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일부 각료들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일본 우경화 비판' 발언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반 총장은 26일, 외교부에서 취재진에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타국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다"며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했다. 또한, "일본 정치지도자들은 깊은 성찰과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7일 오전 열린 정례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제대로 인식한 가운데서 한 말인지 매우 의문스럽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우익성향의 일본 각료들도 비판에 나섰다. 올해 8월 15일, 일본의 종전기념일 때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던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립적이어야 하는 인물이 바로 유엔 사무총장이다. 입장이 편향된, 자의적인 발언을 해서야 되겠는가"라며 반 총장을 비판했다. 신도 총무상과 마찬가지로, 종전기념일 때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각료 3인방 중 한 명인 후루야 게이지 납치문제담당상은 "유엔헌장 위반이 아닌가하여 외무성이 자세히 조사하고 있다고 들었다. 외무성이 말한 그대로 아닐까"라고 비판했다. 일본 언론도 반 총장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일본 유명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은 "유엔 사무총장은 엄격한 중립성이 요구된다"며, '출신국이 깊이 관여된 문제를 가볍게 언급했다'는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빌어 반 총장의 발언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산케이 신문도 "사무총장 및 직원은 기구에 대하여만 책임을 지는 국제공무원으로서의 지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는 어떠한 행동도 삼간다"는 유엔 헌장 100조의 중립성 원칙을 직접 거론하면서까지, 반 총장의 발언이 "중국, 한국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반총장의 이번 발언과 관련해, 한반도 지역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기무라 칸 고베대학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유엔 사무총장이 간혹 특정 국가를 비판할 때가 있다. 반 총장의 발언을 방치하면, '일본의 역사인식문제를 비판하는 것은 중립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게 된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이번 발언을 비판해야 한다. 제대로 일본 측이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일본 정부는 반 총장이 한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귀국할 때를 기다린 뒤, 외교 루트를 통해 발언의 의도를 물을 방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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