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미래구축 포럼 성신(誠心)학생교류 2010 섬머스쿨. 한국과 일본의 대학생이 8월 20일 야마나시현 호쿠토시 기요사토에서 한일간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서 논의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일합방 100년 과거를 넘어 미래로"라는 주제로 한국측 대학생 25명, 일본측 학생 19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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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대학생 직접 만나 역사 토론한다20일 오후 2시 반부터 시작된 토론은 총 5개 그룹(a,b,c,d,e)으로 나뉘어 90분간 두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첫번째 시간은 ‘과거 극복과 역사 문제’에 대해서 논의했으며, 두번째 시간은 ‘한일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토론에는 학생 뿐 아니라 역사에 관심 있는 일본시민도 참가해 열기를 더했다.
▲ 한일미래구축포럼 - 한일합방 100년 과거를 넘어 미래로 ©jpnews | |
한국과 일본 학생들은 통역을 통하긴 했지만 각자 생각하는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며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간극을 좁히기 어렵다는 점도 확인했다.
다음은 토론에 참여한 e 그룹의 첫번째 토론을 정리한 것이다. 이 그룹에서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왜 일본은 한국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근현대사를 배우지 않는가’ 였다.
일본시민1:
"100년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것에 대해서 일본은 ‘병합(併合)’이라고 하는데 한국사람들은 이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먼저 듣고 싶다." 김승현(고려대):
"한국에서는 병합 보다는 합방이라고 쓴다. 최근에는 병합이라는 표현을 쓸 때 '강제병합'이라고 해서 강제성을 띄는 표현을 넣는다.‘경술국치’라는 명칭도 있다."
일본시민 1:
"일본인들은 부끄러운 일, 반성해야 하는 것을 깨끗한 말로 바꿔서 부르는 습성이 있다. 8.15도 원래는 '패전'인데, '종전'이라고 부른다거나 한다. 창피한 것을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번에 간 총리가 조선왕실의궤 반환한다고 발표했는데, 일본 내에는 ‘아직까지 그런 것도 안했느냐’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제 와서 뭐하러 그런 것을 하느냐’는 풍조도 있다."김승현:
"이번에 일본측이 조선왕실의궤를 '건네준다'고 표현했는데, 한국에서 번역될 때 ‘반환’이라는 말을 쓰면서 논란이 일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상으로 이미 끝난 문제라서, 굳이 이런 것을 안해줘도 되는데 해준다는 느낌을 준다. 한국 입장은 다르다. 원래 잘못한 쪽은 일본인데 뭘 그렇게 잘난척 하면서 주느냐는 것이다."
일본시민 1:
"나는 58세인데, 강제연행으로 끌려온 조선사람들을 많이 봤다. 마을을 만드는데 동원되거나, 수력발전소를 만드는 데 동원된 사람도 있다. 마을에 반드시 한두 사람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학교에도 못 왔고, 먹고 살기도 힘들었다. 일본의 60세 이상은 조선사람에 대해 차별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일본에서 근,현대사에 대해서 잘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다들 어른이 된 다음, 도서관에 가서 각자 공부한다."후지타 유(와세다대): "60대 이상은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괴롭힌다거나 하는 사례 같은 게 있는가"
일본시민 1: "그들은 우선 가난했다. 동급생 중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친구도 있었고. 그런 일을 하다보니 2-3년 다니다 학교를 그만뒀다 학교에 와도 친구도 안생기고 그랬다."일본시민2:
"내 이름은 가네미쓰 이치로(金光一郎)다. 우리 선조가 언제부터 이 지역에 살게 되었는지 모른다. 아마, 백제가 신라에 지고 나서 백제 후손으로 오지 않았나 싶다. 왜 내 성을 가네미쓰라고 읽는지 모르겠지만 한반도로부터 오래 전에 온 원래 金씨 성과 光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게 가네미츠(金光)라는 성으로 굳어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일본에서 한국사람을 차별한 것은 최근 100년간의 일이다. 에도시대의 도자기로 유명한 심수관씨는 가고시마현에서 존경받았다. 우리집도 에도시대 의사였고 오히려 존경받았다. 왜그런가 하면 한국으로부터 우리들이 가지고 온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이지 이후 일본이 민비를 암살하고, 일본의 역사가 뒤틀리면서 한국을 경멸하게 됐다. 부끄러운 일이다." 백지수 (고려대) : "일본은 근현대사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왜 교육을 안하는지 잘못에 대한 회피 아닌가. 일본학생 여러분들과 시민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고이데 가즈키(와세다대):
"일본의 고교 역사 수업은 배워야할 양이 많아서 근현대사는 자기가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근현대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무관심하게 된다."
