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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캔버스로 요리를 그린다
[인터뷰, 사람사는 이야기] 딱 일본스타일! 도시락 여왕 maNul 씨
 
안민정 기자
흔히들 일본요리를 눈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릇과 음식재료, 재료의 색으로 식욕을 돋우는 일본요리. 액자에 담긴 한 폭의 그림처럼, 접시에 담긴 음식으로 무엇인가 스토리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잘 차려진 카이세키 요리가 아니더라도 일본요리는 조화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일본요리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도시락, 즉 오벤토(お弁当)가 아닐까 싶다.
 
둥글거나 네모진 도시락통을 활용하여 밥과 반찬을 예쁘고 효율적으로 담아내는 일본 도시락.  네모진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듯 음식을 채워넣는 도시락 담기 기술은 기술을 넘어 예술에 가깝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이런 이유로 일본인들은 여행의 기쁨 중 하나로 도시락을 꼽고, 그렇게 특별하게 생각하나보다.  

▲ 다음블로거 manul 씨의 도시락 사진, 요리, 사진촬영 모두 manul씨 담당     © jpnews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타국에서 생활하다보니 요즘 한국인들은 뭘 먹고 사는지 언제나 궁금하다. 그럴 때 즐겨찾는 곳이 포털사이트의 블로그 코너. 사람 사는 이야기며, 요즘 화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유행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요리 블로그를 보며 군침을 흘릴 때도 한 두번이 아니다.
 
수많은 요리블로그를 탐닉하던 중 아기자기한 일본 감성이 묻어있는 도시락 블로거를 발견했다. 많을 땐 하루에 3만 5천명에서 4만 명이 찾는다는 파워 도시락 블로거, 과연 무엇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고, 어떤 사람이 이런 예쁜 도시락을 쌀까. 일본 도쿄에서 살고 있다는 그녀를 직접 찾아가 궁금증을 해결하기로 했다. 
 
닉네임 manul, 사는 곳은 일본 도쿄, 간혹 프리랜서로 통번역 일을 맡고 있지만, 현재 직업은 주부, 특기는 20~30분 안에 그림같은 도시락 만들어내기. 포털사이트 daum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화제의 도시락 블로거 최임선(34) 씨를 제이피뉴스가 만나고 왔다.
 
사실 그녀는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해왔다.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이 무슨 인터뷰냐며 몇 번이고 고사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녀의 블로그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녀는 평범할지언정 도시락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기자기하고 너무 예뻐서 '젓가락 대기 아깝겠다' 싶은 도시락이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메뉴로 올라오고 있으니, 단순한 취미로 요리를 하는 사람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도시락을 찍는 사진솜씨며,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식탁보, 도시락 받침도 예사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이렇게 예쁜 도시락을 싸는 분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요'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있었고,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요리할 듯'이라는 상상의 글도 올라왔다.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그녀를 꼭 만나야겠다고 결심했고 그러던 어느날 취재 ok 사인을 받아냈다. 
 
▲ 도시락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何気ない日常の楽しみ 블로거 manul 씨     ©jpnews/이승열

"누굴 초대할만한 집이 아닌데,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전화 목소리 그대로 조근조근한 말투로  집을 안내하는 manul씨. 꽃밭에 둘러싸인 공주같은 집일까 상상했지만, 의외로 심플하다. 
 
이렇다 할 인테리어 하나 없이 하얀집, 가구도 없고 꼭 필요한 가전들만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작고 컴팩트하게, 그야말로 일본집 스타일이다. 워낙 짐 늘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남편과 단 둘 살림이라 단출하게 산다고 한다.

주방 역시 '그 수많은 요리를 정말 여기서 했단말야' 싶을 정도로 간결하다. 원룸에나 딱 맞을 듯한 작은 냉장고, 3인분짜리 귀여운 전기밥솥, 1리터만 끓일 수 있는 작은 테팔 주전자, 그녀 왈 "시어머니가 와서 보시더니 '너네는 소꼽장난하듯 사는구나'하고 가시더라구요" 시어머니 말대로 아기자기함의 극치다.
 
현재는 일본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가려고 하다보니 무작정 집을 키우고, 살림을 늘릴 수 없었다고 한다. 일본에 사는 특성상 김치나 장류같은 장기 보존식품이 별로 없어 원룸 냉장고만으로도 충분하고, 먹을 때마다 그 때그 때 장을 봐서 밥을 지으니 3인분 밥솥이면 딱 좋은 사이즈다.
 
