 지금 최고 인기인 케이팝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일본 내에서 여성 신인그룹 데뷔싱글이 데뷔 첫 주에 1위를 한 것은 오리콘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었다.
물론, 이 놀라운 사건은 인터넷 상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일본에 혜성처럼 나타난 소녀시대급 태풍인가'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발매 다음주인 5월 23일자 오리콘에서 파스포☆의 싱글은 100위 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4만 장에 이어 다음주 판매량은 500장 남짓. 케이팝 아이돌이 둘째주에도 10위 권내에 랭크되는 것과는 비교되는 놀라운 기록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파스포☆의 1위는 소속사와 팬들이 만든 자작극이었다.
리쿠르트가 발행하는 주간지 r25에 따르면, 메이져 데뷔를 앞둔 파스포☆ 소속사는 팬 대표100여 명과 회의 끝에 데뷔싱글 3만 매 판매, 오리콘 5위 진출을 목표로 설정했다. 파스포☆는 처음 탄생부터 '모두가 만드는 아이돌 유닛'이 컨셉이었기 때문에 팬의 적극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3만 매 판매를 위해 파스포☆는 발매 3개월 전부터 cd 예약판매 이벤트를 몇 번이나 개최했고, 소속사는 팬들에게 "이번 데뷔앨범이 화제가 될 수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위해 한 사람당 음반을 여러장 구매할 수 있도록 선동했고, 그 중에는 200~300장 구매했다는 팬도 있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파스포☆는 오리콘 1위 위업을 달성했다.
이러한 자작극을 벌인 이유에 대해 소속사는 "파스포☆의 라이브 공연을 본다면 팬으로 만드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때문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화제거리가 필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작극 내막이 알려진 뒤, 인터넷 상에서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소속사의 예상대로 파스포☆가 화제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웹 신문은 물론, 메이저 일간지에서도 이들을 '신성'이라고 표현했으니 말이다.
이 사건 이후 파스포☆의 노래를 듣고 "좋아졌다"는 팬들도 약간은 생긴 듯 하다. 그러나 팬들이 만들고 키워가는 아이돌도 좋지만, 덕분에 신뢰도를 상실한 오리콘의 명예는 어떻게 해야할까? 괜히 파스포☆와 같은 주에 앨범을 발매해 2위로 떨어진 엠블랙이 가여워졌다.
(사진- 코우다 타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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