백지수 :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입시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 아닌가."
고이데 가즈키:
"학교 수업시간에 잘 다루지 않는다."백지수 : "한국도 국사 뒷부분은 뺀다. 시험에 안나오니까. 그리고 선택과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대부분 배운다. 일본은 왜 그렇게 못하나"
후지타 유
: "솔직히 수험공부하다 보면 수학, 물리 등 할게 많고 역사도 에도막부말기, 전국시대 등 외워야할 게 많다. 그러다 보면 근현대사까지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공부하는 데도 벅차니까. 아마 지금 젊은 대학생은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만약 근현대사가 중요하니까 클로즈업해서 공부하라고 해도 안될 것이다."
백지수: "한국 수험생들도 제2외국어도 해야되고, 역사도 공부해야한다. 조건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시민1: "근현대사는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원인'이다. 일본은 어떤 의미에서 1945년 패전한 뒤 오로지 잘 살려고만 노력해왔다. 특히 대학은 40년전만 하더라도 여러가지 다양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업을 위한 기능인을 양성하는 곳이 되었기 때문에 굳이 그런 역사적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백지수: "대학 와서 공부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 모든 것은 역사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역사의 본질을 잘 모르면 공부를 깊이 있게 할 수 없다. 일본학생들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가. 또, 일본역사를 제대로 알게 된 계기가 있다면 듣고 싶다."
후지타 유:
"대학은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또 자기가 공부하면서 역사의 본질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다른 게 아닐까. 나도 한국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고,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와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고등학교까지는 대입시험 등 무조건 머릿속에 담아서 토해내기 바빴기 때문에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시타라 가나(와세다대):
"난 1년 재수생활을 했다. 고교 때는 사실 역사를 배워도 인과관계만 배우고 깊이 있게 배우지 않는다. 재수생 때 일본 근현대사를 배웠는데, 학원 선생님이 한일병합 100년을 일년 앞둔 그때, 일본근현대사가 올해 시험에 나올 수 있다라고 강조해서 해서 배웠다. 그때는 입시를 위해서 공부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인으로서 근현대사를 배워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본인이 근현대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사리 아유미(와세다대):
"일본 근현대사는 나도 대학 들어와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다만, 대학 4년동안 배운다고 해도 너무 짧다. 졸업 후 직장 잡으면 끝이고. 역시, 고교시절부터 제대로 배우기 위해 수업을 늘리지 않으면 안된다. 또 졸업한 뒤 일하면서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이데 가즈키: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만큼은 다른 사람들에게 지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일본의 근현대사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도 나도 재수할 때 시험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부하면서부터다. 그런데 근현대사를 알게 되니까 일본신문을 볼 때 국제적인 문제를 포함해 현재 이슈가 되는 뉴스에 대해 보다 잘 알 수 있었다. 그때 생긴 의문. 이건 고등학교 정규수업 시간에 배워야할 내용인데, 왜 학원에 맡기고 있는 걸까라고.
나도 세계사적 관점에서 일본과 타국과의 관계를 공부하고, 근현대사를 보다 중점적으로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김승현: "일본이 근현대사를 공부하지 않는 이유는 안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그 뿐이다. 아무리 주위에서 근현대사를 알아야 한다고 의무나 책임 등을 이야기 해 봤자 소용 없다."
▲ 한일미래구축포럼 - 한일합방 100년 과거를 넘어 미래로 e 그룹 ©jpnews | |
타카하시 마나부(아시아 연구기구 객원 연구원): "한국학생들은 왜 근현대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정현(조선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에 대해 부모님이 축구 등 한일전을 할 때면 무조건 이겨야 된다, 이런 것을 강조하셨다. 어른들은 일본에 대해서 감정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근현대사를 배우는 이유는 감정적인 것뿐 아니라 지식면에서도 배우자는 것이다."