이렇게 컴팩트하고 합리적인 일본 생활을 하고 있으니 도시락에서도 꼼꼼함이 발휘되는구나 싶다.   

▲ manul 씨가 꺼내놓은 4색찬 도시락    ©jpnews/이승열

"오늘 도시락은 별 거 아니에요. 그냥 평소대로 쌌어요"
 
도시락부터 촬영하자는 말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 놓는다. 흰 쌀밥에 스크램블 에그, 연어구이 플레이크, 버섯조림, 시금치나물 그녀의 말대로 보통 가정에서 평범하게 먹는 반찬들 뿐이지만, 특별한 도시락을 만드는 비법은 어떻게 담느냐에 달렸다고 한다.
 
"물론 음식은 영양이나 맛이 제일 중요한데요, 저 같은 경우는 도시락은 재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점심시간이 되고 도시락 뚜껑을 열었을 때 '와~'하고 미소가 지어지는 도시락, 그런 기대되는 도시락을 만들고 싶어요"
 
이 날은 흰 쌀밥을 꽁꽁 감추고 위에 반찬 네 가지를 얹어 4색 도시락을 만들었다. 남편 싸 준 도시락은 마치 그라데이션을 주듯이 세로로 네 가지 반찬을 올렸고, 자신의 도시락은 직사각형을 4등분하여 정갈하면서도 색감이 멋진 도시락을 만들어냈다.
 
"도시락 쌀 때 신경쓰는 부분은 '색상'이예요.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빨강, 노랑, 초록, 검정 다양한 색깔을 쓰고 색상 밸런스를 생각하죠. 하얀 캔버스에 색을 칠하듯이 하얀 도시락에 반찬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해요"
 
반찬 만드는 것부터 담는 방법, 사진촬영까지 손 끝이 야무지다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다른 그녀의 이력이 술술 나오기 시작한다. '기사에는 쓰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사실 그녀는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마친 예술학도였다.
 
"미술을 좋아하죠. 계속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고, 어느 날부터 가죽, 패브릭 쪽에 관심이 생겨서요, 일하고 결혼하다보니 좀 오래 손을 놨네요"
 
manul씨는 9년 간 연애한 남편이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탓에 6년 전 결혼과 동시에 일본 도쿄로 건너왔다. 오자마자 일본 아세아대학 별과 일본어 연수과정에 들어가 하루 6시간 수업, 통학시간 포함하여 일일 9시간 정도를 밖에서 보내야했다. 점심은 대학생들처럼 학생식당을 이용하려고 했으나, 줄 서서 기다리다 시간보내기 일쑤였다.
 
"점심이 마땅치 않아 도시락을 싸게 되었어요. 제가 도시락 싸고 다니는 것을 보더니 어느 날인가 남편이 슬쩍 이야기하더라구요. '나도 도시락 싸 주면 안될까'하고. 그 날부터 부부 도시락 생활이 시작되었죠"
 
도시락 경력도 몇 년차가 되다보니 바쁜 아침시간에도 20~30분 안에 서너가지 반찬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프로가 되었다. 그러나 블로그를 통해 도시락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이제 일년 반 남짓.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블로그가 단숨에 인기 블로그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초에 회사를 그만두고 여유가 좀 생겼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손바느질, 미싱을 시작했어요. 나만의 기록을 남기려고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도시락 블로그로 변해버렸네요"
 
바느질 작품을 올리던 중, 매일 일상처럼 싸고 있는 도시락도 블로그 한 켠을 차지하게 되었고, 방문자가 하나 둘 씩 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요리블로거도 많고, 도시락 블로거도 꽤 있지만 그녀가 특별한 점은 일본생활이 묻어나는 메뉴선정과 볼거리 제공이다.
 
"제 도시락에는 김치랑 식초, 마늘이 극히 적어요. 남편이 일본회사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향이 강한 것은 피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회사 다닐 땐 그랬구요. 외국에 사니까 하나의 매너라고 생각하고 되도록이면 적게 쓰려고 노력하죠"
 
회사도 회사지만, 전철로 출퇴근하는 남편이 행여 김치라도 엎질러 전철사고 만들까봐, 아주 가끔 싸는 김치는 단단한 유리병에 담아 보낸다. 마늘은 슬라이스하여 한번 튀겨 갈릭칩을 만들어 냄새를 줄인다. 한국 재료 구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이것저것 신경쓰느라 어떻게 매일 다른 반찬을 만들어내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일본에 사는 거니까 삼시 세끼 한국음식을 고집하지는 않아요. 매일매일 슈퍼에 가서 가장 신선하고 좋아보이는 재료를 아주 조금씩 사요. 물론 대량 구입하면 훨씬 저렴할 때도 있지만, 그 때 그 때 신선하게, 욕심부리지 않고 먹을만큼만 그게 제 소신이거든요"
 
