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도쿄 우에노공원 수상음악당(水上音楽党)에서는 일본에 의해 강제로 전쟁에 참전, 전사 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
合祀)된 '불합리함'을 알리기 위한 집회인 '평화의 등을! 야스쿠니의 어둠에' 촛불행동이 열렸다.
평화콘서트 후 이어진 평화의 촛불행진은 우에노공원을 출발해 오카치마치공원(御徒町公園)까지 촛불을 들고 걸었으며, 촛불행진을 지켜보는 도쿄의 많은 시민들에게 "야스쿠니 반대"를 외쳤다.
▲집회에서는 평화의 퍼포먼스와 콘서트가 이어졌다 ©jpnews | |
수상음악당에서는 무려 네 시간 동안 전쟁 당시 생생한 증언과 평화를 노래한 콘서트가 이어졌다. 공연은 평화를 위한 퍼포먼스, 가수들의 콘서트 등이 이어지며 무사히 치러지는 듯 했지만, 공연 중 일본 경시청 경비를 뚫고 난입하려는 우익 세력 탓에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공연 중 우익세력으로 보이는 사람이 난입을 시도했다 ©jpnews | |
▲결국 경찰의 저지로 공연장 밖으로 쫓겨났다 ©jpnews | |
공연 종반에는 도로에 극우세력 차량이 등장했다. 확성기에서는 야스쿠니 합사의 정당성과 평화 집회 중인 사람들에게 고압적인 발언들이 들려와 촛불행진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을 예고했다.
▲확성기가 붙어있는 우익세력의 트럭 ©jpnews | |
오후 6시 30분. 조명이 없는 야외음악당 입구에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하지만 바람을 막기 위해 1회용 종이컵으로 만들어진 초에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불이 이어지며, 우에노 공원 입구를 다시 밝혀주었다.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불씨로 초를 밝히고 있다 ©jpnews | |
긴장감 속 차분하고 조용히 출발한 촛불행진은 우에노공원(上野公園)을 출발, 천신하교차점(天神下交差点), 오카치마치역전(御徒町駅前)을 잇는 한 시간 정도의 직선 코스를 이용했다.
▲우에노공원을 나서며 본격적인 행진에 들어갔다 ©jpnews | |
▲본격적인 촛불행진이 시작되자 거리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jpnews | |
일본과 대만, 한국인 순으로 길게 이어진 세 그룹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번화가에 들어서자 지나가는 일본 시민들을 향해 "야스쿠니 반대"를 힘껏 외치기 시작했다.
주말을 맞아 쇼핑과 한 잔 술을 걸치고 있던 일본인들은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의 긴 행렬에 별 관심 없다는 듯 지나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평화적인 촛불 행렬을 향해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촛불행렬 경호를 맡은 일본 경시청 소속 경찰들은 일부 성난 일본 시민들을 달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우익세력 앞으로 행진이 시작되자 격렬하게 일장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jpnews | |
▲일본 경찰들의 인간 띠로 촛불행진 참가자와의 충돌을 막을 수 있었다 ©jpnews | |
긴장감 속에 일이 터진 것은 전쟁과 합사(
合祀) 등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일본 극우세력이 몰려있는 오카치마치역전(御徒町駅前) 주변이었다. 일본 극우 세력들은 각국의 행렬을 향해 야유를 퍼부우며 금방이라도 싸움을 일으킬 것 같은 성난 기세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야스쿠니 반대를 외치며 행진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는 일본 우익세력 ©jpnews | |
▲사진촬영을 하자 봉으로 기자를 치려고 하고 있다 © jpnews | |
인간 띠를 만들어 철통경비하고 있던 일본 경찰들은 흥분한 우익세력이 인도(人道) 밖으로 못나가도록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지만, 한때 이들의 힘에 못 이겨 인간 띠가 무너지기도 해 일촉즉발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경찰 병력이 강화되자 우익세력은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고, 성난 이들을 촬영하는 도중 기자를 향해 긴 봉이 날아오기도 해 이들의 흥분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촛불행렬 옆에 우익세력들의 차량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jpnews | |
특히 한국 대학생들도 참가한 행렬에는 극우 세력 뿐 아니라 일본 젊은이까지 시비를 걸어와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사복 경찰의 저지로 겨우 행렬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촬영하던 기자에게 으름장을 내 놓으며 덤벼들어 일본 사복경찰, 지나던 일본인, 행렬에 참가하던 학생들까지 도와주어 일본 시민과 트러블에서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8월을 맞이해 야스쿠니 관련 취재에 처음 참가한 기자.
대형 일장기를 휘두르며 태평양전쟁의 정당함을 외치는 극우세력과 일본땅에서 당장 떠나라는 일부 시민들을 보며 잘못된 역사를 사실로 알고 있는 일본인들의 한 단면을 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촛불행진 선두에 선 일본의 양심들을 보며, 촛불에 담긴 희망의 빛이 더욱 퍼져갈 것을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