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일본여성의 섹스는 어떤 것일까?
누구라도 읽고 싶어지는, 아니 엿보고 싶은 '보통사람들의 섹스특집'이 최근 일본 잡지계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일본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모 거대 주간지 편집자 k씨가 공공연히 부탁해 온다.
"외국남성의 섹스특집을 한번 해 보려고 하는데 박 기자도 좀 도와줘." 모두 <주간현대>의 성공 때문이다. 한때 100만부 이상을 팔아치운 전통의 시사종합주간지 <주간현대>는 2000년 들어 줄곧 하향세를 탔다. 08년에는 20만부도 채 팔리지 않은 주도 있어, 고단샤 내부에서는 한 때 <주간현대> 휴간론이 나오기도 했다.
주간지 시장의 침체는 어제 오늘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파이 자체가 축소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여겨졌다. <주간현대>의 판매부수 저하도 막을 수 없는 시대흐름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 <주간현대>가 작년 10여차례에 걸친 섹스특집 기획기사로 판매부수를 1.5배이상 신장시켰다. <주간현대> 편집부의 f기자는 <제이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섹스특집을 기획한 편집자 덕분에 주간현대가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 <주간현대>는 골든위크 합본호 기획이 끝난 25일부터 30일까지 약 일주일간 편집부 소속부원 전체가 단체포상휴가를 갔다.
<주간현대>가 섹스특집으로 성공을 거두자 다른 주간지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경쟁사 <주간문춘>은 <주간현대>의 섹스특집이 왜 성공했는가를 다루는 분석기사까지 실었다. 다른 잡지들도 연말부터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관점의 섹스특집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주간지 업계 사정에 밝은 k씨는 "신문사가 발행하는 주간지들도 섹스특집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한다. 신문사 발행 주간지라면 <선데이마이니치>, <주간아사히>다. <주간아사히>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름대로 품격있는 잡지라 불리는 <선데이마이니치>가 과연 어떤 관점으로 무장한 섹스특집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일본 주간지 최대 화두는 '섹스'다?! 이런 가운데 고급정론주간지를 표방하는 <아에라>가 선제공격에 나섰다. 이 잡지는 5월 3일호판에 30대 독신여성 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우리들이 정말 좋아하는 섹스"라는 특집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취재진 바이라인(서명)도 재밌다. 본지연애취재반.
이 팀은 30대 독신여성 520명을 대상으로 앙케이트 조사를 펼쳤다. 적다면 적은 숫자지만, 일본의 30대 독신여성들이 지금 현재 자신의 섹스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있는 특집이다. <아에라>의 첫 질문은, 어떻게 보면 매우 단도직입적이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섹스라이프에 고민하고 있나요?" 이 질문에 30대 독신여성들은 86%나 '고민중'이라고 답했다. 고민이 없다고 답한 독신여성은 불과 16%에 그쳤다. '고민중'이라고 대답한 여성들은 어떤 부분에서 고민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자신의 몸을 상대남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다"가 25.4%로 수위를 차지했다.
섹스는 나체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단다. 섹스 자체가 성립될 리 만무하다. 이것만 보면 일본여성들이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하지만 16.3%로 2위를 차지한 의견은 부끄러움과는 정반대인 '빈도가 적다'는 것이다. 좀 많이 하고 싶은데 섹스 빈도가 적어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다. 부끄러움과 솔직함이 공존한다. 적어도 30대 일본여성에게는.
이 외에도 "상대가 없다"와 "자신의 요구를 잘 전달할 수 없다"가 15.4%로 동률을 이뤘다. 만족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는 의견도 14.4%나 나왔다. 또 섹스가 끝난 후 여운을 맛볼 수 없다도 11.0%를 차지했다.
몸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다는 의견은 30대 후반으로 갈수록 더 심했다. 이 주간지는 "35세부터 39세까지 독신여성들은 두 명중 한 명이 섹스상대에게 몸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했다"고 보도했다. 내친 김에 30대 독신여성들은 얼마나 섹스라이프를 즐기고 있는지 살펴보자.
남자친구가 있는 30세 독신여성의 경우 월 2, 3회가 29.3%로 가장 많이 나왔다. 주 1, 2회는 27.3%, 월 1회는 17%로 집계됐다. 6개월에 2~3회, 1년에 2~3회는 각각 7.4%, 3.0%였다. '거의 없다'와 '전혀 없다' 항목의 수치도 만만치 않아 7.1%, 5.9%로 나왔다.
