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일본 구글 급상승 키워드에 '지진이혼'이 톱 10안에 들었다. 지진이혼이란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 대지진 발생후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를 뜻하는 말이다.
후지tv 아침 정보버라이어티 '토쿠다네!'에 따르면, 대지진 발생후 일본에서는 이혼상담건수가 20~30% 증가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 피해지인 미야기현 센다이시내 이혼상담소에서는 이혼상담이 지진 전보다 약 30% 늘었다.
지진 발생 후 미래의 불안을 느낀 일본의 많은 커플들이 반지를 주고받아 백화점 매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보도로부터 약 2개월 여. 커플들은 결혼을 서두르는 반면 부부들은 이혼을 결심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0일 제이캐스트 보도에 따르면, 지진과 원전사고라는 유래없는 '비상사태' 발생 후 부부, 특히 재해지의 부부들은 이제까지 서로 알지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기도 하고, 가치관의 차이를 느끼게 되면서 이혼까지 결심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후쿠시마에 두 자녀와 아내와 함께 거주중인 20대 남성은 방사능 오염문제로 아이들과 함께 후쿠시마를 떠나자는 이야기를 했다가 아내에게 이혼선언을 받았다. 아내는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어 그런 어머니를 두고 갈 수 없다며 "피난가고 싶다면 아이들과 함께 떠나라"는 말을 들었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20대 여성은 쓰나미 피해를 입어 자녀와 함께 피난생활중. 그런데 남편은 부모님이 걱정된다며 부모님 댁으로 간 뒤 돌아오지 않는 황당한 경험을 하고 있다. 돌아오라고 부탁을 해도 아이들은 버려둔 채 부모님 곁을 지키는 남편에게 질려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
사소한 일이지만 한 여성은 재난발생후 식료품이 모자란 상황에서 '아껴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컵라면을 남편이 혼자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는 사연도 있었다.
한편, 지진후 가족붕괴는 일본인의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인 중에서도 이번 원전사고를 계기로 피치못할 이산가족(?)이 된 가족들이 꽤 있었다.
도쿄에서 한식당을 경영하는 k씨는 원전사고 발생후 장인으로부터 "딸과 손자부터 보내라"는 말을 듣고 급하게 아내와 아이를 한국에 귀국시켰지만, 약 두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고 섭섭해했다.
그는 "그렇지만 무엇보다 섭섭한 것은 장인이 아내와 아이를 보내고 난 뒤에 사위인 나는 들어오라고 한 마디도 하시지 않은 것. 일단 생계는 유지해야하니 남아있으라는 이야기인 것 같아 굉장히 섭섭하다"고 말했다.
nhk 아침 정보버라이어티 '아사이치'에서는 "지진발생후 이런 남편에게 질렸다"는 주부들의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따르면 주부들은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재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확인되지 않은 헛소문을 듣고 의견이 자주 바뀌는 모습에 실망했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또한, 주간지 아에라 최신호에서는 "이번 지진 발생후 이혼을 고려했다"는 주부가 1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혼을 고려하게 된 이유로는 원전사고 발생후 아내들은 방사성 물질에 예민한 데 비해 무관심한 남편의 반응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 같은 아에라에서 주부 416명에게 설문조사 한 바에 따르면, 약 25%에 달하는 주부들은 "지진발생 후 가족간의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번 3.11 대지진은 일본의 가족, 부부, 커플 등 많은 사람들에게 서로를 생각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관련기사:
지진 후 일본서 반지가 잘 팔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