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여름은 습한 날씨와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빗줄기, 그리고 8월의 뙤약볕으로 심신을 지치게 한다.
에어콘이 딸린 사무실에서 얼음 동동 띄운 차가운 음료수로 더위를 식혀보지만, 그럴수록 몸은 나른해져 가고, 식욕은 떨어져만 간다.
그러나 계속되는 더위에 질 수 만은 없는 일.
더위를 이기기 위해 몸에 좋다는 값비싼 보양식을 매일처럼 먹으면 좋겠지만,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이 야속하기만 하다.
▲ 일본의 대표적 여름 가정요리 '소멘'과 '고야찬플' 이승열/©jpnews | |
일본의 여름 음식 중에는 쉽게 찾고, 싸게 구입하고, 식욕과 건강을 되찾아 준다는 서민의 음식 ‘소멘(そうめん)’과 ‘고야찬플(ゴーヤチャンプル)’이 있다. 두 여름나기 음식은 ‘짭짤한 맛’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안성맞춤이지만, 그 보다는 요리에 들어있는 풍부한 영양소와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도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제이피뉴스에서는 일본의 한 서민의 집을 찾아 재료구입에서 음식만들기까지 일본의 대표적인 가정식 여름음식에 대해서 들어 보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여름철 서민음식 소멘과 고야찬플 이승열/©jpnews | |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식욕을 되찾아 준다는 시원한 소멘(소면,そうめん)과 밥 한그릇 뚝딱 해치우게 하는 '밥도둑' 고야찬플(ゴーヤチャンプル)은 일본의 대표적인 가정식 여름나기 음식. 물론 일본에는 장어(이하 우나기,うなぎ)먹는 날까지 있으니(土用牛,どよううし) 우나기가 대표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최근 우나기는 일반 가정에서 손질하기도 어렵고, 요리하기도 쉽지 않아 조리돼 있는 우나기덮밥 등을 구입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한 마리당 저렴한 가격(900~1800엔)에 구입할 수는 있다지만, 손수 조리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서민요리는 아니다.
비타민c와 미네랄 풍부!, 고야찬플로 여름을 이겨보세요!
고야(ゴーヤー)는 오키나와(沖縄県)의 특산물이다. 오이를 닮은 모양에 표면이 울퉁불퉁한 채소로 풍부한 미네랄이 들어있고, 비타민c가 레몬의 2배 이상, 칼륨은 녹차의 4배나 함유돼있다. 또한 식용유로 볶아도 비타민이 거의 파괴 되지 않는 장점도 있다. 고야는 독특한 쓴맛을 나게하는 성분이 있는데, 이 쓴맛으로 인해 여름철 식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이 풍성한 비타민에 계란과 두부, 고기와 등과 각종 야채를 곁들여 볶은 요리가 고야찬플이다.
고야찬플은 더운 시기 식욕이 줄어들때 효과를 발휘한다. 식욕이 없다보니 당연히 영양 밸런스가 깨지기 쉬운데, 고야찬플에는 고야는 물론 양파, 당근, 버섯, 콩나물, 돼지고기, 참치 등이 들어가 자연스럽게 영향 균형을 잡아준다.
찬플(チャンプル)은 오키나와 방언으로 ‘여러 가지로 뒤섞다’라는 의미이다. '고야'는 고야찬플, 고야사라다처럼 주 재료 이름 앞에 붙는 것이 보통이다. 각종 영양소의 균형이 골고루 갖춰진 덕일까. 오키나와는 일본 제일의 장수현(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오키나와 특산물이 일본 전국으로 퍼지게 된 계기는 1972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되면서 이다. 당시 오키나와현(県)이 되면서 여러 미디어에서 이 지역의 음식과 관광지를 소개했었는데, 그 중 고야가 특이한 생김새 덕에 전국 방송에 전파를 타면서 유명해 지기 시작했다.