그녀가 가르쳐주는 바쁜 아침 시간 예쁜 도시락 싸기 비결은 전자렌지, 가스렌지, 테팔 주전자를 한꺼번에 활용하는 것이다. 가스렌지로 튀김을 하면서 테팔 주전자에 시금치를 데치고, 금방 요리하기 좋게 전자렌지로 채소를 살짝 익힌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단 20분이면 밑반찬 두 세가지에 즉석요리 두 세가지가 뚝딱 만들어진다.
 
"음식도 유행이 있어서, 똑같은 재료로도 조리법이 달라지곤 해요. 그런 아이디어나 음식 궁합 같은 것은 슈퍼마켓 도시락 코너를 자주 들여다봐요. 그걸 또 한국식으로 재해석하기도 하구요. 또 하나 도시락 쌀 때 신경쓰는 점이라면 뭐든지 먹기 편하게 한입 사이즈로 만드는 거요. 보기도 좋은게 먹기도 좋고, 먹기 편한게 더 맛있지 않겠어요?"
 
매일매일 새로운 메뉴를 생각하고, 도시락을 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침부터 일어나 부산스러운 아침을 보낼 때 아주 가끔 스트레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메이드 도시락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도시락이 좋은 이유요? 우선 외식을 안 하니까 절약도 되고,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이니까 안전하고, 과식도 안하게 되고요. 또 점심시간에 '오늘은 뭘 먹나' 고민안 해도 되고, 밖에 나가서 줄 안서도 되고요. 도시락 먹고 남은 시간을 전부 내 시간으로 보낼 수 있는 여유로움. 저한테는 도시락이 매일매일의 선물과 같아요"
 
전업주부가 된 지금, 아침에 남편 도시락과 함께 자신의 점심 도시락을 하나 싸 놓으면 '혼자 있는데 점심은 대충 때우자'라든지 '뭘 먹지'라는 걱정없이 느긋한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모자랄 도시락 예찬, 이런 정성과 사랑이 유명 도시락 블로그를 만드는구나 싶다.
 
▲ 다음블로거 manul 씨의 도시락 사진, 요리, 사진촬영 모두 manul씨 담당     © jpnews

눈으로 먹는 도시락, 블로그로만 보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분 있으셨는지, 어떻게 알고 한국의 모 출판사에서 manul 씨 도시락을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해 왔다고 한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지만 내년 봄 출판을 앞두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manul씨. 내년 벚꽃 나들이에는 manul씨 표 도시락 들고 소풍가면 딱 좋을 듯 싶다.
 
이번 기회에 도시락 싸기에 관심이 생기신 분, manul 씨 도시락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싶은 독자라면 우선은 블로그를 추천한다. 공복이라면 꼬르륵 울리는 배를 부여잡아야 할테지만 말이다.  manul씨 블로그 何気ない日常の楽しみ

▲  manul씨 도시락에 빠질 수 없는 모양내기 시리즈    ©jpnews/이승열
▲ manul씨 도시락에 빠질 수 없는 모양내기 시리즈       ©jpnews/이승열
▲ manul씨 도시락 모음, 반찬형태에 따라 도시락을 고른다   ©jpnews/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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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2/17 [16:37]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정말 먹음직스러운 도시락이네요. Potty 10/12/18 [13:12]
결혼을 해야하나? 수정 삭제
소꿉놀이하듯이.. 이그림 10/12/20 [15:37]
도시락도 이쁘고
마눌님도 이쁘고.
역시 사랑스러운 분이셨군요. 수정 삭제
마눌님의 도시락은요... 꽃자리 10/12/23 [22:18]
마눌님의 도시락은
어느 날은
시가 되고
수필이 되고
소설이 되었지요.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작은 공간. 수정 삭제
어머나~~~~ 햇살가득이 11/01/02 [09:31]
maNul님 블럭에서 곧 바로 달려왔답니다...
세상에...이런일도 있군요...ㅎㅎ
그저 입 이 벌어질 정도랍니다...
에고오 .....결혼생활 많이 한 나보담 훨~훌륭하십니다...
다시한번 감동을 받으며....
이뿐 도시락에 눈요기를 하고 일어섭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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