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98년 이후 12년 연속으로 연간자살자 3만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3월'이 가장 자살자 수가 많은 시기입니다. 그래서 매년 일본정부는 3월을 '자살대책강화월간'으로 선정해 긴급대책을 내 놓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살과 빈곤으로 보는 일본'이라는 심포지움이 열렸습니다
빈곤문제를 고민해 온 '반(反)빈곤네트워크'(대표 유아사 마고토)와 'npo법인 자살대책지원센터 라이프링크'(대표 시미즈 야스유키)가 주최한 이번 심포지움에는 지난 1월 "생명을 지키고 싶다"는 시정연설을 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도 참석해 다음과 같은 인사말을 남겼습니다.
"이런 심포지움을 열어야만 하는 일본의 현실이 착잡합니다. 제가 자살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8년전입니다. 부모가 자살해 버린 어린이들,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부모가 자살했다고 말할 수 없었던 이들을 만난 것이 계기였습니다. 저는 자살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이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곳과 스스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을 정권 내에 확실히 인식시켜주고 싶습니다. 저희들도 둔했던 겁니다. 누군가가 눈치를 챘다면 구할 수 있었던 생명도 있었을지 모르니까요. 자살을 줄이고, 빈곤을 없애고 싶습니다. 그 선두에 서고 싶습니다." 또한 나가쓰마 아키라 후생노동성 장관은 선진 7개국(g7) 가운데 자살률 1위, 그것도 미국(2배), 영국(3배)보다 훨씬 많은 15세부터 34세까지 젊은이들의 사망원인이 자살이라는 내용을 설명한 후 "이런 일본의 상황을 반드시 바꾸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울증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자살과 빈곤으로 보는 일본' ©시부이테츠야/jpnews | |
당사자들도 단상에 올랐습니다. 남편이 과로끝에 결국 자살했다는 한 여성은,
"저희 남편은 가혹한 '노르마(ノルマ, 주어진 할당량)를 달성하지 못해 좌천통고를 받고, 결국 투신자살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남편이 앓고 있었던 우울증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왜 죽었단 말야! 라고 자살한 남편을 원망했을 때도 있었지요." 라며 과거를 회고했습니다. 그녀는 나중에 남편이 근무했던 기업을 찾아갔습니다. 이 기업은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다며 오히려 남편과 가족들에게 문제가 있지 않냐는 태도를 보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나중에는 결국 회사측이 사죄를 했답니다.
"지금도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저같은 '유족'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발언해 나가려고 합니다." 자살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한 남성은 철강계통에서 일을 하다가 심근경색을 일으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 후 해고됐고 사택으로부터 쫓겨났습니다. 그는 일이 구해보려고 했지만 잘 안 풀려서 자살을 생각했던 차에 경찰에 보호됐습니다. 그 결과 상담소 협력을 받아 지금은 아직 안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일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하네요.
"그 때는 홈리스 아니면 자살이라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자립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선택지가 늘어났어요. 홈리스, 자살 외에도 자립이 들어갔으니까요.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습니다." 이 심포지움에서는 빈곤문제도 동시에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유아사 대표는 특정한 몇몇이 빈곤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저소득 경향으로 빠지고 있다"면서 상대적 빈곤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가난한 사람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개념은 오해이며, 빈곤층의 4할이상이 대졸이상 엘리트. 그리고 전체 빈곤층 중 30% 이상은 맞벌이를 하고 있다"라는 데이터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리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엇보다 자녀들이 있는 가정은 더욱 심각하지요. 실업자는 0.2%에 불과하지만, 빈곤율은 14.2%로 상당히 높습니다. 연쇄적 빈곤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유아사 대표는 "세이프티 네트워크가 기능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미끄럼틀 사회"라고 강조합니다.
노동정책도 사회복지정책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하고 있는 지금에서는 한번 내리막 미끄럼틀을 타버리는 순간 인생이 끝나버리고 말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이런 자살 및 빈곤문제도 최근 국가정책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정권교체의 영향도 있었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계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시민단체 및 ngo, npo의 노력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여당 뿐만 아닙니다. 특히 자살대책기본법이 성립된 2006년에는 당파를 초월한 의원연맹이 만들어져 여야당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도 했지요. 이런 의미에서 이번 심포지움은 현정권의 색깔이 너무 강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자살문제와 빈곤문제를 같은 무대에서 동시에 다루는 것에도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 문제들을 같이 논하면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해 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빈곤=자살'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빈곤가정이 아닌 유복한 가정에서 자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것도 비정규 파견사원 등이 아니라 경찰, 공무원, 선생, 변호사, 의사, 신문기자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도 꽤 있었지요.
또한 중장년층, 20대, 30대는 경기흐름에 따라 좌우되기 싶지만 10대같은 경우엔 빈곤, 즉 경제적 이유로 자살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자살자들의 세대를 보면 중장년층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지요. 정부가 이들을 중심으로 정책을 짜는 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