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마오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또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아사다의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은 이번이 4번째로, 2000년대를 풍미한 러시아의 이리나 슬루츠카야에 이은 최다기록 타이다. 일본인 최다인 그랑프리 14승째이기도 하다.
아사다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72.36점, 프리 스케이팅에서 131.66점을 받아 합계 204.02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0점대의 고득점 우승. 하지만 아사다 마오는 기분이 썩 좋을 수만은 없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회전부족 판정을 받은 트리플 악셀을 프리에서도 성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리 경기 당일날, 아사다 마오는 두번의 트리플 악셀을 준비했다. 이 같은 도전은 밴쿠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09-10년 시즌 이래 4시즌만이다. 3회전 반 점프인 트리플 악셀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나 성공시키기 어려워 현역 여자 선수 가운에 유일하게 아사다 마오만이 도전하고 있다.
8천여 명의 관중이 숨 죽이고 아사다 마오를 지켜보는 가운데 아사다 마오의 연기가 시작됐고, 활빙을 시작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뛰었다. 하지만 이 점프에서 아사다 마오는 크게 넘어졌다.
그녀는 곧 바로 일어서 두번째 트리플 악셀에 도전했다. 트리플 악셀 - 더블 토룹의 연속 점프가 예정된 가운데, 가까스로 착빙에는 성공했지만 트리플 악셀에서 회전부족 판정을 받았다.
그녀는 두 번의 점프 실수에도 불구하고, 뒤에 이어진 요소를 훌륭히 소화해 130점대의 고득점을 얻어낼 수 있었다. 아사다 마오의 저력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연기가 끝난 뒤 쓴웃음을 짓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구성으로 연기를 펼치려 했다. 오늘 트리플 악셀을 두번 도전한 것이 다음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아사다의 현재 목표는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김연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나 아사다 마오는 객관적인 기록에서 김연아에 많이 뒤처진다. 개인최고점이 207.56점으로 김연아(228.56점)에 한참 뒤처져 있다. 특히 김연아는 실수가 적기로 유명해 최소 200점대 이상을 받아왔다. 올림픽 시즌 이후에는 200점대를 넘지 못할 때가 손에 꼽을 정도다.
더구나 아사다 마오는 기본점이 높은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의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다. 반면 김연아는 트리플 - 트리플 점프의 완성도가 높아 실수가 거의 없다. 이 가운데 아사다 마오가 선택한 길이 바로 '트리플 악셀'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전망은 어둡다.
올시즌 아사다 마오는 총 8번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착빙하더라도 회전부족 판정을 받았다.
트리플 악셀의 기초점은 8.5점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 프리 경기에서 아사다 마오는 두번의 트리플 악셀을 합해 불과 7.59점을 얻었다. 트리플 악셀의 실패는 경기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성공하면 금빛도 바라볼 수 있지만, 실패하면 노메달에 그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일본 누리꾼들은 "김연아를 의식하지 마라", "금메달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피겨를 해라", "피겨를 즐겨라"라고 주문하고 있다. 김연아의 라이벌로 거론되면서 심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아사다 마오를 걱정하고 있는 것. 두 사람을 라이벌 구도로만 몰고가는 분위기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사다 마오는, 운동 선수가 얻을 수 있는 최고 영예인 올림픽 금메달이 절실하다. 그런 그녀가 지금 김연아라는 높은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아사다의 도박과 김연아의 안정감. 그 대결의 결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소치 올림픽의 드라마가 점점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