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재일교포 시각장애인이 나를 찾아왔다. 한국에 공부하러 가고 싶다며 이것 저것 한국에 관한 궁금한 것을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찾아 오기 전 한국의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한국어학당’ 몇군데에 문의를 했었다고 한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기가 그 곳 어학당에서 공부할 수 있는지를 알아본 것이었다.
그런데 대답은 “안된다”였다고 한다. 수업시 칠판을 사용하는데 시각장애인의 경우 칠판을 볼 수 없으므로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다시 확인을 해보니 조금 다른 듯했다. 실제 내용은 아무래도 시각장애인 학생의 경우 여러가지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번거롭다는 인상을 전화통화에서 느꼈다.
재일교포 젊은이와 내가 문의했던 대학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사립학교도 들어 있었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이곳 저곳을 수소문한 끝에 대구에 있는 대구대학교 어학당으로 일단 결정을 하였다. 서울에 비해 인프라가 좋지 않은 대구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기 힘들 텐데도 우선 입학이 결정되었다는 사실에 조금 흥분한 것 같다. 본격적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행복해 보였다. 그런 그 청년을 지켜보면서 내 마음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그와 같은 경험을 나도 한 적이 있었다. 나도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일본어학교로부터 똑같은 경험을 당한 적이 있었다. 2006 년 3월에 일본에 온 나는 4 월에 시작되는 학기에 맞추기 위해 일본어 학교를 알아보았다. 그때 나는 아내가 거주하는 숙소에서 함께 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시부야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시부야에 있는 학교 몇 군데를 수소문했다. 그리고 시부야역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한 olj 일본어학교라는 곳을 결정했다. 학교측으로부터도 4월 개강에 맞춰 입학하기로 이야기가 되었고 나는 개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개강을 하루 앞두고 느닷없는 전화를 받았다.
“죄송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우리 학교에 입학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개강을 하루 앞두고 이제 와서 안된다고 하면 어찌합니까?” “죄송합니다만 전 그냥 직원이라서 교장 선생님의 말만 전해드릴 따름입니다.”
이런 말을 전해 들은 나는 교장과 따지고 싶었으나 그 당시 나는 일본어를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나 대신 교장과 통화를 한 아내의 이야기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학생이 있을 경우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그런 학생의 항의가 있을 경우 난처하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해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내가 다른 어학교를 알아볼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는 데 있었다. 대개의 일본어 학교의 경우 4월 학기를 시작으로 대개 3개월간 간격으로 학생을 모집한다. 또 한 반에 15-20 명 내외의 정원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내가 다른 학교를 알아볼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다.
처음 학교를 방문했을 때나 아니면 그 후라도 이런 말을 미리 했었다면 그래도 나았는지 모른다. 개강 하루 앞의 통보는 너무 뜻밖이었고 그만큼 화가 치밀었다. 한국인 직원을 통하여 교장과 여러차레 통화를 하고 항의를 했으나 결국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들어야 했다.
나는 다시 이곳 저곳 어학교를 급히 알아 보아야 했고 개강을 2주일이나 지난 후에 다른어학교에 겨우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이번에 재일교포 학생이 한국의 대학교에서 나와 같은 경험을 당한 일을 지켜보며 그때의 일이 새삼 떠올랐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일반 사설 학원도 아니고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곳이어서 더욱 화가 났다.
이런 나와 그 젊은이 같은 경험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장애인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하려할 때마다 겪어야 하는 일이다.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일본어학교 뿐만 아니라 교재에서도 매우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아직 점자를 잘 모르는 상태이지만 일본어 공부를 위해서 점자 교재도 음성 교재도 별로 없었다. 다만 교재에 첨부된 음성 파일만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했었다.
이런 제한은 장애인이 받을 교육의 제약으로 귀결되고 결국 사회 생활 전반에 걸친 제약으로 귀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발효되었다. 그러나 이런 법의 문제가 아니고 생활전반에 걸친 진정한 차별이 없는 사회를 기대해 보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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