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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소통의 마지막 보루는 문화 교류"
주일한국문화원 심동섭 원장과의 인터뷰
 
안병철 기자
흔히 한일간의 문화를 얘기할 때는 '백제'를 빼놓지 않고 거론한다. 그 이유는 일본문화의 뿌리가 한국에서 건너온 도래인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일본역사 가운데 일정부분, 백제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역사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근대사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이 거꾸로 출판, 만화, 패션, 방송 등 일상생활의 소소한 것까지도 일본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현재는 이 같은 시계바늘이 다시 한국쪽으로 기울고 있다. 일본인들에게 한국영화산업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서편제-쉬리- 친구- 엽기적인 그녀. 이어서 가을연가를 필두로 오늘날 한국드라마 붐을 일본에 심었다.
 
하지만 뭔가 늘 허전했다. 일본의 매스미디어에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국음식이나 한류스타들에 대해 보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알 수 없는 빈자리가 있었다.
 
최근, 도쿄 신주쿠 구 요쓰야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우리 전통가락과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인을 상대로 우리 전통무용과 민요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그럼 왜 지금까지 일본에서 이같은 전통문화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한마디로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 음악은 철저한 상업적 비지니스로, 한일 양국 관계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져 활성화가 되었지만, 전통문화는 '명분'만 있을뿐 '돈'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여지껏 그 뜨거운 한류열풍이 일본열도에 불어닥쳐도 우리전통문화만은 찬밥신세였던 것. 

그런 차제에 올해부터 한달에 한번씩, 한국문화원에서 우리전통 문화 정기공연이 개최됐다. 한국문화원은 그동안 한국무용, 민요, 사물놀이 등 순수 우리전통 가락들을 선보여 많은 일본인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바로 이같은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는 이는, 다름아닌 심동섭(47세) 한국문화원장. 한국교민은 물론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주일 한국문화원의 심동섭 원장 © JPNews

 

그래서 제이피뉴스에서는, 도쿄 신주쿠 구 요쓰야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을 찾아, 심원장으로부터 우리의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만든 계기, 그리고 현재 한류의 현황과 향후 한국문화원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문화원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생각한 것은, 일본에서 뿌리를 내리고 활동하는 한국 문화예술인들에게 공연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장은 이같은 활동이 큰 빛을 발하지는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한일문화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봅니다. 때문에 일방적이 아닌, 한일 문화 교류의 기반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사업을 진행해나갈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최근 일련의 한일관계에 심원장은, "한일 간 정치·외교 문제의 영향으로 양국 관계가 경색되고 어려워진다 하더라도 문화 교류만은 계속돼야 한다"며, 문화가 한일 양국의 소통에 있어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라는 파이프 라인을 양국 사이에 튼튼하게 이어놓을 수 있다면, 한일 관계가 험악해지더라도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기점으로 한일 관계가 급속히 경색되고 한류에까지 영향이 미치는 작금의 현실을 살펴봤을 때, 심 원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 하반기부터, 제2 한류붐의 주역이었던 K-POP의 인기도 한창 때에 비해 한풀 꺾인 모습이고, 한류의 메카 신오쿠보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던 한국 관련 상점들도 매출에 부쩍 줄어들었다. 한때, 한류스타 장근석의 CF 출연과, 미용에 좋다는 이미지로 일본에 휘몰아쳤던 막걸리(マッコリ) 붐도 시들해져, 이제는 덤핑으로 싼값에 넘기고 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이에 대해 심 원장은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사람들은 언제나 한창 때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한류 붐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점에서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지면 문제가 있지만, 조금 떨어지더라도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안정기로 봐야 합니다. 바로 지금이 그 안정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신오쿠보에는 역을 중심으로 약 400여 개가 넘는 한국 관련 상점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거품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요. 알다시피 한류붐에 편승해 여기저기 우후죽순으로 생긴 곳이 대부분이어서 서비스가 나쁘고, 형편없는 음식에 가격마저 터무니없이 높은 음식점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곳은 빨리 도태돼야 합니다. 도태될 곳은 도태되고 사라질 곳을 사라져야 하는 것이 순리이고, 또 그래야만 한단계 높은 쪽으로 발전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한류 하향기는 아주 나쁜 것으로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심원장은 현재의 한류하향세가 오히려, 한류가 한단계 수준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일 한국문화원의 심동섭 원장 © JPNews
 

그렇다고 작금의 현실이,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원장의 입장으로서는 그리 녹녹치가 않다. 심원장 개인의 생각과 공인으로서의 입장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심원장은 그 부분을 우려했다. 한국문화원장으로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한류가 계속됐으면 하는 희망"이라고 답했다. 한류가 '갑자기 식어가는 현상'은 어느쪽으로든 바람직하기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전에 비해 문화원을 찾는 일본인 수가 많이 준 것도 사실입니다. 역시 한류 저조의 영향이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어 학원의 학생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때문에 일본에서 새로운 돌파구, 즉 다시 한류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어떤 매개체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카라와 같은 대형 한류 스타나 히트 드라마가 계속 양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한류의 인기가 앞으로도 고공 행진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우리 한국문화원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기능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류의 붐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우리 문화원이 나서서 콘서트를 개최하고, 한류스타를 초빙하는 것은 문화원의 성격에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문화원은 상업적으로 활동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업적인 활동은 사(私)적인 영역이고, 또 기획사나 관계 회사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현재 그들 나름대로 잘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기관이 사적인 영역에 들어가면 혼란만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문화원에서는 이같은 한류에 대한 관심을 우리전통문화와 어떻게 접목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그 일환으로 우리전통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고요."

