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린 일본영화제에서 가네코 슈스케 감독의 <가메라> 3부작이 상영되었다.
거대한 거북이 괴수가 등장하는 <가메라> 시리즈가 65년에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아이들 용의 싸구려 괴수물이었지만, 가네코 슈스케가 95년부터 만든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은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고질라 시리즈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었다.
사실 괴수물이 주류 장르로 취급받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판 <고질라>가 만들어지고, <킹콩>이 엄청난 히트를 한다 해도 그건 특수한 경우일 뿐이다.
판타지영화에 용이 등장한다고 해서 괴수물이라고 하긴 힘들고. 다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에서는 괴수물이 주류 장르라고 할 수 있다. 80년대 이후로는 현저히 인기가 줄어들었지만 일본의 <고질라> 시리즈는 국민적인 영화였다. 한때 중단되긴 했지만 꾸준히 28편의 고질라 영화가 만들어졌고, 영화 속에서 고질라와 싸웠던 괴수들이 큰 인기를 얻으며 독자적인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조연이었던 모스라도 따로 시리즈가 되었다.
굳이 괴수물만이 아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다양한 전대물과 함께 <울트라맨> <가면 라이더>의 최신 시리즈가 tv 방영되며 간간히 극장판도 만들어진다. 괴수물을 포함한 특수촬영물은 여전히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특촬물이 아이들용에 불과하다는 편견은 있다. 고무옷을 입고 등장하거나, 현란한 의상을 입고 변신을 하고 합체를 하는 전대물이 조금 유치해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일본의 오타쿠들은 <울트라맨>이나 <가면 라이더> 등 유치해보이는 특촬물에서 새로운 의미를 읽어내며, 특촬물 자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이들 용인 것은 맞지만,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고유한 장르가 바로 특촬물이다.
게다가 고질라가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괴수가 된 것에는 분명히 사회적인 이유가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폭탄의 참상을 겪은 나라다.
그리고 이전부터 지역적 특성으로 지진과 화산, 태풍과 화재 등 심각한 자연재해를 수없이 경험했다. 가혹한 자연환경 덕에 일본은 '신'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재해가 곧 신의 분노이자 신 그 자체라는 의식을 타 지역보다 강하게 가지게 되었다.
또한 원시종교인 애니미즘에 기초한 신도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대국가이기도 하다. 고질라는 단순한 야수나 괴수가 아니다. 할리우드영화에서 괴수가 나올 때는 주로 문명과 야만의 대립으로 묘사한다.
외부에서 온 야만의 침략자가 도시를 유린하고, 인간이 그것을 퇴치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또는 과학 문명의 부작용으로 만들어진 괴수가 파괴를 하다가 종말을 맞거나. 이처럼 서구에서 괴수는 주로 외부의 침입자로 묘사된다.
고질라도 외부에서 오는 것은 맞지만, 그 이유는 인간이 잘못을 했기 때문이다. 고질라가 나타난 것도 원폭의 실험 때문이라고 영화에서 묘사된다. 인간의 잘못 때문에 등장한 고질라는 도시에 와서 모든 것을 부수고는 유유히 떠나간다. 태풍이나 지진처럼, 인간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지만 악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계에서 침입자가 올 때, 고질라는 그들과 싸우는 존재가 된다. 여전히 도시에서 싸우고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파괴일 뿐이다. 조금 과장하면 파괴가 있어야만 창조도 있는 것이다.
고질라는 지금 잘못 나아가고 있는 인간의 문명을 파괴하기 위하여 나타난 신적인 존재인 것이다. 1954년 <고질라>가 처음 만들어질 때의 어원은 고릴라와 쿠지라(고래)를 합성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질라를 영어로 쓸 때는 'godzilla'가 된다. 이름 자체에 'god'이 들어간다.
일본인이 고질라를 좋아하는 것은 그들의 사회,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신은 그들과 가까운 존재이면서도, 그들에게 언제든지 피해를 안길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신을 달래기 위해 마츠리를 하고, 수많은 신을 모두 섬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친근하면서도, 두려운 존재로서. 그런 점에서 유독 일본에서 괴수물이나 요괴물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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