후생노동성 산하의 후생노동과학연구소와 일본가족계획협회가 실시한 2005년 '남녀생활과 의식에 관한 조사 보고서'는 최근 1개월 내에 섹스가 없는 기혼남녀를 섹스리스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아에라>의 조사대로라면 일본의 30대 미혼여성이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와 결혼할 경우 무려 40.4%나 섹스리스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이러한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는 대답이 56.7%나 나왔다는 것이다. 고민은 있지만 섹스빈도에 관해선 둘 중 하나 이상이 지금 상태가 좋다는 말이다. 한편 지금의 섹스횟수가 너무 적다고 답한 사람은 38.7%, 너무 많다고 답한 이는 4.7%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재밌는 질문항목이 많다. "욕구불만은 주로 언제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31.5%가 외롭다고 느낄 때라고 답했다. "섹스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반면 상대가 없을 때"도 30.6%나 나왔다.
30대 여성들은 이런 욕구불만을 어떻게 해결할까? <아에라>는 "일단 '먹는다'는 의견이 32.0%로 가장 많이 나왔고, 자위행위가 29.4%, 술을 마신다가 28.4%로 그 뒤를 이었다"고 전했다.
■ 일본 30대 독신여성들은 70% 이상이 섹스 좋아해! 섹스 상대에게 실망했을 때는 '너무 담백했을 때'가 26.5%로 1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피임에 신경을 안 쓴다'가 18.8%, '너무 정열적일 때'가 16.5%, '대충 한다고 느껴질 때'가 15.6%, '술 취했을 때'가 15.6%로 집계됐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지금까지 사귄 남자들도 많았다.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몇 명과 섹스했나라는 질문에 1~3명이라고 답한 사람은 36.2%에 불과했다. 4명이 9.2%, 5명이 11.3%며 그 이상이 43.3%로 집계됐다.
<아에라>는 보다 직접적인 질문도 서슴치 않았다. 이 잡지는 "30대 독신여성들에게 섹스를 좋아하냐라고 물어보니 74.4%가 섹스를 좋아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섹스에 걸리는 시간은 10분미만 2.9%, 20분미만 9.7%, 30분미만 23.3%, 45분미만 29.1%, 1시간미만 19.4%, 2시간미만 11.8%, 3시간미만 1.6%, 3시간이상 1.0%, 그 외 1.3%로 집계됐다. 섹스시간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74.9%가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만난지 몇 번만에 섹스하는가' 라는 항목에서는 '세번째 만났을 때'가 17.2%로 가장 높게 나왔고 다섯번째가 14.3%로 뒤를 이었다. 처음 만난 날 바로 섹스한다는 여성은 4.2%, 두번째 8.1%, 네번째 8.4%, 여섯번째 4.4%, 일곱번째 2.2%, 그리고 여덟번째 만난 날 섹스한다는 의견이 11.3%로 나왔다.
30대 독신여성들은 결혼에 대한 욕구도 강렬했다. 결혼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68.1%가 '결혼하고 싶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반면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11.9%에 불과했고, 나머지 20.0%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또한 이들 가운데 91.2%는 결혼상대와의 속궁합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통계결과만 보면 상당히 혼재돼 있다. 개방적이지만 순수한 기색도 엿보인다. 일본에서는 우스개소리로 30대 여성을 육식녀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다들 제각각이다.
양다리를 걸친 남자친구 때문에 남성혐오증에 빠진 이도 있는가 하면, 남자가 제대로 흥분하지 못한다고 느껴 테크닉을 연마한다는 여성도 있다. 한편 결혼한 후엔 서서히 섹스리스가 되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고 이 주간지는 보도했다.
하지만 섹스특집이 활성화되면서 웬지 음탕한 것으로만 여겨졌던 섹스장르가 다양한 형태로 공론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섹스특집을 짜는 잡지편집자들 역시 "풍속업이나 성매매 같은 것 말고 일반인들의 성생활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고 말한다.
일본은 흔히 섹스산업의 천국이라 불린다. 하지만 섹스는 산업이기 이전에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이 본능의 진가를 알아챈 일본 잡지들이 앞으로 어떤 섹스특집을 선보일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