황성현(조선대): "현재 모습을 투영하는 것은 과거다. 과거란 현재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야말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근현대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를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김근형(전남대):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 난 역사라는 게 지배층에게 편리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일본과의 과거역사를 이용해서 우리는 이렇게 단결 해야된다라고 이용하고, 일본은 근현대사를 가르치지 않음으로써 지배층의 안좋은 측면을 감추려는 의도가 있다. 지배층의 의도와 잘못한 것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백지수: "나는 한일간 민간 교류에서도 역사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다들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한다고 하는데, 그럴수록 교류의 주체가 과거 역사를 더 잘 알아야 한다. 참고로 나는 '한일청소년교류회'에 참가하고 있는데, 토론이 시작되면 역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겉도는 이야기가 많고, 그냥 과거보다는 현재나 미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끝나고 나도 뭔가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또 일본학생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일본국민들에게도 평생교육을 통해서라도 제대로 알려야되지 않을까."
김승현: "나는 전공이 미일동맹과 관련이 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부터 뒤틀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상임이사국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일본은 과거청산을 잘못해서스스에게 족쇄를 채우고 목을 조르고 있는 것 같다."
일본시민2:
"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이 예전에 발표한 성명을 읽고 매우 감동 받은 적이 있다. 동시에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나는 그때부터 근현대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까지는 소홀히 해왔는데, 이와나미의 ‘조선 역사책’을 사서 읽었다. 매우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마 한국이 여러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성이 있어서,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받은 적이 없다. 따라서 침략받은 다른 나라의 고통을 이해 못한다."
타카하시 마나부: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본학생들은 사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대학에 와서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하고 매우 구체성을 띄고 있다. 이 차이가 도대체 왜 생기는지 생각해보자."
황성현: "한국에서 근현대사라는 게 그냥 할아버지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듣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도 그렇다. 나도 원래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군대에서 봉사활동을 나가다 보니 나눔의 집에 가서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게 됐다. 한국에서 과거역사란 굳이 책을 보고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배우는게 아니다. 생활속의 다양한 곳에서 한일간 얽히고 설킨 문제가 나오면서 알게 된다."
후지타 유:
"일본은 근현대사를 생활속에서 느끼는 일이 없다."
고이데 가즈키:
"일본에서 할아버지 이야기는 그냥 옛날 이야기일뿐, 생활속에 다가오지 않는다."
후지타 유:
"일본도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의 원폭, 오키나와 미군 상륙작전 이야기 등은 듣지만 그 부분은 일본이 피해자 의식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가해한 부분은 다루지 않는다."
백지수: "한국은 피해자들이 아직까지 우리들 주변에서 할아버지,할머니가 직접적으로 겪은 것을 전해주기 때문에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런데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직접 그런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이 없어지니까 더 역사청산이 안되는 것이 아닌가."
고이데:
"일본의 원폭, 오키나와도 점점 나이드신 분들이 돌아가시기 때문에 한국과 마찬가지 경우라고 생각한다." 후지타:
"피해자에 대해 가해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든 싸움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다. 가해자가 해야 될 일은 사실을 제대로 가르치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한일관계는 일본이 완벽한 가해자이고 한국이 완벽한 피해자로 되어 있다. 이런 구도는 일본이 미국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왜 맨날 역사이야기가 나오면 이런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로 되는지, 그래서 일본이 늘 한국에게 낮은 자세를 취하고, 늘 같은 소리를 듣지 않으면 안되는지 의문이다. 일본도 피해자입장에서 보면 원폭이나 오키나와 등이 있고 미국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게 되니까.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가 아닌 객관적 시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한일미래구축포럼 - 한일합방 100년 과거를 넘어 미래로 e 그룹 토론을 마치고 ©jpnews | |
과거 역사 극복에 관한 첫번째 토론 시간은 이렇게 90분간 끝났다. 일본 학생들은 일본이 역사를 모르는 것은 고교때까지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며, 대학입시에 대한 수험공부 안배때문에 근현대사 공부를 할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제 생활에서도 과거 역사 문제를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한국 학생들도 "근현대사 공부를 하는 것이 대학입시생으로서는 부담이 됐다. 하지만 고교 때 착실히 근현대사 공부를 했다. 일본이 근현대사를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지 않는 것은 현실회피라고 생각한다" 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사람들이 근현대사를 구체적으로 알고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일부러 공부해서가 아니라 생활속에서 여전히 접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을 인솔한 다카하시 마나부 와세다대 객원 연구원은 "한국 학생은 역사에 대한 문제 의식이 구체적인데 비해, 일본학생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보다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시민으로 참가한 가네미쓰 이치로 씨는 "일본학생들이 한국학생들 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참관소감을 밝혔다.
- 2부 ‘미래지향의 한일관계 구축 가능할까’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