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계간 문예 잡지 '문예(文藝)'가 또다시 증쇄를 결정했다. 벌써 3쇄째다.
문예지의 증쇄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잡지를 내는 출판사 '가와데쇼보 신사(河出書房新社)'측에 따르면, 3쇄를 내는 건 1933년 창간호 이래 86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초반 8천 부, 2쇄 3천 부, 3쇄 3천 부를 각각 찍었다.
'문예'가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이번 가을호에 '한국 페미니즘 일본' 특집을 꾸몄기 때문이다.
세계적 '미투 운동'의 여파가 뒤늦게 확산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페미니즘 콘텐츠에 대한 여성들의 갈증이 있었다. 이러한 일본 여성들의 갈증을 풀어주었던 것이 바로 한국에서 200만 부가 넘게 팔리며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었다. 이 소설이 1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소설을 흥미롭게 봤던 독자들이 '문예'가 이번 특집에서 다룬 테마로 '한국', 그리고 '페미니즘'이라는 두 단어에 반응한 것이었다.
일본 인터넷 신문 '네토라보'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가와데쇼보 신사'의 사카가미 편집장은 이번 특집을 낸 경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녀가 이번 특집을 꾸민 계기도 역시 '82년생 김지영'이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번역문학이 이렇게 잘 팔리는 건 10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일이었다. 편집부 내부에서도 이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 이 책을 언급한 여성 아이돌이 남성들의 비난을 받는 일도 있었기 때문에 (논쟁적이라는 측면에서) '이 테마로 해볼까' 생각했다고.
'한국 페미니즘 일본' 특집을 예고했고 발매 전부터 기대감을 나타내는 독자들이 적지 않았다. 영업직원들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않다는 말이 있었고, 발매 3일째에 재고가 전부 동이 났다고 한다. 최근 몇년간 재고가 동이 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공식 트위터에 '재고가 동이 났다'고 적었고, 이 트윗이 많은 이들에 의해 리트윗 되며 판매에 가속도가 붙었다.
금세 그 다음 호가 나오기 때문에 잡지를 증쇄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도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중판을 결정했다. 계간지라 다음호가 나올 때까지는 기간이 길었던 점도 한 몫했다.
출판사의 판단은 옿았다. 그 증쇄분도 금세 팔린 것. 3쇄도 결정했다. 출판사의 역사에 남을 일이었다.
사카가미 편집장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가을호의 인기에 대해 "문예지 처음 사봤다는 반응이 제일 기뻤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특집은 단행본으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잡지에서 지면 부족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던 용어집이나 에세이, 한국문학을 즐기는 법 등을 모은 한국 문학 가이드북과 같은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11월에 간행 예정이다.
사카가미 편집장은 일본 문학계에 부는 '페미니즘 열기'에 대해 "개인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페미니즘에 한정되지 않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일본은) 마초적인 사회이기 때문에"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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