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정동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한 이래 12년간 50만명이 관람한 전통 뮤지컬 'miso 미소'. 특히 외국인 관람율 85%를 기록하면서 화제를 낳았던 이 미소가 도쿄에서 10월 6일 첫 공연을 선보였다. 일본에서 이루어진 공연은 작년 오사카에 이어 두번째다.
비가 오고 있어서인지 자리가 만석은 아니었지만 80% 정도 관객이 자리를 메운 가운데 뜨거운 환호와 열기가 신주쿠 문화센터를 달궜다. 이날 공연은 어린이 등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았고 젊은이들도 꽤 객석을 채웠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공연은 '미소' 뮤지컬이 어떤 내용을 뜻하는 것인지 먼저 한국어와 일본어로 개략적인 줄거리를 소개했다.
조선시대 운명적인 두사람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결혼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겨울, 봄, 여름 ,가을 순으로 구성한 전통 뮤지컬 '미소'는 특별한 대사 없이 장구,꽹과리,부채춤, 사물놀이, 모듬북, 오고무의 장단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흥겹게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모든 음악은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 피리 등으로 직접 라이브로 연주해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 전체로 보자면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을 위해서 지루한 부분을 되도록 빼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배려한 부분이 눈에 띄었으며, 관객들은 다들 박수로 리듬을 맞춰나가면서 배우들을 호응해주었다. 중간에 관객을 직접 무대위로 불러 같이 묘기에 참여하게 하는 등 관객과의 호흡에도 신경을 썼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사물놀이였다. 신명나는 동작과 회전, 그리고 묘기 등으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면서 연기 내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공연이 끝난 뒤 jpnews는 '한국 전통 뮤지컬'의 이름을 단 이번 공연에 대한 일본인 관람객의 감상을 물어보았다.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에 거주하는 타카코 씨는
"이런 공연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을 관람하게 되어 즐거웠다"며 특히
"한국말을 몰라도 춤과 노래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알기 쉬웠다"고 말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
그 동안 일본 tv 에서 보긴 했는데 직접 머리에 달린 하얀 끈을 빙빙 돌리는 사물놀이를 보니 대단하다"고 대답했다.
같이 온 사이타마현 가와쿠치에 거주하는 치즈코 씨는 한국에 30번 넘게 다녀온 사람으로 k-pop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한복 의상이 매우 아름다워 눈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집 근처에 조선학교가 있어서 학교축제때 한복을 입은 모습을 종종 봐왔다"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오늘 공연을 보았는데 "노래도 흥겨웠다"고 감상을 말했다.
그러나 타카코 씨도 이런 한국 전통 공연은 처음으로 관람하는 것으로 친구 소개로 보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도쿄 시부야구에 거주하는 시라스나 후미코 씨는
"한국의 박력과 한복의 화려한 색깔에 매료되었다"며 한국의 다이내믹함을 잘 보여주는 공연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같이 온 사구치 하루코 씨도
"일본에 이렇게 박력있는 전통 무용은 없지 않을까"라며 "일본 춤과 전혀 다른 한국 춤과 무용이 새롭다"며
"문득 비슷한 일본춤으로 떠오르는 것은 아와오도리 정도지만 한국의 화려한 춤에 미칠지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특히 두 사람은 이미 2년전에 서울 정동극장에서 한차례 이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일본에서 두번째 보니까 새로웠다고 하면서
"공연 타이틀 그대로 '미소'를 느낄 수 있는 공연으로 손으로는 북을 치고 고개를 돌리면서 춤을 추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 대단하다"고 하면서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며 기자에게 역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 신주쿠 문화센터를 찾은 관람객들 ©김현근 / jpnews | |
한편, 와세다 대학에 재학 중인 타카하시 마사코(1학년) 과 오리타 레오나(1학년) 씨는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선생님의 제안으로 이번 공연에 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냐는 기자의 물음에 타카하시 마사코 씨도
"사물놀이가 감동적이었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는 그녀가 올해 여름방학에 광주 조선대학교로 3개월간 유학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직접 사물놀이를 배웠지만 직접 이런 능수능란한 공연을 처음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이 조선대학교에 유학한 오리타 마사코 씨는
"공연에 등장하는 한복 색깔이 화려해서 마치 무지개 같다"고 하면서
"공연 마지막에 아리랑처럼 다같이 합창하는 장면이 특히 감동적이었다"며, 일본에도 이렇게 다같이 모여서 합창할 수 있는 노래가 있는 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기자가 어떻게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냐는 물음에 약간 수줍은 듯이 '동방신기'팬임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일본인들에게 한류 드라마나 k-pop 등 기존의 한국 대중문화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것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본의 노, 가부키 등 전통 공연이 매우 정적이고 어떨 때는 음울한 정서를 느끼게 하는 데 비해 한국의 전통 공연은 신명나게 사람 흥을 돋구면서 어깨를 저절로 들썩거리게 하기 때문이다. 설령 한류팬이라 하더라도 전통공연에 대해서는 상당한 대비를 느끼는 것이다.
한류의 시작은 드라마였지만, 한류를 접한 일본인들은 보다 새로운 자극을 찾아 다양한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이때, 이런 전통 뮤지컬은 어떻게 홍보하고 접하게 하느냐에 따라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동극장의 말대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컨텐츠가 될 수 있다”는 모델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공연인 것이다.
■ 공연 정보
미소 공연은 10월 7일 저녁 7시부터 한차례 더 예정되어 있다.
도쿄 신주쿠 문화센터
더 자세한 사항은 공연홈페이지에서 >
http://www.k-mis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