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피뉴스] 김연수 기자 = 아베 정부의 때늦은 지원책이 마침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2011년 3월 11일, 동북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어느덧 2년 반이 지났다. 하지만 후쿠시마 현지 주민들은 피해지역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주해 살며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농수산물 생산에 종사하며 살고 있는 농촌과 어촌 주민들. 야채나 곡물 등 농산물은 일단 '후쿠시마산'이라고 마크가 붙여지면 값은 반값으로 떨어지고 이마저도 잘 팔리지도 않는다. 바다에서 어획한 생선도 마찬가지. 최근에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지하수가 대량으로 바다에 흘러가 현재 어업도 중단된 상태다.
이렇듯 죄지은 것도 없으면서 죄인아닌 죄인이 되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후쿠시마 일부 주민이 마침내 들고 일어났다.
일본정부, 즉 나라를 상대로 후쿠시마 주민이 정식으로 제소를 한 것. 원고는 피난지시구역(연간 누적 선량 20 미리 시벨트 이상 되는 지역) 밖의 후쿠시마 시, 코리야마시 등에 살고 있는 주민, 누적 선량이 비교적 높은 도치기현의 나스시오바라 시, 미야기현의 마루모리마치 주민 등 모두 2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제소한 주요 요점은 국가가 "'아이·피해자 생활 지원법'의 시행에 있어, 1년 이상 시간이 지났는데도 지원 기본방침을 책정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며 하루 빨리 조기책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낸 것.
'아이·피해자 생활 지원법'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따른 연간 누적 방사선량이 국가의 피난지시구역해제기준(20밀리시버트)을 밑돌지만 일정 기준 이상의 지역을 지원대상 지역으로 하고, 주민과 어린이에 대해 국가가 의료·생활 지원이나 건강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법률로 정한 것. 또한 각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1. 대상 지역에 거주 2. 대상 지역 이외로 대피 3. 다른 지역에서 대상 지역 내에 귀환 등 어떠한 경우도 지원한다고 하는 이념이 특징으로, 이 법안은 여야 관계없이 초당파 의원 입법으로 작년 6월에 성립, 공표됐다.
하지만 이를 관장하는 지진대책부흥청은, 지원대상 지역을 선정하는 근거가 되는 방사능 누적 선량 조사를, 이 지원법이 공표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시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피해지역 주민들과 자주적으로 피난을 하고 있는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고통속에 생활하고 있는 것. 바로 이같은 이유로 후쿠시마현, 도치기현의 피해 주민들이 집단으로 국가를 상대로 제소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사법부에서 지원태만의 죄를 추궁당하게 됐다.
지원대상 선정은 매년 대상 지역을 재검토하도록 되어 있다. 이유는 방사능 오염 수치가 한 지역으로 고정되지 않기 때문. 기온이나 날씨 혹은 지하수의 흐름에 따라서 피해지역이나 피해자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매년 조사를 하게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인들은 이같은 기본 조사를 하지 않아서 주택이나 취업 등의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또한 피폭에 대한 기초 건강진단 지원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피난간 사람들도 이제는 경제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도달해 정부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심각한 것은, 아베 정부가 피해주민들의 다급한 사정과는 달리, 법으로 정해진 지원대책조차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원고 주민들의 주장처럼 지원법이 성립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기초조사조차 하지 않아, 기본적인 주택지원은 물론 취업정보나 생활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아베 정부는 무심하기 짝이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8일에는 지진대책부흥청의 담당 참사관이 트위터에 '현안 하나 해결. 흑백 가리지 않고 애매한 상태로 놔두는 것에 관계자가 동의'라는 내용을 발신, 피해지역 주민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실제로 그 참사관의 말대로 관계 부흥청은, 피해자와 피해지역 선정 기준을 아직까지 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목표시기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다 결국 이번에 현지 피해주민들로부터 법적 제소를 당한 것.
아무튼 원전사고의 직접적인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와 도지키현의 피해주민들은 사법부의 힘을 빌려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일본국민들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피해 직후에 이뤄져야 할 지원대책이 아직까지 그 기초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한편 아베정부는 이같은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6월에는 폴란드와 체코 등 4개국 동유럽을 돌며 원전수주를 위한 왕성한 외교전을 펼쳤다. 일본 국내에서는 원전 재가동 불가, 피해주민 지원 태만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해외에서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를 위한 외교에 주력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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