최근 10년 동안은 고야로 만든 여러가지 요리가 개발되고 tv에까지 소개되면서 더욱 인기있는 요리가 되었다. 이제 일본인들에게 대표적인 여름요리를 물어본다면 고야찬플을 답변할 정도로 일반화 되었다고 한다.
▲일반 가정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고야찬플의 재료들 이승열/©jpnews | |
요리를 소개해준 40년 차 베테랑 주부 야마자키 아이코(山崎愛子)씨는 ”고야찬플에 들어가는 재료를 보면 양파나 당근, 두부, 돼지고기 등 가정집이라면 기본적으로 조금이라도 보관하고 있지요. 그만큼 우리 몸에 가까이 있는 재료,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채소들이예요. 거기에다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일본의 대표적인 여름철 서민 음식 아니겠어요”라고 고야챔플을 소개해 주었다.
고야찬플을 직접 만들어 보자!
고야찬플의 조리 방법은 한국 사람이라면 의외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이유는 잡채를 만들 듯 돼지고기를 볶아주고, 준비한 야채를 양념과 함께 넣어 섞어주면 되기 때문이다.
▲158엔에 판매하고 있는 고야 이승열/©jpnews | |
우선 고야챔플을 만들기에 앞서 직접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일본의 한 마트에 가 보았다.
4~5인분을 만들기로 정하고, 재료는 위에서 언급한 야채를 구입하기로 했다.
가격은 요리의 중심이 되는 고야가 158엔, 돼지고기가 469엔, 계란 148엔, 양파 68엔, 두부 158엔, 당근 59엔으로 총 1060엔(약 만3천원)을 사용했다.
고야찬플 만드는 방법
1. 고야를 깨끗이 씻어주고 칼로 반을 갈라 고야 안의 씨를 전부 재거한다.
2. 고야를 먹기 좋게 얇게 썬다. 그리고 쓴맛을 약하게 하기 위해 소금 두 스픈을 넣고 잘 섞어준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준다. 이 과정을 통해 고야의 쓴 맛이 상당부분 약해진다.(그래도 쓴맛이 싫은 사람은 냄비에 끓여준다).
3. 먹기 좋은 크기로 당근, 양파 등을 썬다.
4. 두부의 물을 빼준다(가장 중요한 것인데 단단한 두부를 사용해야 나중에 잘게 부서지지 않는다)
5. 식용유 두 스픈 정도를 넣고 돼지고기를 볶는다. 그리고 잘게 썰은 야채들을 넣고 함께 볶아준다.
6. 소금, 후추, 간장, 참기름 등의 양념을 조금씩 넣어준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넣었던 고야를 넣어주고 다시 볶아주며 미림을 넣는다.
7. 두부를 먹기 좋은 크기로 넣어준다. 계란 세 개를 섞어주고 볶아준 요리위에 올려주면 완성.
고야찬플을 직접 시식해 보았다.
회사 동료 중 고야의 쓴맛 때문에 고야찬플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소금을 섞은 뜨거운 물 속에서 많이 약해진 듯 그리 싫지 않은 쓴맛이다.
돼지고기를 볶고 야채를 넣고 간장, 소금 등을 넣을 때 잡채 만들 때의 냄새와 흡사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마지막에 넣은 계란을 반숙으로 해 시식을 해보았는데, 소고기 덮밥과도 비슷한 맛이었다.
짭짤한 감칠맛에 밥 한그릇이 금세 없어졌다. 먹고 나서 보니 속이 든든해 진듯 배가 팽팽하다. 재료들을 보니 한 접시에 영양이 가득 들은 것 같은 느낌이고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려는 지혜가 엿보인다.
여름철에만 맛 볼 수 이는 고야찬플은 주로 반찬으로 밥과 함께 먹고, 술안주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여름철 일본 여행이 있다면 꼭 한 번 맛보아야 할 서민 음식인 듯 하다.
(일본 서민들은 어떤 요리로 여름을 이겨낼까 2부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