당장은 한류같은 대중문화에 비해 그 반응이 미미해도, 언제가는 우리의 고유 문화를 일본인들이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같은 바람은 현실로 이어져, 우리전통문화 정기공연의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며 심원장은 껄껄 웃었다. 정기공연 때 좌석이 모자를 정도로 관객이 몰리고 있다는 것. 
 
최근, 한일 양국관계의 경색에 대해 심원장은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문화와 정치는 전혀 다른 분야기 때문에 연계해서 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다 공감하는 얘기겠지만, 한일 간 정치문제 때문에 양국관계가 경색되고, 교류가 중단되더라도 최소한 마지막 파이프는, 즉 문화라는 파이프만은 남겨 놓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 나중을 위해서라도 문화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경색된 관계가 개선된 후에도 연속성을 가지고 관계를 다져나가는데도 필요하지만,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양 국민의 감정이나 긴장감을 순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파이프가 아주 중요한 돌파구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문화교류는 계속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 원장은 한일 양국의 정치문제와 관계없이 문화원으로서의 기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생각은 주변의 있는 일본인도 마찬가지라는 것. 정치는 시류나 사안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수도 있지만, '문화'는 감정상의 자연스런 '느낌'이므로 어떤 장치에 의해서 중도에 그치거나 달라질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달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4일간 열리는 '제4회 한일축제한마당 2012 in Tokyo'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개최된다. 29일 오픈행사 세레모니는 신주쿠문화센터에서 있을 예정이고, 놀이행사는 29일 오후부터 30일까지 신주쿠 오오쿠보공원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또한 축제와 관련된 행사는 한국문화원과 도쿄도내 각지에서 골고루 행해진다.          
 
심원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현재 진행되는 문화원의 프로그램은 차질없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 경색에 대해서는 앞에서 얘기한 대로 '문화 파이프'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존속시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루 아침에 꺼질 한류는 아니라고 봅니다. 대신 우리도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것은 개선해 나가면서, 한일 양국문화가 공생할 수 있는 쪽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문화의 전도사라 할 수 있는 심원장의 이력이다.
 
흔히 '문화원장'이라면 과거 경력은 으레 음악이든 영화든 문화와 관련된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심원장은 문화와는 전혀 반대방향인 법대출신(고려대)에다, 그것도 행정고시(행시 32기)파다. 물론 문광부에서 문화산업과장,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 등으로 비록 행정분야이긴 하지만 문화관련 일을 하긴 했다.
 
또한 2010년에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로양 온타리오 박물관'에서 1년간 연수를 함으로써 국제문화에 대한 시야도 넓혔다. 게다가 1990년부터 국가공무원으로 재직했으니 문화관련 분야에서 일한 지 벌써 22년째다. 어떻게 보면 실무적인 측면에서 문화인은 아니지만, 행정적인 기획측면에서는 오히려 실무 예능인들보다 더 전문적인 기획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전통문화 정기공연 프로그램이 그의 손에서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점이 앞으로도 계속 심원장에게 기대되는 점이다. 

 

 

다음은 '한일축제한마당' 일정표다.
 
●9/29(토) 신주쿠문화센터
・개막식 (한일 합동 북공연, 샌드아트, 태권무・오니켄바이, K-POP미니콘서트 등 )
・한일교류무대 (한일 B-boy 스트리트 댄스 경연, 진도북춤, 후쿠시마 와라지 마츠리, 판굿, 버나, 사자탈춤, 부채춤 등 예정)
・K-POP콘테스트2012 본선대회 / K-POP커버댄스
・K-POP스페셜콘서트
 
●9/29(토)~ 30(일) 오쿠보 공원
동일본대지진 자선 모금&한국농수산식품전 
・K-POP커버댄스2012대회, 한국전통문화 퍼포먼스, 한류스타 동상 전시회, 김치 만들기 대회, 한국농수산식품전 등
 
●9/29(토)~ 10/2(화) 한국문화원 및 도쿄각지에서 개최
bnt뉴스 한류스타보도사진전〔9/29 ㊏ 신주쿠문화센터〕한류스타 보도사진 전시
・한국 뷰티 페어〔9/29 ㊏ 신주쿠문화센터 소홀〕한방에스테강좌 및 체험, 피부 체크 
 및 뷰티 상담 등
・한국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9/27 ㊍~10/5 ㊎ 한국문화원 갤러리 MI〕한국 우수디 
 자인 상품 전시
・한국 캐릭터 상품 및 만화원화 전시회 〔9/29 ㊏~10/2 ㊋신주쿠 오쿠보 쇼쿠안도오
 리「인사동」〕한국캐릭터 상품 및 만화원화 전시
・한일만화작가토크쇼〔9/29 ㊏ 14:00 한국문화원 한마당 홀〕한일만화교류를 위한 한
 일만화가 토크쇼
・한일커플전통결혼식〔9/30 ㊐ 14:00 한국문화원 한마당 홀〕전통결혼식 시연 및 한
 복패션쇼
・한일교류작문 콩쿨〔작품모집중!응모마감은 9/1 ㊏ 24:00까지, 시상식 9/28㊎〕한국(일본)의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을 담은 작문 콩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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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9/08 [17:12]  최종편집: ⓒ jpnews_co_kr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우리것을 먼저 귀하게 여겨야 강원촌놈 12/09/10 [11:57]
가장 반가운 얘기네요. 같은 문화원 공관이라도 부임하는 장에 따라서 우리문화정책도 왔다갔다 하는데, 심동섭원장님께서는 가장 먼저 우리전통문화를 정기공연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셨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모두들 한류한류 하는데, 우리문화의 뿌리가 먼저 내리지 않고는 이 모두들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지요. 그런 면에서 심원장님의 우리문화심기 활약이 기대됩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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