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영 지상파 방송국 '후지티비'가 성접대 의혹으로 존폐기로에 몰렸다. 잇단 광고주들의 보이콧으로 상업광고는 공익광고나 자사광고로 대체됐다. 보이콧은 2월까지도 예정된 상황. 연간 매출 우리돈 1조 원이 넘는 거대 방송사도 이 상황을 더이상 견디지 못했다. 결국 수십년간 자리를 지켜오던 회장, 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무려 10시간 이상 지속됐다. 그간 무대응이나 다름없던 태도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극적인 변화다.
가수로서의 본업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해 명실상부 국민 남성그룹였던 '스마프'. 그룹의 리더였던 나카이 마사히로는 스마프 해체 이후로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톱스타 자리를 이어왔다.
그러나 탁월한 스타성과는 달리, 사생활은 깨끗하지 못했다. 후지티비 아나운서를 성폭행해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 여성이 사건 후유증으로 회사를 그만둔 사실이 최근 한 유명 주간지를 통해 폭로된 것이다.
불똥은 후지티비로도 튀었다. 성폭행 당일 두 사람의 술자리를 후지티비의 프로듀서가 주선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것. 나카이 개인의 성추문은 삽시간에 거대 방송사의 성접대 의혹으로 번져갔다.
설령 주선을 하지 않았다고 한들, 후지티비는 나카이가 자사 아나운서를 상대로 강제적인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나카이에게 프로그램 진행을 계속 맡겼다. 방송사 측의 안일한 인식과 태도에 여론은 크게 분노했다.
여파는 컸다. 대중의 시선에 민감한 광고주들은 잇따라 후지티비에 의뢰한 광고들을 내리기 시작했고, 이제 후지티비의 방송프로 사이의 광고들은 대부분 공익광고나 자사 프로그램 홍보로 채워지는 수준에 이르렀다. 손실은 이미 천억 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성문제에 대한 경영진의 안일한 인식이 드러난 이번 사태. 후지티비 미나토 코이치 사장과 카노 슈지 회장은 결국 27일, 사임을 발표했다.
이날은 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취재진 포함 참석자는 400여 명이었다. 오후 4시에 시작된 회견은 날짜가 바뀐 다음날 오전 2시 24분까지 10시간 넘게 진행됐다. 두 사람은 인권에 대한 자신들의 인권에 대한 의식이 부족했다며 사죄했다.
카노 회장은 “인권에 대한 의식 부족으로 (피해) 당사자인 여성분에 대해 충분한 케어를 할 수 없었다. (피해 여성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면서 "(이전 기자회견에서) 일부 언론으로 한정하고 영상 카메라를 허용하지 않은 판단은, 방송국으로서의 투명성이나 설명 책임이 부족한 것이었다", "카메라를 통해 각종 의혹을 추궁해온 당사가 카메라로부터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자신들의 잘못된 대응을 반성했다.
미나토 사장은 나카이의 성추문과 관련해 "인권 침해가 행해졌을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고 규정한 뒤 사내에서 필요한 보고나 제휴가 적절히 행해지지 않았던 점이나 나카이에 대한 적절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고 프로그램 출연을 지속시킨 점 등 회사와 본인들의 잘못된 판단을 돌아봤다. 사장은 피해 여성에 대해 "직접 만나 사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나카이의 성추문에 후지티비 사원이 관여했다고 보도된 데 대해, 후지티비의 한 간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3년 6월에 사건을 인식했고, 같은 해 8월에 사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시점에서도 성추문의 발단이 된 식사자리에 후지티비 사원은 관여한 바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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