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구마모토시내에서 아마쿠사로 떠났다.
사코다 씨 가족과 우리 가족이 빌린 렌터카에 같이 탔다.
가면서 나는 구마모토 풍경을 유심히 보았다. 지나가면서 사코다 씨 가족과 일본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강상중'씨 고향집이 구마모토라는 이야기를 살짝 했다.
구마모토 시내에서 아마쿠사까지는 육지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세시간 정도 걸렸다. 섬으로 진입할 때 날씨가 어두워졌고,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도 했다.
아마쿠사도 결코 작은 섬이 아니라 일본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휴식시간을 가졌다. 일본 국도에서 편의점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 간이휴게소 같은 역할을 한다.
오늘 묵기로 한 여관에 도착하자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우리가 묵기로 한 여관은 다음날 배를 타고 떠나기로 한 섬에 바로 갈 수 있도록 항구근처로 잡았다. 저녁 7시경. 다들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여관에서는 저녁식사 예약을 하지 않아 짐만 풀고 다시 집주인이 알려준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야말로 지방의 소박한 식당이었다.
■ 일본 시골 음식점의 인심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풍경. 손님이 한 팀정도만 있고 한산했다.
보통 도쿄의 식당은 카운터 좌석이 메인이고 이렇게 바닥에 앉아서 먹는 곳은 드물다. 도쿄의 땅값이 비싼 것도 한 몫하겠지만, 우리가 들른 식당은 카운터에 여러가지 물건들이 놓여 있는 걸로 봐서 카운터 좌석을 이용하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메뉴판을 보니, 회정식이 있었다. 가격은 천엔.
천엔이라면 일본 보통 정식 7-800엔보다 약간 비싼 정도라고 생각하고 시켰는데, 왠걸!
초호화 정식이 나왔다.
보통 체인점에서 먹는 정식이란 게 메인 반찬 하나와 츠케모노라고 해서 절임 조금 그리고 밥, 미소시루(국). 이게 다다. 그러나 이 가게는 메인 반찬이 세개나 등장. 생선구이, 회, 튀금요리. 그리고 절임과 식초로 절인 생선, 샐러드까지. 일본에서 천엔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음식이 나왔다. 바닷가라서 재료가 풍부하기 때문이리라.
근사하게 식사를 하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오래된 여관. 예전에는 바다낚시를 하러 아마쿠사에 들어왔을 때 하룻밤 묵고 가는 곳이었으나 요즘은 불경기라서 당일치기로 많이 다녀가는 바람에 손님이 별로 없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문 밖에 '목욕하고 가세요'라고 적혀있을까.
일본 여관은 온천지에는 온천이, 온천이 나오지 않는 곳도 어느 정도 탕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다. 이 여관도 낡은 것에 비해서 목욕탕 시설은 제대로 되어 있었다.
두 가족은 각각의 방을 배정받았는데, 전통적인 타타미식에 일본식 이불이 사람수대로 깔려있었다.
■ 첫날 묵은 방
일본 여관의 특징이라면, 방 안에 조그만 탁자가 놓여있고 녹차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급탕기가 있다는 것.
이곳에서 술을 마시거나 담소를 나누고 잠자리에 든다.
우리 일행은 아침일찍부터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느라 술자리는 갖지 않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 일본의 소박하고 오래된 여관이란 이런 것!
목조건물. 걸을 때마다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난다. 방문을 열자 문 앞의 석유스토브 위에는 물이 끓는다. 손님이 없어서인지 밤의 정적. 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가 길게 복도를 타고 퍼져간다.
목조계단을 걸어 처음에 들어 왔던 1층으로 내려가 보았다.
처음 이곳을 들어왔을 때 눈에 띄었던 부엉이 화병.
조용한 여관과 왠지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문 앞 입구에는 이 지역 안내 팜플렛과 간단한 기념품 등이 놓여있다. 일본 어느 가게를 가나 돈과 손님을 불러온다는 마네키네코(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 인형을 볼 수 있다.
계단을 다시 올라가려고 하는데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현상수배 포스터가 있었다. 도쿄에도 보통 파출소 근처에서 볼 수 있는데 이런 조용한 여관에서 포스터를 보자 왠지 범인들이 이런 시골 어딘가에 은신해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관 1층. 응접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다시 밟고 2층으로 올라왔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일본 여행지나 술집에 가면 꼭 화장실을 찍는 버릇이 생겼다. 화장실은 그 가게의 청결을 대변하는 곳이므로. 술집에 따라서는 꽃이 놓여있는 곳도 있다.
이 복도를 길게 따라가면 다시 건너편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는데 그곳이 큰 탕이 있는 목욕탕이다.
양쪽에 있는 문을 열면 우리가 묵고 있는 같은 방식의 타타미가 깔려있는 방이 있다. 나무로 된 집이라 전혀 난방은 안되지만 왠지 운치 있어 보인다. 늘 콘크리트. 전철, 자동차 등 금속세계에서만 머물러 있어서 그런지도.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날 느낀 단상을 트위터에 메모해두고,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도쿄에서 13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첫날밤이었다.
바닥은 차가웠고 에어콘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은 늘 머리위에만 머물렀다. 나는 더욱 깊게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잠들었다.
▲ 우리가 묵었던 아리아케소우 여관 ©jpnews | |
■ 4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