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 : 일본경제신문)이 3월 23일, 무료와 유료콘텐츠를 합친 본격 인터넷판 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전자판>을 창간했다.
이는 원래 무료로 제공하던 <nikkei net>을 리뉴얼한 형태로 이뤄졌으며, 일부 기사는 그대로 무료로 제공하지만, 유료회원이 되면 <니혼게이자이신문> 종이판에 탑재된 모든 기사를 전부 읽을 수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로부터 액세스하거나 설정한 키워드에 관한 뉴스의 자동 픽업, 기사 스크랩 등 유료회원 전용 서비스도 제공한다.
▲ 3월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전자판> 모습 ©jpnews | |
요금은 종이판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월 1,000엔, 인터넷판만을 본다면 월 4,000엔에 제공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요시다 사장은
'종이 신문의 부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유료화'는 인터넷판 신문의 세계적인 대세? 지난해 8월, 미국에서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인터넷 신문들의 유료화 사업을 추진하는 '저널리즘 온라인'을 통해 미국 내 500개 이상의 언론사들이 인터넷 뉴스의 유료화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앞서 영국 내에서도 언론사를 소유한 '뉴스 코프'의 루머트 머독 회장이 더 타임스, 더 선 등의 인터넷판을 유료화하겠다고 선언한 바가 있다. 머독이 소유한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미 웹사이트 독자들에게 돈을 받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유력신문 뉴욕 타임즈도 올해 1월, 자사의 온라인판 기사를 유료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 타임즈의 아서 슐츠버그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뉴욕 타임즈의 고품질, 전문 저널리즘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유료화로 인한 수입은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며 온라인판 유료화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이전에 뉴욕 타임즈는 2005년 온라인판 뉴스 유료화를 이미 시도했던 적이 있다. 연 49.95달러에 뉴욕 타임즈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타임즈셀렉트' 서비스를 출범시켜 2개월 만에 27만 명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외국이용자의 반발과 홈페이지 방문자 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에 부딪혀 2007년에 다시 무료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소동을 거치며 심기일전한 뉴욕 타임즈가 내년부터 추진하는 유료화 요금체계는 이번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것과 비슷하다. 한 달에 일정한 양의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그 이상을 구독하기 위해서는 유료로 결제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신문사들의 결정에는 종이신문의 광고수입 하락 및 부수 감소, 무료 온라인 뉴스 선호 등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배경에 있다. 여기서 종이신문의 고전은 디지털화로 변모해가는 시대의 탓으로 치더라도, 무료 온라인 뉴스의 선호 경향에는 같이 무료로 승부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지에 대한 의문도 가질 만 하다.
그러나 많은 수의 유력 언론사들은
'무료에 똑같은 무료로 대응하면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무료 온라인 뉴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질 좋은 기사와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포부이다.
"
신문은 고부가가치를 지닌 상품이며 그것이 인쇄된 매체만 다를 뿐 종이건 인터넷이건 대가를 지급 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미디어뉴스그룹' 이 산하 54개 신문의 온라인판 유료화를 추진하겠다며 이처럼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전자판>을 창간한 요시다 사장의 의견도 일치한다. 요시다 사장은 "
양질의 콘텐츠에 공짜란 없다. 정말 가치가 있는 정보나 기사에는 그것에 어울리는 대가를 취해야만 한다'며 이번 유료화에 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독자들의 선택 및 구조적 한계 독자들은 물론 이와 같은 언론사들의 결정을 달가워 할 리 없다. 온라인 뉴스는 이미 '무료'라는 이미지가 정착되어버린 판국에 누가 돈을 내고 보겠냐는 의미다.
이와 같은 이미지가 정착되어 버린 것은 애당초 언론사들의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 결여'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온라인판 사이트 제작 시부터 온라인 광고 수입에 너무 많은 의존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이트들은 수많은 온라인 독자 회원들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원 수를 활용한 제대로 된 수익모델보다는 pv(페이지뷰) 수 늘리기에 급급해 왔다.
오늘 이 시간에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부속된 공간에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기사제목을 내보내며 pv 수를 채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pew(project for excellence in journalism)가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월 사이에 걸쳐 조사한 결과로는
온라인 독자 10명 중 8명이 '광고 배너 등을 눈여겨보지 않고 무시하는 편'이라 응답했다.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무료 사이트들이 늘어나는 한 이와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무작정의 유료화 정책이 살길일까?
상기 조사에서
자신이 자주 가는 뉴스 사이트에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82%의 응답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뉴스 사이트가 유료화를 시행하면 미련없이 다른 무료 뉴스사이트를 찾아 떠나겠다고 답했다.
안정적인 유료화는 포털 사이트 뉴스 공급 중단이나 동시 유료화 등의 대규모 지각 변동이 없는 한 아직 험난해 보이기만 하다.
성공적인 수익모델로 정착한 유료 온라인판 뉴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온라인판의 유료화가 성공적인 수익모델로 정착한 사례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가 그 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usa투데이를 제치고 미국 내 발행 부수 1위로 올라섰고, 파이낸셜타임즈도 가입자가 180만 명에 이르는 등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유료화판을 서비스하는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유료이지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는 눈치다.
이 세 가지 신문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금융분야에 전문화되어 있는 언론사들이라는 것이다. 이는 즉, 다른 일반신문사들은 가지고 있지 못하는 금융과 경제분야의 믿을만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거기에 요동치는 세계 경제 동향에서 앞으로 더욱 시장 수요가 늘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강점을 지니지 못한 대다수의 작은 언론사들은 유료화에 대한 논의조차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앞으로의 활로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요시다 사장의 말처럼 '양질의 콘텐츠는 그만한 대가를 주고 소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아무도 의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성공적인 유료화를 위해서는 '돈을 지불할만한 양질의 콘텐츠' 를 제공하는 게 급선무다.
그다음이 업계의 고민과 활로 모색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전자판>에서는 종이 신문의 기사도 전부 읽을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종이 신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콘텐츠도 제공하겠다 공언하고 있다.
요시다 사장은 "
아침에는 조간신문(종이), 출근 시에는 휴대폰(모바일), 회사에서는 컴퓨터(온라인)로 신문을 읽게 하는 형태를 목표로 하고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포부는 온라인판만의 구독으로는 4,000엔이지만, 종이 신문 구독자들에게는 1,000엔의 저렴한 요금에 플러스 알파로 온라인판까지 제공하겠다는 가격 책정으로 실현되고 있다.
활로도 이미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아이폰 등의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번의 <니혼게이자이신문 전자판>에는 많은 이들의 눈에 집중되어 있다. 심지어 오픈 당시에는 관심이 가진 이들의 많은 접속으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들의 도전 결과가 성공이던 실패던 간에 경영난에 허덕이는 많은 언론사들은 이를 교훈 삼아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니혼게이자이신문 전자판>의 도전은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