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는 식당에서 여러명이 식사를 했다면 '계산은 같이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따로 해드릴까요?'라는 말이 항상 돌아온다. 그리고 일본 식당들은 아무리 바쁜 때라도 한 명씩 지갑을 열고 동전까지 세면서 계산하는 것을 인내심 있게 기다려준다. 점원도 손님도 일본식 더치페이 '와리깡'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면 바쁜 점심시간에 5~6명이 함께 식사하면 보통 돈을 걷어서 한꺼번에 계산하는 것이 '매너'이지만, 일본인들은 남의 돈을 맡고 있는 것도 불편해하고, 거스름 돈을 일일이 챙겨줘야 하는 것도 귀찮은 듯 알아서 각자 계산한다.
'같이 먹으러 가자'라고 말한 사람이 계산하는 룰도 없다. '같이 먹으러 가자'는 정말 '같은 식당에서 밥먹자'는 이야기일 뿐 계산과는 별개. '잔돈은 됐어요'도 통하지 않는다. 자기가 먹은 분은 1엔까지 내고 거슬러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녀 일대일 데이트'의 경우에도 더치페이 룰은 적용될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데이트의 경우 남성이 지불하는 경우도 많지만, 반반씩 부담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일본 생활정보 포털사이트 올어바웃 조사에 따르면,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전액부담'이라고 응답한 커플이 42%, '나눠서 낸다'는 비율이 51%, '여자가 지불할 때가 많다' 비율이 7%로 데이트 비용을 적당한 선에서 나눠서 낸다고 응답한 커플이반 수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일본 기린 맥주 설문조사에 따르면, '데이트 시 술값 계산은 어느 쪽에서 하나'라는 질문에 1998년에는 '남성: 여성'의 비율이 61:39에서 2004년에는 54:46 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성이 계산하는 커플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현재는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도 예전부터 '남성 중심'적인 성향이 강해서 '남자가 앞에서 계산하는 것'이 남자다움으로 인정받는 경향이 있었지만,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급여 수준도 크게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트 비용도 나눠서 내는 것이 정착했다고. 무리한 '남성성'을 바라는 여성들이 줄어들고 있고, '여자라면 응당 여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성들도 줄어 서로 '자기 자신다운' 모습을 보는 경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사이트는 밝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녀 커플 사이에서 금전적인 문제는 조금은 미묘한 부분. 일본 여성들이 말하는 '이 남자 뭐야? ' 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다음과 같다.
- 첫 데이트에서 1엔 단위까지 더치페이하려고 할 때
- 여자친구 집에서 휴대폰이나 각종 전자제품을 충전해 가지고 가려고 할 때
- 자동판매기에서 물어보지도 않고 자신의 음료수만 사서 혼자 다 마실 때
- 전자상가 포인트를 모아서 텔레비전을 바꾸는 게 꿈이라고 말할 때
- 오랜만에 '오늘은 내가 쏜다'고 해서 간 곳이 허름한 식당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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